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展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기간 2021년 3월 3일까지
문의 02-567-8878
붓을 놓고 가위를 든 색(色)의 마술사
나이 듦이 서글퍼지는 순간은 늙지 않은 정신을 육체가 감당해주지 못할 때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색감, 거친 붓질의 그림으로 ‘야수파’라 불리며 당시 화단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 72세 나이에 건강을 잃고 더 이상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포기를 모르는 노(老)예술가는 침대와 안락의자에 몸을 뉘인 채 가위를 집었다. ‘컷아웃(cutouts)’기법, 마티스의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 순간이다. ‘색의 마술사’라는 명성답게 단순하고 선명한 색의 색종이로 역동적인 선과 포즈를 담아낸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 <재즈> 시리즈를 만나보자.
아는 만큼 ‘더’ 보인다
20세기 회화의 혁명가, 앙리 마티스
강렬한 색채로 대표되는 야수파의 대표적 화가. 피카소, 칸딘스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꼽힌다. 1869년 프랑스 북부에서 태어난 마티스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률가가 됐지만 급성 맹장염으로 2년간 병석에 누워 있다 뒤늦게 그림을 접하며 미술로 전향한다.
1892년, 화가가 되기 위해 미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인상파, 세잔, 신인상주의 등을 깊이 탐구했다. 1905년에 화가 앙드레 드랭과 프랑스 남부를 여행하며 색채와 빛을 표현하는 기법을 연구해 혁신적인 회화 기법을 발전시켰고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된 작품을 본 비평가들은 그림의 ‘야만적인’ 색채와 파격적인 주제에 충격을 받아 두 화가를 ‘야수들’이라 칭하며 폄하했다. 훗날 마티스와 드랭의 명성이 높아지자 ‘야수주의’는 하나의 미술 운동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1941년 마티스는 십이지장암과 폐색전증을 앓게 된다. 독한 유화 물감을 멀리하라는 의사의 조언에 긴 막대기 끝에 붓을 매달아 그릴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했다. ‘조화, 순수, 평온이 깃든 작품’을 추구한 마티스는 병석에서도 ‘컷아웃’ 기법을 도입해 선과 색이 하나가 된 예술을 창조해냈다. 대표 작품으로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 화실> <폴리네시아 하늘> <이카루스> 등이 있다.
주목! 미술관 강추 작품 3
<블루누드Ⅱ>
마티스의 컷아웃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블루누드>와 <재즈> 시리즈다. 블루누드는 단순해 보이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리듬감과 운동감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이는 마티스가 끊임없이 사람의 관절을 관찰해 어디를 띄우고 어느 부분에서 각지게 해야 운동감이 느껴질지 계속해서 연구한 덕분이다.
<이카루스>
재즈’는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 장르다. 컷아웃도 손가는 대로 가위질해서 만들어낸 모양이다. 둘의 즉흥적인 작업 방식이 비슷해 마티스는 작품집 제목을 <재즈>라 했다. <재즈>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이카루스>, 신화 속 이야기처럼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하는 것 같지만 다시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티스 채플>
마티스는 간병인이었던 자크 마리 수녀의 부탁으로 1948년부터 4년에 걸쳐 프랑스 방스에 위치한 로사리오 성당의 평면 설계부터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 벽화와 장식, 사제복에 이르기까지 성당 내 모든 부분에 힘을 쏟았다. “이 작품은 평생 진실을 찾으려 노력한 내 삶의 결과다.” 결국 성당은 마티스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역작이 됐다.
공간까지 즐긴다! 오감만족 감상 꿀팁
전시회 메인 작품이자 추락과 상승을 동시에 표현한, 마티스 컷아웃의 결정체 <이카루스>를 주목하자. 고대 신화 속 이카루스는 미로 동굴에 갇혀 있다 빠져나와 깃털로 만들어진 날개를 밀랍으로 고정해 도망친다. 자유를 만끽한 비행의 즐거움은 과욕을 낳았고 태양 가까이에 간 이카루스는 밀랍이 녹아 추락한다. 비록 건강 악화로 육체는 추락하고 있지만 정신은 여전히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는 마티스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인트로 구간, 병상에서 종이를 오리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노년의 마티스를 담은 영상을 놓치지 말자.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배가시킬 수 있다.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양질의 전시·공연과 친해져볼까요? 가보고 싶지만 잘 알지 못한다며 멈칫했던 분들, 좀 더 깊게 예술을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내일교육>이 배경지식부터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감상 꿀팁까지 안내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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