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4
“정의에서 출발한 기자의 꿈,
세계를 품은 무역 전문가로 진화 중이에요”
초등학교 장래 희망 발표 시간에 “내 꿈은 어벤저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정의로운 삶을 꿈꿔온 덕성여대 신입생 최수빈씨. 고등학교에 들어가 비로소 ‘기자’라는 직업에서 그 지향점을 찾았다. 고교 3년간 교내 독서 토론 동아리와 사회과제연구 활동, 언론 미디어 자율동아리에 정성을 쏟았고, 이런 노력은 학생부 곳곳에 땀과 열정의 흔적으로 묻어났다. 자연스럽게 여섯 번의 수시 지원도 철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언론정보학, 자율전공학부 등 인문·사회 분야로 쏠렸고, 바라던 대로 덕성여대 글로벌융합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빈씨는 “대학에 오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어벤저스’에서 ‘기자’로, ‘기자’에서 다시 ‘무역 전문가’로 한층 진화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수빈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최수빈
3년간 변하지 않은 진로 희망, 정의로운 삶에 끌리다
고등학교 학생부 진로 희망 란에 3년간 자리 잡은 단 하나의 단어는 ‘기자’다. 어릴 때부터 ‘정의로운 삶’을 선망했기에 막연히 정의 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직업에 끌렸다.
“평소에 사회 문제나 경제,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잘 찾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뉴스와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즐거웠죠. 자연스럽게 학교 활동도 독서나 토론, 백일장, 논문이나 보고서 작성 등 인문사회 분야로 초점을 맞춰 진행하게 됐고요.”
그렇다고 1학년 때부터 언론정보학과 진학을 목표로 체계적인 입시 준비를 한 건 아니다. 고등학교 입학 첫해는 독서 토론 동아리처럼 하고 싶은 활동만 하며 즐겁게 생활하기 바빴다. 보기보다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1학기 학급 부회장과 합창제 지휘자, 독서 토론 동아리의 1학년 부장 역할까지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교과 성적은 좋지 못했다.
“솔직히 그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전혀 몰랐어요. 언론인이 되겠다면서 정작 국어 성적이 1학기엔 3등급, 2학기엔 5등급까지 떨어졌으니까요. 2학년이 되고 학생부 종합 전형 지원을 마음 먹고 보니, 무엇보다 성적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지더라고요. 책을 한 권 읽더라도 어떤 책을 읽을지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예요.”
‘댓글 릴레이북’ ‘마인드맵’ 등 나만의 공부법으로 성적 상승
심기일전했지만,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이라 자부한 2학년 1학기 <문학> 성적마저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과 교과서를 달달 암기하며 나름대로 완벽히 공부했다고 믿었던 터라 실망은 더욱 컸다.
“1학년 때 크게 오르지 않은 점수를 받고 이유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공부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때 ‘댓글 릴레이북’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평소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잘 이해되지 않으면 기사에 달린 댓글을 찾아 읽는 습관이 있는데,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거예요. 문학 작품을 읽은 다음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달고, 그 밑에 책이나 영상, 논문 등을 찾아 얻은 답글을 제가 스스로 붙여가는 방식이에요.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릴레이를 하듯 댓글에 또 댓글을 달면서 저만의 학습법을 완성했어요.”
다른 친구는 절대 알 수 없는 나만의 방법으로 실천하는 공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이 공부 방법을 <문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적용하면서 차츰 확장해나갔다.
“2학년 2학기에 <문학> 1등급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방과 후 수업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신청해 들으면서 수학 성적까지 오르니 공부에 한층 자신감이 생겼죠. 그전까지는 책을 문학 위주로 읽고, 비문학은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비문학에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에 막혀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는 게 원인이었죠. 훌륭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사회과학 분야의 배경지식을 쌓는 건 필수라고 생각해 매일 5분씩 시사 뉴스를 챙겨 봤어요.”
