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스마트한 제어부터 도심을 누비는 친환경 모빌리티, 스마트폰을 만드는 첨단 제조 장비까지. 일상의 편리함을 만드는 기술의 중심에는 기계공학이 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머릿속 아이디어를 눈앞의 실체로 구현하는 기계공학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아주 작은 나노 단위의 미세 공정부터 광활한 우주를 오가는 항공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기계공학의 세계를 서울대 기계공학부를 통해 살펴봤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기계공학은 한마디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전기공학이 전자를, 화학공학이 분자를 다룬다면 기계공학은 그것들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일상의 모든 움직임 뒤에는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정교하게 설계해 현실 세계에 구현해내는 기계공학이 숨어 있다. 다루는 영역이 방대한 만큼 융합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의 연구 분야는 크게 역학과 열공학, 동역학 및 제어, 유체공학, 설계·생산, 나노·바이오 등 여섯 분야로 나뉜다. 역학에서는 자동차, 로봇, 기계 구조가 어떻게 움직이고 힘을 받는지 분석하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설계 방법을 연구한다. 열공학에서는 에너지 변환과 연소, 냉난방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과 효율 향상 방법을 배운다. 설계·생산 분야에서는 첨단 제조 기술로 실제 산업에 적용 가능한 기계를 제작하며, 나노·바이오 분야에서는 마이크로·나노 시스템과 생체 시스템을 연구하고 세포 수준의 정밀 계측과 제어 기술도 다룬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조규진 학부장은 “챗GPT가 소프트웨어 세계를 바꿨다면, 이제는 피지컬 AI가 실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례다. 로봇, 에너지, 반도체 장비, 항공우주 산업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이 기계공학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 최근에는 실제 기계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겨 실험하는 디지털 트윈과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적층제조 같은 신기술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며 기계공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학부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과학과 공학 원리를 바탕으로 전공 능력을 단계적으로 키워나간다. 특히 단순 강의에 그치지 않고,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실험·실습과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실무 경험과 현장 감각을 쌓는 것이 특징이다. 1학년에는 기계 시스템 설계와 로봇 프로그래밍 기초를 배우고, 2학년부터는 4대 역학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전공 지식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3학년에는 이를 실제 시스템 설계로 확장하고, 4학년은 학부 논문과 캡스톤 과목을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진로를 구체화한다.
강의실 밖 활동도 활발하다. 로봇, 자동차, 창업 동아리 등에서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보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학부연구생 제도를 통해 2~3학년 때부터 연구 현장을 미리 체험할 수도 있다. 또 해외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과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활발히 운영돼, 재학 중에도 국제 감각과 실무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
졸업 후 진로 역시 다양하다. 전통적으로는 제조업과 대기업으로 많이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로봇 스타트업, 우주항공, 첨단 기술 창업 등으로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 전공 특색 활동/
신입생들이 2학기에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해 ‘로보콘’ 경진대회에서 실력을 겨루는 대표적인 실습형 수업이다. 주입식 교육을 넘어 실무 해결 능력을 키우는 서울대 공대의 상징적인 커리큘럼으로 꼽힌다. 지난 33년간 4천500여 명의 공학도를 배출하는 등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를 이끄는 인재 양성의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규진 교수가 꼽은 기초 소양/
/기계공학부 전공 꿈꾼다면/
수식 너머의 본질을 꿰뚫는 ‘물리적 직관’
“기계공학의 본질은 수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식이 설명하는 물리 현상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기계가 왜 이렇게 움직일까?’라는 호기심 섞인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며 현상의 근원을 파고드는 태도가 결국 실력 있는 공학자를 만듭니다. AI가 설계하고 제어하는 시대에도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물리적 직관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와 ‘협업 능력’
“기계공학은 머릿속 이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현해보는 과정이 중요한 학문입니다. 손으로 만들고 실패를 반복하는 경험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끈기가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설계 감각과 공학적 사고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또한 하나의 시스템은 다양한 분야의 협업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과 팀워크 역시 중요한 역량입니다. 직접 부딪치며 쌓은 경험이 결국 가장 큰 자산이 될 겁니다.”
선배들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상상을 현실로,
세상에 도움 되는 로봇 개발 꿈꿔요
Q1. 기계공학부 진학을 마음먹은 계기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특히 ‘움직이는 존재’가 주는 생동감에 매력을 느껴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됐죠. 언젠가 제 손으로 직접 나만의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기계공학으로 정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도전적인 환경을 갖춘 서울대 기계공학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 진학했어요.
Q2.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됐던 고교 시절 활동이나 과목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과목으로 <물리학 실험>을 꼽고 싶어요. 평소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글로만 접하는 물리학은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지 않아 늘 의구심이 남았는데요. 실험을 통해 다양한 물리적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관련 법칙을 스스로 확인해보면서 이해가 훨씬 깊어졌어요. 또 이론을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됐죠.
Q3. 가장 인상 깊었던 전공 수업은?
1학년 때 수강한 ‘창의공학설계’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로봇을 제작하고, 최종적으로 교내 로보콘에서 다른 팀들과 겨루는 수업이었는데요. 기초적인 이론 수업과 재료만 제공될 뿐, 기획부터 설계,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오로지 저희 힘으로만 해내야 했어요. 생소한 부품과 장비들을 함께 익히며 로봇의 형태와 우승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은, 폭넓은 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협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어요.
Q4. 졸업 후 진로 계획은?
학부 과정에서 기계공학의 폭넓은 기초를 다진 뒤, 석·박사 과정에 진학해 제 적성에 맞는 세부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어요. 이후에는 연구소에서 실전적인 연구를 이어가며, 세상에 꼭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싶어요.
Q5. 나에게 서울대 기계공학부란?
저에게 서울대 기계공학부는 ‘통로’입니다. 지금까지 막연히 꿈꾸고 상상해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제 호기심과 열정을 마음껏 펼치고,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론을 넘어 내일의 가치를 구현하는
엔지니어를 향해
선준호
Q1. 서울대 기계공학부에 진학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시계나 자동차의 부품과 같은 기계의 작동 원리를 궁금해했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이 관심이 기계를 직접 설계하고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기계공학을 선택하게 됐고요. 서울대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고,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여러 방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Q2.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됐던 고교 시절 활동은?
고교 시절 해커톤과 발명 대회 등 다양한 교외 활동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답을 찾는 것을 넘어 문제를 정의하고 공학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때 몸으로 부딪치며 익힌 ‘문제 해결 능력’ 덕분에, 대학에 와서도 전공 수업이나 팀 프로젝트를 겁내지 않고 수월하게 해내고 있어요.
Q3. 졸업 후 진로 계획은?
일단은 취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이론에 머물기보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시스템이 작동하며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반도체 장비와 같은 정밀 가공·측정 분야부터 자동차, 항공우주 등 전통 기계공학까지 폭넓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실무 역량을 쌓으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해나갈 계획입니다.
Q4. 나에게 서울대 기계공학부란?
저에게 서울대 기계공학부는 공학적 깊이와 인문학적 넓이를 동시에 채워준 ‘성장의 요람’입니다. 수준 높은 전공 수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엔지니어로서의 단단한 기초를 다지는 한편, 사진이라는 취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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