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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호

상경·외교·물류·국제통상 등

유망 분야 특화한 인문계 특성화학과

2022 수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지원할 모집 단위 결정에 고민이 많을 시기다. 상대적으로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인문 계열에서는 진로를 정하지 못했을 때 단순히 ‘대학 간판’을 보고 원서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인문 계열에도 성격이 분명하고 차별화한 교육과정을 갖춘 학과들이 있다. 유망 산업 분야의 교육과정을 특화한 특성화학과다. 졸업 이후 취업 경쟁력도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단, 본인의 적성과 희망 진로를 기반으로 대학의 교육 지원이나 혜택을 꼼꼼히 살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지영 학과장(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이기현 학과장(한국외국어대학교 LD학부)
정제원 교사(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정호상 학과장(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대학 교육 지원 내용과 교육과정 꼼꼼히 따져봐야

특성화학과는 각 대학이 특정 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개설한 학과를 말한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생기기 시작해, 경제 경영 생명과학 첨단산업 의학 금융 융합기술 관련 학과 등 다양하다.

대학은 각 분야의 기존 학과를 통합해 운영하거나, 전통 명문 학과를 특성화학과로 전환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챙기는 학과인 만큼 장학금 지원과 기숙사 우선 배정, 해외 연수, 학과 실습과 연구 공간 지원 등의 특혜가 따른다. 학과에 따라서는 취업이 보장되거나 유리한 곳도 있다.

생명과학이나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자연 계열 특성화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문 계열 특성화학과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덜 알려진 편이다. 서울 숭의여고 정제원 교사는 “대학이 내세우는 특성화학과의 장점은 장학금 혜택이나 취업 경쟁력 등인데 자연 계열 학과가 특정 분야의 실용적인 ‘기술’을 익히는 반면, 인문 계열은 소양 중심의 ‘학문’을 배우다 보니 전공을 살린 취업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미는 전략 학과이긴 하지만, 대학에서 제공한다고 하는 특전에 현혹되기보다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실질적인 혜택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대학 일반 학과보다 합격선·경쟁률 높아

서울 주요 대학 중 인문 계열 특성화학과를 개설한 곳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국민대 등이다.

로스쿨 진학과 국가고시 대비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이나, 학업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글로벌경제학과·글로벌리더학부,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한양대 행정학과·정책학과·파이낸스경영학과 등이다.

한양대 행정학과 정책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는 자연 계열의 융합전자공학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에너지공학과 미래자동차공학과와 함께 대학이 지정한 다이아몬드 7학과에 속한다. 중앙대 공공인재학부는 행정, 정책, 법률 등의 공공 부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학과는 해외 복수 학위와 장학금 등의 특전이 있어 인문 계열의 다른 학과에 비해 합격선과 경쟁률이 높게 형성된다. 일례로 성균관대의 2020학년 정시 합격자 인문 계열 수능 환산 점수 평균을 보면 글로벌경영학과가 790.45로 최고점이었고, 글로벌경제학과(787.86) 글로벌리더학과(780.41)가 그 뒤를 이으며 경영학과(779.83)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 교사는 “각 대학의 특성화학과는 장학 혜택이 많고,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과 차별화한 커리큘럼을 내세우고 있어 학생들의 선호가 높다. 하지만 같은 대학 일반 학과에 비해 합격선이 높고 경쟁도 치열한 만큼 본인의 진로에 맞춰 학과를 잘 결정해야 한다. 특히 일정 학점 이상 받지 못하거나, 전과나 이중 전공 등을 할 경우 장학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조건을 둔 학과도 있으니 이런 점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외교, 세무 국가고시 등에 특화된 학과들

국제 외교 분야와 세무·회계고시 등에 특화된 대학은 한국외대 LD학부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등이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는 전국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개설된 세무 전공 학과로 차별화한 교육 시스템과 함께 등록금이 저렴해 선호도가 높다. 졸업 후에는 주로 세무 관련 공무원, 조세법률 전문가, 세무 전략 수립 전문가, 공인회계사·세무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국외대 LD학부는 외교관과 국제기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로 외교사관학교를 표방한다. 이기현 학과장은 “대학의 전략 학과 중 하나로 교육 지원도 많아, 신입생 대부분이 전액 혹은 반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온다. 입학 후에는 영어 외에도 UN 공용어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제2외국어로 필수 전공하며 국제관계, 국제법, 국제정치경제 3개 트랙을 통합해 배운다. 2014년에 신설해 역사가 길진 않지만 국립외교원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졸업생들의 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영어와 제2외국어 중요한 물류·국제통상 특성화학과

물류나 유통, 국제통상 분야를 특화한 학과도 있다. 중앙대 국제물류학부를 비롯해 인하대 아태물류학부와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등이다. 중앙대 국제물류학부의 교육과정은 내용적으로는 물류관리, 물류시스템과 IT, 운송물류경제, 무역과 통상, 산학 교과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물류 기업인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임직원이 전공 교과를 개설해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급변하는 동북아 시대를 주도하는 통상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다. 김지영 학과장은 “동북아 4개국의 경제와 각 국가 간 경제 관계에 대해 가르치는 한편,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영어를 중심으로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원어 강의를 진행한다. 학부 교육과정 동안 언어별로 원어민 어학 수업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특전으로는 해외 유학, 장학금, 기숙사 입사 지원 등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국의 8개 대학에서 1년간 유학할 수 있고, 등록금 전액 지원과 정규 학점 인정의 특혜가 있다”고 전했다.