새로 배운 시사 용어는 마인드맵 방식을 활용해 익혔다. ‘캥거루족’이라는 용어를 접했다면 ‘모라토리엄’ ‘한국 청년’ ‘부모 의존 문제’ 등 가지를 뻗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편독 습관을 고치려고 시작한 활동으로 사회 현상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까지 기를 수 있었다.
‘사회과제연구’ 활동 통해 사회 문제 바라보는 시각 키워
수빈씨의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이 이렇게 진일보한 데는 2학년 때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참여한 ‘사회과제연구’ 활동이 기폭제가 됐다. 주변 학교와 공동으로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소수 학생을 선발해 경제 행정 정치 등 다양한 학문을 주제로 자료조사와 논문 작성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학교별로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 활동했는데, 그 안에서 경제와 무역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막연히 글을 읽고 작성하는 쪽에만 집중했지만, 경제를 접하면서부터는 세상이 훨씬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죠.”
사회 전반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는 건 물론, 지역 사회의 문제점을 고찰하고 개선 방안을 탐구해 결과를 도출하는 활동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2학년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역 구의회에서 ‘5분 발언’의 기회도 얻었다.
“심화 방과 후 활동으로 논술 수업을 들으면서 각종 사회 쟁점에 대해 나만의 의견을 정리하고 글쓰는 활동을 이어갔어요. 한 가지의 이슈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훈련의 시간이었죠. 이런 시간이 구의회에서 대표로 발언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지역 아파트의 교통과 입지, 생활 시설 등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드러나지 않은 사회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죠.”
확고한 진로 희망 기반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에 만전
마음먹은 일은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하는 장점을 살려 자기소개서와 면접도 성실히 준비했다. 진로가 명확한 만큼, 친구들에 비해 종합 전형을 대비하기가 수월했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학생부 각 항목의 내용들이 ‘언론인’이라는 한 방향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나만의 스토리를 잡기도 쉬웠던 것 같아요. 특히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면접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장 중요하게 준비한 부분이 ‘끌려가지 말고, 면접의 주도권을 내가 잡자’였는데, 대체로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100개가 넘는 예상 질문을 밤새워 뽑은 다음, 학교 선생님들과 면접장 입장부터 인사, 답변, 퇴장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덕성여대 홈페이지는 물론 학생홍보팀인 ‘빛내미’ 블로그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보답이라도 하듯 수빈씨는 지금 ‘빛내미 26기’로 뽑혀 활동 중이다.
“면접 때 제가 읽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과 관련해 ‘미디어의 범위를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아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미디어의 범위를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지금도 1인 미디어, 인플루언서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미디어를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답변했어요. 면접 후반부에 ‘창의적 지식인, 협력하는 전문인, 실천하는 시민’이라는 우리 대학의 인재상에 관한 질문도 있었어요. 예상 질문이었던 만큼, 준비한 대로 제 꿈과 접목해 앞으로의 포부를 차분히 설명했는데, 면접관님이 학생의 꿈을 꼭 이루기 바란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뭔가 예감이 좋더라고요 하하.”
내가 바로 덕성여대 글로벌융합대학의 최대 수혜자!
수빈씨는 덕성여대에 입학한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와 고등학교 ‘사회과제연구’ 활동에서 잠깐 접한 경제학과 무역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고, <사회학> 수업과 병행해 <국제통상학> 전공 탐색 수업을 수강했다. <경제와 사회> <전문영어> 수업까지 듣고 나니 무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급기야 언론에서 무역 분야로 진로 희망이 바뀌는 상황에 놓였다.
