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1212호

고3 선배맘의 지나고 나니 보이는 것들!

입시를 겪기 전에는 알 수 없었고, 겪는 동안에는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입시를 끝낸 10명의 학부모가 후회의 순간과 그 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취재 오혜진 리포터 ohj@naeil.com




선행보다 ‘기본기’가 우선

“지나고 보니 무리한 선행은 정말 소용이 없더라고요.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뒀을 때 주변에서 누구는 고2 수학을 끝냈다, 누구는 고교 수학을 두 번 돌았다고 하니 불안감이 컸어요. 안 따르면 고교에서 뒤처질 것 같고, 남들만큼은 끝내야 비슷한 출발선에라도 설 것 같았죠. 그래서 아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 단계를 밀어붙였어요. 그런데 고3이 되니 ‘건너뛴 부분’에 발목이 잡히더라고요. 문제를 풀 때마다 기본 개념에서 막히니, 결국 돌아와야 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제가 중요하다고 믿었던 게, 사실은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기록을 위한 활동으로 무리하지 않길

“아이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 학생부 기록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이전 학년 기록을 본 주변에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라는 말도 많이 했고요. 저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어요.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논문을 일일이 찾아가며 탐구 보고서를 쓰고, 하나라도 더 기록에 남길 활동을 하도록 아이를 이끌었죠. 그땐 그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고3이 되니 아이가 많이 버거워하더라고요. 공부와 활동을 병행하면서,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그래도 버텨냈는데 대입 결과는 기대와 크게 달랐어요. 처음엔 실망하고 시간이 아깝다 생각했는데, 무언가 놓친 건 없는지, 활동의 방향이나 내용이 괜찮은지 돌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씁쓸했어요.”


‘보통’이 아니어도 괜찮아!

“보통의 고등학생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어요. 아이가 일반적인 공부를 이어나가는 걸 힘들어했거든요. 부모로서 억지로 끌고 가는 게 맞나 계속 고민했죠. 답을 찾으려 성적이나 입시가 아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떤 걸 할 때 가장 힘든지, 어떤 순간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지를요. 고등학교 입학 후 지난한 시간을 보내다 고2 때, 아이가 예술 계열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했어요. 특히 1년 동안의 실기 준비 기간엔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공부할 때와 달리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끝까지 해냈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 이 아이는 이 길에서 힘을 내는구나’라고 처음으로 느꼈어요. 만약 저희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성적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등골이 서늘하더라고요.”




기본기보다 중요한 건 없다

“결국 다시 돌아오는 건 기본이더라고요. 입시를 치르면서 온갖 전략을 써보고, 선행도 하고, 활동도 채워봤는데 지나고 나니 남은 건 아이가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였어요.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리 앞서가도 적용이 안 되고, 고3이 되니까 그 빈틈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부모로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뭘 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더라고요.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서 아이가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든든한 ‘내 편’

“저는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아이 혼자 열심히 가는 게 아니라, 부모도 같이 한 방향을 보고 가야 하더라고요. 중간에 성적이 흔들리거나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가 있잖아요. 그때 부모까지 같이 흔들리면 아이는 더 불안해했어요. 그래서 입시 기간 내내 아이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괜찮다’였던 것 같아요. 부모가 끝까지 같은 편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었던 거의 전부였어요.”


화려한 전략 < 매일의 성실함

“저는 성실성이 중요했어요. 중간에 성적이 안 나온다고 공부를 쉬거나, 학원을 끊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회복하는 데 정말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땐 쉬게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완전히 손을 놓게 하는 건 오히려 더 힘들었어요. 화려한 전략보다 매일의 리듬을 지켜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꾸준히 하던 걸 계속하게 만드는 힘, 그게 생각보다 중요했어요.”


성적보다 더 흔들리는 마음을 사수하라

“저는 성적보다 아이 상태를 보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입시 초반에는 성적표만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 얼굴부터 보게 되더라고요. 잠은 제대로 자는지, 계속 예민하지는 않은지요. 내신이랑 모의고사 성적이 엇갈리면서 아이는 점점 불안해했어요. 그런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게 정말 힘들었죠. 지나고 나니 부모의 역할은 분명했어요. 아이가 무너질 때 붙잡아주는 것, ‘지금 네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성적은 다시 얘기할 수 있지만, 마음이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입시는 결국 아이의 몫

“입시를 끝내고 나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공부에 있어서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우리는 자꾸 더 도와주려고 하고, 더 개입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저의 가장 큰 역할이었어요. 아이의 의견을 우선으로 두고, 큰 방향만 같이 고민했죠. 결과가 어떻든, 그 선택이 아이의 선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부모는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사람이더라고요.”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오혜진 리포터 ohj@naeil.com
  • 고등 (2026년 01월 14일 1212호)

댓글 0

댓글쓰기
260105 초사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