졸업 후에는 금융, 경제, 통상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 국제통상직 행정고시를 준비해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하거나 국제기구 진출도 가능하다. 김 학과장은 “입학생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국 중 자신이 선택한 지역 전공 교과목을 수강하고 이후 해당 국가로 유학을 간다. 따라서 우리 학부에 관심 있는 중·고생이라면 본인이 미래에 공부하고 진출하고 싶은 국가를 정해 그 국가의 사회 환경과 경제 이슈를 꾸준히 살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열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하는 특성화학과

인문이나 자연 계열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특성화학과도 있다. 서강대 지식융합학부 아트&테크놀로지(Art&Technology) 전공과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부와 아태물류학부가 대표적이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은 인문학적 상상력, 문화예술적 감성, 첨단기술의 공학을 창의적으로 융합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졸업 후에는 콘텐츠·IT 분야로 진출하거나 콘텐츠·소프트웨어·하드웨어 관련 지적재산권 등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해 다양한 공부를 마친 뒤, 1학년 말에 주 전공을 결정한다. 입학 성적에 따라 장학금 혜택을 주고,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인하대 경영대학에 속한 글로벌금융학부와 아태물류학부는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에서 경영학 교육 분야 국제 인증을 취득한 학과로,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한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정호상 학과장은 “우리 학부는 국내외 인턴십 참여를 학점으로 인정해 학기제로 운영하고, 물류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최근 물류 분야도 경영학 경제학 산업공학 교통공학 무역학 등 여러 학문의 통섭적 지식이 필요한 만큼 학생들은 IT 무역 통관 법제도 신기술 등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고 있다. 국내 인턴십이나 취업 연계 산학 협력 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실용적 지식을 익히는 한편, 전공 강의 대부분을 영어로 진행해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해외 인턴십과 물류 탐방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국제 감각을 키울 수 있게 하는 등 폭넓은 장학 혜택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Mini Interview


“LD학부 교육 시스템 발판으로 외교부 외교관후보자 됐어요”


양지윤
외교부 외교관후보자, 한국외대 LD학부 졸업 예정


본인 소개와 함께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달라.

한국외대 LD학부에 2015학번으로 입학해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2020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해 현재 8기 외교관후보자로 국립외교원에서 연수 중이다. 외교관후보자 연수는 공직 소명의식, 외교 전문성·역량, 외국어 등 세 가지 분야의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46주간 진행한다. 연수를 마친 뒤에는 외무사무관으로 임용돼 외교관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외대 LD학부에 지원한 이유는?

국제정치학, 경제학, 국제법 등 다양한 학문과 언어를 한 곳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특전이 있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우리 학과의 큰 장점이다. 고교 시기에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LD학부 안에서 다양한 공부를 한다면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전공하고 배운 내용이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우선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됐다. LD학부의 다양한 커리큘럼은 시험 과목을 기초 단계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구성돼 있어, 외교관후보자 시험 준비를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다양한 특강을 통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났던 것도 외교관으로서의 자세를 익히고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외교관 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학과이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통해 나만의 관심 분야를 찾아 여러 방면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졸업생들은 외교관 외에 로스쿨, 통번역대학원, 공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한국외대 LD학부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에게 조언 한마디.

외교관을 꿈꾸거나 국제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LD학부를 통해 학문과 실무 모두에서 필요한 소양을 탄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교수님들께 언제든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내 선택을 의심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본인에게 잘 맞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인문 계열이라고 불안해하지 말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길 바란다.



“대학에서 배운 데이터 분석과 통계학, 물류 전문가의 길로 이끌었어요”


임진우
CJ대한통운 물류운영팀,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졸업


본인 소개와 함께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달라.

2016년에 인하대 아태물류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CJ대한통운 물류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물류센터에서 수불관리, 배차관리, 정산 등의 운영 업무를 했고, 지금은 중장기 전략 수립, 손익·지표관리 등 운영에 필요한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 특성상 여러 사람이 유기적으로 일해야 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정확한 물류 배송으로 고객에게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에 지원한 이유는?

처음에는 학과 이름이 생소해 정확히 어떤 분야인지 잘 몰랐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호기심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아태물류학부에 대해 찾아보게 됐고, 물류 전공 과목뿐 아니라 폭넓은 커리큘럼 안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점이 좋아 지원했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슬로건이 우리 학과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설명인 것 같다. 물류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는 어떻게 하면 물류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학에서 전공하고 배운 내용이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현재 팀 내 여러 물류센터의 운영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물류센터 운영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정리해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배운 물류 기본 지식과 다양한 사례는 물류 프로세스를 빠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데이터 분석, 통계학, 경영과학 등의 과목을 수강한 경험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분석을 이끌어내는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인문 계열 수험생에게 진로 전망과 관련해 조언해준다면?

나 역시 인문계 졸업생으로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인문 계열 전문 인력의 수요는 항상 존재하며,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우리 학부의 커리큘럼은 공급 사슬이나 전반적인 비즈니스의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여러 산업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특성화학과인 만큼, 풍부한 학생 지원 프로그램과 장학 제도도 마련돼 있으니 지원을 적극 고려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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