“어찌 보면 입학 당시에 학과를 정하지 않고 1년간 다양한 학문을 접하면서 진로를 재탐색하는 글로벌융합대학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학과를 정하고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면 제 안에 잠재돼 있던 흥미와 적성을 아직도 찾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국제무역 전문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건 순전히 우리 대학의 열린 학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기자에서 무역 전문가로 꿈의 빛깔이 달라지긴 했지만, ‘사람을 위해 이롭고 정의로운 일을 하리라’는 수빈씨의 신념은 여전히 변함없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독서 토론 동아리의 1학년 부장으로 활동 준비와 진행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매 활동마다 활동 후기를 작성하면서 의미를 정리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자기 성장의 계기로 삼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 수행평가 ‘수출 기획안 작성’에서 부스트 옥시겐(산소캔)을 중국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함. 중국의 부유층, 고산지대 사람들,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휴대 가능한 산소캔을 만들어 팔겠다는 기획이 참신했음. 중국의 지리적·환경적·문화적 요소들을 조사·분석해 설득력을 더했고, 참신한 PPT로 급우들의 큰 호응을 얻음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언론 미디어 자율동아리에서 방송기자 역할을 담당해 취재와 기사 작성, 보도를 함. 뉴스의 제작 과정과 방송기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됨. ‘언론이 지향해야 할 자세’를 주제로한 토의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생각을 발표해 호응을 얻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법과 정치> 2학기에 진행한 ‘노키즈 존, 지하철 노인 무임 승차제, 선거 연령, 무상급식’ 관련 CEDA 토론에서 토론의 절차를 잘 이해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고 효과적인 말하기 전략으로 상대의 주장을 반박함.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참신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나의 진로 보고서 작성하기’ 활동을 하며 시사 관련 도서를 읽고 뉴스 보는 것을 즐기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함. 친화력이 좋으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실을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가치관과 연계해 진로를 탐색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고전>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고 감상문을 작성해 제출했는데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황색 언론과 가짜 뉴스의 폭력성과 부조리를 냉철하게 비판함. 상대방의 말을 차분히 들은 후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 장차 자신의 진로 분야에서 큰 성과와 발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됨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나만의 <문학> 공부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안한 ‘댓글 릴레이북’과 ‘용어 마인드맵’ 활용에 관한 경험을 소개했다. 문학 작품을 읽고 생긴 질문을 정리하고 질문에 대한 댓글을 꼬리물기 하듯 다는 방식, 한 용어에서 파생된 새로운 용어들을 가지 뻗기 하듯 정리하는 방식 등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한 결과, 성적 상승을 이룬 내용을 정리.
▒ 2번 교내 활동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부장으로 활동하며 글을 분석하고 읽는 습관을 갖게 됐고, 선입견과 편견 없이 문학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된 경험을 정리. ‘직업 기자의 세계’라는 진로 강연을 들은 뒤, 자율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조지 오웰의 글쓰기 기본 6원칙’을 바탕으로 글쓰기 실력을 다진 내용을 설명했다.
▒ 3번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실천 사례 7년째 요양원에서 가족봉사를 하며 만난 환자들을 통해 나의 입장과 다른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게 된 경험을 소개. 2학년 학급 부회장이 된 후, ‘학급 성적을 올리겠다’는 선거 공약의 실천을 위해 <법과 정치> 학급 멘토를 자원해 매주 학급 게시판에 교과서 내용과 연관된 기사 3꼭지를 요약·게시한 경험 등을 적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부드러운 듯 강한 외유내강의 매력,
진로 앞에선 거침 없는 학생이었죠”
수빈이는 차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안에 강한 힘이 느껴지는 학생이에요. 첫인상은 가냘프고 여린 듯 보이지만, 막상 얘길 나눠보면 똑부러지고 다부진 모습이었죠. 학급 임원은 물론이고 웬만한 학교 활동은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기자라는 본인의 진로 희망에 확신을 갖고 관련 활동을 주도적으로 하는 한편, 관련 독서도 꾸준히 깊이 있게 했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길 좋아해 주변에 늘 친구들이 많았죠. 본인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절대 허투루 하거나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고 자신의 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합니다. 본인의 바람대로 국제 무대에서 제 역할과 본분을 다하는 인재로 성장하리라 믿어요.
_ 2학년 담임 주문희 교사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