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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호

2018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③ 아주대 금융공학과 이준형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나,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이준형 아주대 금융공학과
자기 추천 전형 합격 (경기 신봉고 졸업)

일반고 내신 4.5등급. 아주대 금융공학과에 학생부 종합 전형인 자기 추천 전형으로 합격. 과학고 학생들 지원이 많은 전공이기에 합격자 평균 내신 등급이 높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숫자만으로 봤을 때 흔치 않은 결과이긴 하다. 경기 신봉고를 졸업한 이준형씨를 추천한 교사는 “금융공학과를 따로 준비했다기보다 독서와 토의·토론 수업을 열심히 했던 학생이다.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었다는 점이 더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일 때문에 교과 성적이 크게 하락하긴 했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학으로 경제 분야의 여러 금융 문제를 풀어내고 싶은 꿈을 놓지 않았다.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전공을 찾던 중 아주대 금융공학과를 알게 됐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불리한 내신을 극복할 수 있는 전형을 잘 찾기도 했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만은 자신 있었다는 준형씨의 합격기를 소개한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박정우






포기할 수 없는 꿈,
낮은 내신 극복할 전형 찾기

“경제학, 경영학, 수학, 컴퓨팅 사이언스가 융복합된 금융공학은 금융자산과 금융파생상품을 설계하고 가치를 평가하며, 금융기관의 위험을 관리하는 등 제반 금융 문제에 수학 기법을 적용해 해결하는 학문이다.”
아주대는 금융공학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등학생에게 일반적으로 익숙한 전공은 아니지만, 준형씨의 학생부 진로 희망 사항에는 1학년과 3학년 때 꿈이 모두 ‘금융공학자’라고 되어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숫자가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중학교 3학년 사회 시간에 경제를 배우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수학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금융공학이란 학문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경제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수학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계열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경제나 금융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예측, 해결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자연 과정을 택하긴 했지만요. 원래는 수학과에 간 후 대학원에서 금융 쪽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학과를 찾아보던 중 아주대 금융공학과를 알게 됐죠.”
1학년 때까지는 수학을 너무 좋아해 전교권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갑작스레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깊은 무기력에 빠졌다. 영화와 책이 유일한 위로가 돼주었다.
그렇게 쌓인 학문적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종합 전형에 지원하기에는 교과 성적이 약점이었다. 알아보니 아주대 금융공학과의 전년 자기 추천 전형 지원율이 높지 않았고, 과학고 지원자들과도 겨뤄야 한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아주대의 종합 전형은 두 종류가 있다. 그중 교과와 비교과가 균형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에 합격생 교과 성적 평균이 비교적 높은 ‘ACE 전형’보다 지원 전공의 특성을 고려해 학업의 깊이와 탐구 역량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자기 추천 전형’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이 학과가 아니면 재수할 각오를 하고 도전했어요. 자기 추천 전형에서 10명을 선발하는데, 최종 경쟁률이 4.2:1이었어요. 1단계에서 4배수를 선발하니 면접까지 가볼 만하겠더라고요. 전략이 좋았죠.”



전공 적합성·자기 주도성·목표 의식, 어떻게 보여줄까?
아주대 ACE 전형은 학업 역량, 목표 의식, 자기 주도성, 공동체 의식, 성실성을 고루 평가하는 데 반해 자기 추천 전형은 전공 적합성, 자기 주도성, 목표 의식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준형씨의 면면을 평가 요소에 비춰 살펴봤다. 준형씨의 2·3학년 국어 수업을 담당했던 함은희 교사는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제가 수업 시간에 질문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이를 종종 불편해하는 선생님도 계셨어요. 하지만 함은희 선생님은 고3 수업까지 토론을 접목하려는 등 여러 시도를 해주셨지요. 이미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하려는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도 수능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전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느 날 4년간 고전 100권을 읽는 커리큘럼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세인트 존스 컬리지를 다룬 다큐를 보여주셨는데, 거의 모든 수업이 책과 토론으로 진행되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이 수업을 모티브로 친구들을 모아 ‘독서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친구들과 책을 읽고 서로 대화하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글을 읽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됐다. 이해하기에 급급했던 이전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고.
“덴마크의 행복지수가 왜 1등인지를 다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었는데, 덴마크 국민 아무나 붙잡고 걱정이 무엇인지 물으면 1분 동안 대답을 못하고 고민할 정도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덴마크와 우리의 제도적 차이는 무엇인지, 우리는 그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문화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러 생각이 이어졌어요.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 활동이자 슬럼프에 빠졌던 제게 큰 위로가 된 시간이었답니다.”
2학년 <고전> 수업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남은 기록 중 “덴마크·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의 교육제도와 사회상에 관한 개인적인 성찰과 고민한 흔적들이 활동 결과물에 남음”, 독서 활동 상황 기록 중 “독서 소모임의 리더로 사회자의 역할을 맡아 친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토론 자료와 서평을 정성껏 준비함”이라는 기록으로 당시 준형씨의 생각과 노력을 유추할 수 있다.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서류에서 전공 적합성을 볼 수 있는 대목도 여럿이었다. 준형씨는 그중에서도 특히 동아리 활동을 꼽는다. 1학년 때는 수학을 공부하며 궁금한 점을 부원들과 토론해보는 수학 동아리를 꾸렸다가 현대사회의 문제들에 직면할 때 수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할 것 같아 2학년 때는 이를 좀 더 확장시킨 수학·과학 동아리를 만들었다.
“신봉고가 신설 학교라 동아리 체계를 처음부터 세워나가야 했는데, 오히려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죠. 수학·과학을 접목한 여러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경매 게임을 적용해 풍선, 빨대, 찰흙 등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가장 안전한 배 모형 만들기처럼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의 효율을 끌어내는 과학적 설계 활동과 상대의 전략을 예상해 자신의 이득을 최대로 하는 수학적 추론 활동 등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이 과정에서 질문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좋은 기회임을, 비판을 받을수록 더 좋은 아이디어로 개선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시간 중 관찰 기록들도 눈에 띈다. 2학년 <수학 Ⅱ>의 “수학적 개념이나 공식이 왜 발생되고 어떤 방법으로 유도되는지 관심이 많고, 기본 원리를 탐구하려는 자세가 돋보임.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것을 즐겨함.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체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짐. 1학년 교육과정에서는 자세하게 배우지 않았던 ‘위로 볼록, 아래로 볼록’ 개념을 학생의 순수한 호기심으로 정의를 직접 찾아보고 소개했으며, 이와 더불어 ‘벤젠의 부등식’까지 찾아보고 친구들과 공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짐”, <영어 Ⅰ>의 “연일 뉴스에 오르는 ‘브렉시트’에 관해 미리 검색과 조사를 통해 의미가 무엇이고 브렉시트에 이르게 된 배경과 왜 그들이 탈퇴하고 싶어하는지 대화식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어 생소한 청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함” 등의 세특 기록이 대표적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압박 면접을 통과하기까지
1단계 서류를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자기 추천 전형은 서류 기반 면접으로 진행되기에 우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의 모든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꼼꼼히 읽었다.

