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 전형의 제출 서류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하다는 수험생이 많다. 이때는 각 대학의 인재상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재상은 대학 혹은 학과에서 ‘이런 학생을 뽑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인재상의 틀에 지나치게 갇힐 필요는 없지만,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지원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서류와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인재상,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엿봤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상근 교사(서울 덕원여자고등학교)·이재원 책임입학사정관(동국대학교)
장한별 선임입학사정관(서울시립대학교)·조효완 입학전형전담교수(광운대학교)·채용석 교사(서울 배명고등학교)
자료 각 대학 2022 모집 요강 ·학생부 종합 전형 가이드북
각 대학의 인재상, 같은 듯 다른 차이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제시되는 인재상은 대학이 뽑고 싶은 학생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대학이 인재 양성을 위해 추구하는 방향과 필요한 소양을 제시한 것이다. 대학마다 인재상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입학 정보 웹진 ‘아로리’를 통해 원하는 학생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하고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 학교생활에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학생,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경험을 지닌 학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공동체의식을 가진 학생 등 5가지로 제시했다.
대학에 따라 모집 단위별 혹은 전형별로 인재상이 세분화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모집 단위별 인재상을 상세히 공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덕원여고 김상근 교사는 “각 대학이 제시하는 인재상은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결국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목적은 동일하다. 일례로 고려대의 인재상은 ‘개척하는 지성, 창조적 인재, 정의로운 리더, 지혜로운 인재’이고, 경희대의 인재상은 ‘문화인(문화·예술적 소양) 세계인(외국어 능력) 창조인(수학·과학 재능)’, 중앙대는 ‘자율적 교양인, 실용적 전문인, 실험적 창조인, 실천적 봉사인, 개방적 문화인’이다. 이들 대학의 인재상이 얼핏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창의성, 학업 역량, 외국어 역량, 수학·과학 역량, 도전 정신’을 지닌 학생을 뽑겠다는 같은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아라
대학들의 인재상이 비슷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주요 대학들의 인재상을 추려보면, 상당 부분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 학업 역량과 탐구 역량, 인성 등을 기반으로 최근의 트렌드인 글로벌과 융·복합 소양 등을 강조하는 대학이 많다.
서울시립대 장한별 선임입학사정관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6가지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자기 관리, 지식 정보 처리, 창의적 사고, 공동체, 의사소통, 심미적 감성 등이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하듯, 대학과 학과에서 추구하는 인재상도 계속 변할 것이다. 추상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인재상과 관련한 평가 기준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별 인재상은 종합 전형의 평가 요소와도 밀접하다. 각 대학이 제시한 평가 요소를 꼼꼼히 살펴보면 대학별 인재상의 키워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중앙대는 종합 전형의 평가 요소로 개발한 ‘펜타곤’이 교육 목표에 기반한 인재상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한양대와 경희대는 ‘교양인 전문인 실용인 세계인 봉사인’ ‘문화인 세계인 봉사인’ 등의 인재상 키워드를 제시하고, 항목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표).
장 선임입학사정관은 “수험생이 평가의 기준을 정확히 알고 전형을 준비해야 하듯이 대학은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세부 평가 요소를 정교화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 인재상, 본인 경험 안에서 사례 찾아 연결
대학이나 학과에서 뽑고자 하는 학생의 모습은 이러한데, 정작 학생들은 엉뚱한 곳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흔하다. 일례로 사범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지역 교육 봉사를 해야 한다, 의학 계열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병원에서 도우미 봉사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특정 대학이나 모집 단위의 인재상을 잘못 해석하고 오해한 것이다.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모 대학의 교사 연수에서 한 입학사정관이 얘기하길, 학생들의 진로 희망이나 학과 접근법과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 학생들이 서류나 면접에 준비해 오는 것과 대학에서 뽑고자 하는 인재상은 간극이 크다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경영학부 지원 학생 10명 중 9명은 장래희망으로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가’를 언급한다고. 하지만 경제적 이윤 창출, 즉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경영학부에 지원했다는 현실적인 답변이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언론정보학부의 경우에도 많은 학생이 공익광고나 영상 제작 등에 무게를 두고 본인의 얘기를 풀어가려고 하지만, 정작 해당 학과에서 원하는 인재는 기획력과 발표력, 창의력이 우수한 학생이라 거리가 있다.
학교 밖 활동은 NO! 인재상에 얽매일 필요 없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의 인재상과 본인의 경험에서 접점을 찾아 효과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재상에 부합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학교 밖 프로그램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6개 대학 입학사정관이 연구해 발간한 <학생부 종합 전형 101가지 이야기>에서는 “대학의 인재상은 대학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특성이며, 입학 단계에서는 대학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광운대 조효완 입학전형전담교수는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를 뿐 아니라, 평가의 비중도 제각각 다르다. 각 대학의 인재상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 있으나,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거창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인재상을 사전에 확인하고,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수험 준비를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지원 대학의 인재상, 자기소개서 작성 시 활용하면 좋아
대학들은 주로 홈페이지나 모집 요강, 학생부 종합 전형 가이드북 등을 통해 인재상을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립대처럼 ‘학생부 종합 전형 모집 단위별 인재상’이라는 별도의 파일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탑재한 곳도 있지만, 모집 요강이나 전형 계획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대학도 있다.
김 교사는 “인재상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서울시립대처럼 학과별로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한 대학도 있어서 내 역량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학의 인재상에 ‘글로벌’이라는 어휘가 있다면 ‘어학 역량’을 본다는 의미이므로 영어 교과 성적이나 학생부 내용에 어학과 관련한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 ‘리더’라는 어휘가 있다면 당연히 학생부에는 ‘리더십’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어야 유리할 것이다. 유의할 점은 대학의 인재상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해서 ‘어학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평가 요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대학의 인재상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기록의 주체가 교사인 학생부는 인재상이나 평가 요소에 맞춰 수정하거나 미리 준비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반면 자기소개서는 교과와 교과 외 활동 영역에서 쌓은 경험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지가 온전히 수험생에 달렸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본인의 장점이 드러나도록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3번의 대학 자율 문항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문항 안에 대학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드러난다. 대학의 인재상은 이후 면접 준비까지 영향을 많이 미친다.
TIP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인재상 평가의 비중은?
학생부 종합 전형은 특정 영역에 국한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통해 보인 전반적인 성취도와 각 역량 사이의 균형적 성장과 우수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장한별 선임입학사정관은 “모집 단위별 인재상을 다면적 평가의 기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대학의 경우 인재상을 중심으로 학업·잠재·사회 역량 등 세부 평가 요소와 준거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많은 학생이 간과하기 쉬우나, 인재상에 충실히 부합되는 노력 과정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제출 서류를 통해 명확히 드러날 때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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