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3
뒤늦게 찾은 물리 재능으로 엔지니어 꿈꿔요
서울과학기술대 MSDE(Manufacturing System and Design Engineering)학과 신입생 김지윤씨의 꿈은 원래 보컬리스트였다.
전북 전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공부만큼은 꼭 ‘큰 물’에서 하고 싶어 서울로 개인 레슨을 다니며 열정을 쏟아부었다. 서울실용음악고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고등학교에 와서도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방황도 잠시, 지루한 암기 과목이 싫어 선택한 <생명과학>과 <화학>에서 공부의 재미를 느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익히는 <물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윤씨는 6장의 수시 원서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의 기계공학과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했고, 원하던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보컬리스트에서 기계공학자로 그의 마음이 움직이기까지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김지윤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전주솔내고 졸업
이토록 재미있는 공부가 있다니! <물리>를 만나기까지
“다른 과목을 공부하다가 지치고 힘들 때 저를 위로해줬던 과목이 바로 <물리>였어요. 추상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이던 ‘역학’의 다양한 현상을 머릿속으로 그림 그리듯 형상화하면서 이해하는 게 시작이었죠. 공부를 할수록 이보다 더 명쾌하고 선명한 학문이 없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지윤씨의 관심은 온통 실용음악에 꽂혀 있었고, 교과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고입의 좌절을 맛본 후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마음을 다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고.
“1학년 초 무렵엔 관심도 없는 골프 동아리에 덜컥 가입할 정도로 방황을 좀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저희 반 수학 선생님을 만나 상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요. 선생님의 조언 한 말씀 한 말씀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바로 보충학습을 신청하고,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했죠. 그 기간을 돌아보면 늘 흔들리고 불안했지만 울면서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공부가 조금씩 재미있어졌다. 친구들에게 설명하기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인 데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특히 <물리>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쉬는 시간에 제가 먼저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를 ‘물리 여신’이라 부르던 순간, 누군가에게 능력으로 인정받는 기쁨이 이렇게 크다는 걸 처음 깨달았죠.”
교과서 너머 물리의 세계가 궁금해!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물리> 수업에서 지윤씨가 특히 흥미를 느낀 내용은 ‘일-에너지 정리의 증명’에 관한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일정한 힘과 관련된 문제만 다뤘기 때문에 등가속도 공식을 이용했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는 일정하지 않게 작용하는 힘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더 깊이 알고 싶어서 혼자 책 내용 중 ‘일과 운동에너지’ 단원을 읽고 변화하는 힘에 의한 일에 관해 탐구를 시작했어요. ‘구분구적법’ ‘정적분의 정의’처럼 <미적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뤄 식을 전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수식의 전개 과정 개념을 글로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교수님의 ‘일-에너지 정리’ 영상 강의를 찾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이후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정리한 내용을 수학 선생님께 다시 확인받았고요.”
제한된 틀 안에 갇히기보다는 더 심화해 탐구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기르는 훈련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열정 넘치게 수집한 학과 정보와 철저한 면접 준비
이런 지윤씨의 탐구 열정은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MSDE학과에 대한 정보 검색을 진짜 많이 했어요. 융합적인 커리큘럼을 갖췄다는 점,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해 복수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은 물론이고,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필수여서 다른 학과에 비해 학비가 조금 비싸다는 것까지 파악했죠. 개별 문항인 자기소개서 4번을 쓸 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 MSDE여야 하지?’라는 질문을 제게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아요. 다른 학과와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제 진로와 결합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그런 노력의 시간이 좋은 면접 결과로까지 잘 이어진 것 같아요.”
서울과학기술대의 면접은 제출 서류에 대한 확인을 통해 인성과 의사소통 능력, 논리적 사고력,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형식이다. 지윤씨는 미리 면접 기출문제를 구해 반복해 연습하는 건 물론, 학생부 각 항목에 맞춰 예상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달아 준비했다.
“면접장에서 <물리Ⅱ> <화학Ⅱ>를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을 첫 번째로 받았어요. 등급 확보가 유리한 과목과 제가 좋아하는 과목 사이에서 결정하기 힘들었지만, 꼭 필요하고 하고 싶던 공부였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다음은 ‘볼펜 속도 구하기’ 문제를 받았는데, 일정한 높이에서 볼펜을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닿기 전 볼펜의 속도를 구하는 문제였어요. 너무 긴장한 탓에 1m라는 높이의 조건을 듣지 못했고, 제 손의 길이와 닮음비를 활용해 높이를 구하고 설명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높이를 재차 언급해주셨죠. 당황스러운 순간이긴 했지만, 오히려 높이를 구하려고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두려워하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전한 시간들
지윤씨는 교내 체육대회에서 800m 계주 대표 선수로 출전해 2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수학 독서 발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금상을 받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했다. 체력왕 선발 콘테스트, 현장 체험 학습 보고서, 수학 독서 발표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 글짓기 공모전, 수학 경시대회 등 교내대회에 빠짐없이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교생활은 전교 학생회장 선거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2년간 학생회에서 총무부 차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떨어졌어요. 그때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말은 ‘두려워하지 말고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전하자’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죠. 이후 학급 안에서 학력 신장부 부장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친구들과 호흡할 기회가 생겨 더 좋았어요. 학업 채팅방을 개설해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즐거움과 함께 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 기뻤죠.”