수학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예상 질문을 60여 개 만들었다. 실제 면접에서 1개를 제외하고 모두 이 안에서 질문이 나왔으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학년이 오를수록 떨어진 교과 성적과 관련해 당연히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꼬리 질문들이었다.
“자기소개서에 앞으로의 꿈이 창업이라고 썼는데, 어떤 창업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금융 활동을 잘못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을 돕는 컨설팅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큰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회사의 이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묻더라고요.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 분야만 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금융 상품을 설계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금융 행위에 가장 필요한 수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이어졌어요. 함수를 다루는 미적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미적분을 이용해 실생활 속 아무것이나 함수로 표현해보라기에 이 세상의 모든 것, 즉 새가 날아가는 모습까지도 가능하다고 답한 뒤 발자국 소리를 함수로 표현했어요.”
여기까지는 모두 예상 질문이었다. 그때 허를 찌른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그 함수의 미분값을 물으셨어요. 제가 얘기한 함수의 미분은 고교 때 배우지 않는다고 답하면 됐는데, 긴장하고 당황하니 엄청 헤매게 되더라고요. 면접을 망친 것 같아 좌절했는데, 다행히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에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를 만큼 기뻤어요. 하하.”
준형씨는 이 까다로운 면접을 경험하면서 내신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좁은 문인 정시에 올인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고 했다.
“3등급만이라도 유지하면서 꾸준히 관심 있는 공부와 활동을 이어갔으면 해요. 생각지도 못한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거든요. 성적은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고, 종합 전형도 특징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꼬리 질문은 물론 면접 때 나오는 질문을 보면서 제가 노력해온 과정을 대학에서도 충분히 들어보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어요. 일반고 안에서도 특목고 학생들 못지않게 성적이 보여주지 못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다는 걸 대학이 좀 더 알아주면 좋겠어요. 우리 내신에 너무 쉽게 굴복하지 말자고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진로 희망 사항 금융공학자

의적 체험 활동 수학 동아리를 만들어 실생활과 관련된 수학 문제를 서로 조사하고 발표. ‘나의 꿈 발표대회’에서 대표적인 금융 문제를 사례로 제시하고, 경제 문제를 수학으로 풀어보는 학문인 금융공학 소개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수학 개념과 공식의 기본 원리를 탐구하는 모습,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소개

2학년
수상 과학창의력경진대회, 과학탐구토론대회, 과학자유주제탐구대회, 수학프로젝트학습연구대회 등
진로 희망 사항 뇌공학자
창의적 체험 활동 수학·과학 동아리를 만들어 부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실험 활동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고전] 책 대화하기(모둠서평)에서 <불편하면 따져봐>를 선택, 인권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호기심을 보이며 토론을 이끌어감 / [기하와 벡터] 기대만큼 성적이 잘 나오진 않았지만, 평소 수업 시간에 수학적 흥미를 보여주었음, 확률과 통계를 배운 후 여러 통계적 오류를 범하는 실제 사례를 찾아 발표 / [영어 Ⅰ] 브렉시트에 대해 대화식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며 발표

3학년
진로 희망 사항 금융공학자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와 문법] 매 시간 실시하는 배움일기 꾸준히 제출, 늘 질문하는 자세로 토의와 토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기록 / [수학연습Ⅱ] 서로 다른 삼각함수가 합성됐을 때 새로운 합성 함수의 주기를 구하는 방법을 인상적으로 학습하고 발표, 수학프로젝트학습 수행평가에서 실생활과 밀접한 수학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





자기소개서

1 학습 경험 영어 수업 시간에 ‘브렉시트’ 를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극 형태로 소개한 일화를 예로 들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다시 이해하고 관련 주제를 더 공부해본 과정에서 느낀 점을 담았다.
2 교내 활동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남을 깨달은 점, 이어서 독서 소모임을 만들어 생각하는 법을 배운 과정을 풀어썼다.
3 전공 선택 이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한 경험 <문명과 수학>을 읽으며 인류의 문명은 수학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수많은 영역에 수학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은 점, 원인과 결과의 연쇄적 작용으로 이루어진 경제에 흥미를 느껴 수학을 도구로 경제 현상을 예측, 분석하고 싶은 꿈을 위해 아주대 금융공학과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교내대회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키코 사태’ 등을 예로 들어 금융 문제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한 일을 소개, 이 같은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
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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