돌고 돌아 결국 찾은 기계공학 분야 진로
뛰어난 노래 실력과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있었다. 합창대회 때 1, 2학년 연속으로 학급 지휘자를 맡아 선곡부터 연습,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을 이끌었다.
“진정한 리더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반 친구들을 배려하며 화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결과에 대한 부담과 집착을 버리고 친구들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한결 부드럽게 문제가 풀렸어요.”
지윤씨는 궁금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 해결하는 고교 3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도 조금씩 다져갔다. 돌고 돌아 그가 현재 머문 곳은 물리를 기반으로 한 기계공학 분야다.
“제 학생부를 보면 생명공학 분야, 조향사, 기계공학자로 학년마다 진로 희망이 바뀌었어요. 전공 공부를 하면서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어떤 직업이 됐든 기계공학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개발이나 인공 장기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금 더 넓혀 생명공학이나 의료 분야 관련 장비를 특허·출원하는 쪽의 변리사 업무도 보람 있을 것 같고요. 이 세상에 제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자신감이 있으니까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교 축제인 송향제의 학급별 무대 공연으로 합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휘자 역할을 맡아 재치 있게 지휘하면서 학급의 단합된 힘을 보이는 데 일조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수업 시간에 <착한 수학>이라는 책을 읽고 ‘학교 수학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담은 독서감상문을 작성함. 수학이 입시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에 집중하길 바라는 내용으로 발표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교내 실험 동아리에서 팀장으로서 정확하고 안전한 실험을 주도했으며, 팀원 간의 갈등을 조정함. ‘플라스틱의 대체품인 천연 빨대의 효용성과 활용 방안’에 대한 토론 시간에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팀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Ⅰ> 방사선을 주제로 심화 과제 수행 시, 방사선의 정의와 방사선의 유해성을 조사하고, 라돈 침대 관련 기사를 찾아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공학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읽은 뒤 4대 역학의 정의와 자동차, 마이크로 로봇, 원자력 발전소 등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기계에 적용되는 4대 역학의 활용 분야를 탐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Ⅱ>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공부하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학생으로 물리적 사고력이 눈에 띄게 발달함. 모둠 학습을 할 때 친구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우면서도 정확하게 개념을 전달해 큰 신뢰를 받음. 배려심과 재치가 있어 친구들이 함께 모둠을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매 시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모둠을 이끌어나감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책 <알기 쉬운 기계공학>을 읽고 에너지에 대해 탐구하던 중, 추상적인 물리적 과정이며 정의하기 어려운 에너지의 개념을 그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일’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수식적으로 표현한 ‘일-에너지 정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 이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탐구한 내용과 경험을 적었다.
▒ 2번 교내 활동 1, 2학년 학생회 총무부 차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발판 삼아 ‘모두가 평등하게,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내용을 적었다. 낙선하긴 했지만, 이후 학급의 학력 신장부 부장을 맡아 친구들에게 힘이 돼주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한 경험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 4번 지원 동기와 노력한 과정 서울과학기술대 MSDE학과의 융합적 커리큘럼과 마이크로, 나노 관련 실습 연계 프로그램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학과라는 점을 피력했다. 3학년 <물리Ⅱ> 토론 수업에서 선생님이 제시한 문제 풀이 방법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의 해결 원리에 주목해 또 다른 풀이법을 연구하고 창의적 사고력을 기른 경험 등을 적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넘치는 자신감과 재치가 있는 학생, 수학 발표 시간 때 첫눈에 알아봤죠.”
지윤이는 1학년 신입생 때 첫 느낌이 가장 인상 깊어요. 수학 시간에 책을 한 권 읽고 독서감상문을 PPT 자료로 만들어 발표했는데, 가장 완벽하게 준비하고 발표한 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기초라 어색하고 떨릴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재치 있게 발표해 눈길을 끌었어요. 자연 계열이라 3년 내내 제 수업을 들었는데, 늘 적극적이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어요. 특히 진로 고민이 많아 수시로 저를 찾아와 상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와 <화학>이 너무 좋고 본인의 진로와도 부합하는데, Ⅱ과목을 선택하자니 등급이 걱정된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결국 30명이 선택한 고3 1학기 <물리Ⅱ>에서 1등급을 받으면서 보란듯이 그 걱정을 날려버렸죠.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걸 해내는 학생이에요. 지윤이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 진로 설계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흐뭇합니다.
_ 수학 담당 최현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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