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인천 콜라보마이스컨벤션센터에서 국가교육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현장 토론회 ‘국민과 함께 그리는 미래 대입제도’가 열리고 있다. ⓒ연합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참여위원이 절반을 넘었지만 숙의를 거친 뒤 그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교육적 효과에는 공감하면서도 수능에 적용하려면 채점 공정성과 사교육, 학교 현장의 준비 여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신중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면 도입보다 일부 영역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가 실렸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공개한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대입제도’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결과에 따르면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5%,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41.7%였다. 숙의 전보다 필요 응답은 2.8%p 줄고 불필요 응답은 3.9%p 늘었다.
자유의견에서는 구체적인 도입 일정과 채점 체계, 시범 운영 등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반대·유보 의견 가운데서도 서·논술형 평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조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공감 커
채점 신뢰성이 최대 난제
고교 내신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정기시험에서 서·논술형 문항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72.8%로 수능보다 17.3%p 높았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2.8%였다. 다만 내신에서도 숙의 뒤 필요 응답은 3.3%p 감소했다.
도입 방식에서는 단계론이 우세했다. 수능 전 영역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일부 영역에 도입한 뒤 확대’가 36.7%, ‘일부 영역에만 도입’이 30.0%였다. 출제 비중은 40% 미만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42.8%로 가장 많았다. 도입 시기도 뒤로 밀렸다. 2033~2034학년 선택율은 숙의 전 31.1%에서 21.7%로 낮아졌다. 반면 2037~2038학년 선택율은 22.8%에서 39.4%로 16.6%p 높아졌다. 국교위도 숙의 뒤 도입 방식과 비중, 시기에서 신중한 응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국교위 현장토론회에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학교 평가와 일부 영역부터 적용한 뒤 대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편 9월 초 국교위 회의에서는 수능 서·논술형 도입을 놓고 AI 채점의 공정성과 학생·교사 부담, 사교육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채점 공정성이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에서는 같은 답안도 조건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고 점수 산출 과정의 투명성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수능처럼 결과의 영향이 큰 시험에서는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인간의 검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교위 역시 인간의 판단을 중심에 두겠다는 입장이다. 차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인간 채점이 중심이고 AI는 보조 수단”이라는 원칙을 밝히며 서·논술형 문항과 AI 채점 도입 모두 충분한 공론화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업·학습 변화 기대는 높아
서·논술형 평가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숙의 뒤 수업 방식 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1.7%, 능동적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1.1%였다. 사고력·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66.1%가 동의했다.
이번 숙의는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보다 적용 범위와 속도가 더 큰 쟁점임을 보여준다. 채점 신뢰성과 사교육 문제, 학교의 준비 여건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제도 개편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작년 수능도 N수생 강세… 국·수 평균 12~13점 높아
지난해 치러진 2026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졸업생 등 이른바 ‘N수생’이 고3 재학생보다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위권을 가르는 2등급 이내 비율 격차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좁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2026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졸업생의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109.4점으로 재학생 96.1점보다 13.3점 높았다. 수학도 졸업생이 108.6점으로 재학생 96.5점보다 12.1점 높았다. 검정고시 출신은 국어 99.3점, 수학 95.6점이었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는 졸업생의 1·2등급 비율이 25.3%로 재학생 14.2%보다 11.1%p 높았다. 졸업생 1등급 비율은 4.8%, 재학생은 2.4%였다. 검정고시 출신의 1등급 비율은 2.7%였다.
N수생 강세는 2022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재학생과 졸업생의 2등급 이내 비율 차이는 국어 10.8%p, 수학 12.8%p, 영어 11.1%p로 모두 최근 5년 사이 가장 작았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수능에서는 N수생 규모가 더 커졌다. 2027 수능에 지원한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은 19만6천473명으로 2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상위권 N수생이 얼마나 유입될지가 올해 수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학생 성적은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도시 학교 평균은 국어 98.9점, 수학 99.1점으로 중소도시와 읍면지역을 앞섰다. 서울은 국어 102.4점, 수학 102.3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영역 모두 100점을 넘었다. 성별로는 국어에서 여학생이 100.5점으로 남학생 99.5점보다 높았고, 수학은 남학생이 102.7점으로 여학생 97.0점을 앞섰다.
교육교부금 개편, 안정화인가 증가 억제인가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에서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 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새 산식을 추진하면서 교육재정의 ‘안정성’ 논쟁이 커졌다.
정부가 이달 국회에 제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변화율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해 총액을 정하는 내용이다.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반영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에서 기존 방식이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세수에 따라 움직이는 문제가 있다며 새 산식이 재정의 안정적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대측은 총액보다 실제 가용재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교부금 증가액이 인건비 증가액을 밑돌면 운영비와 시설비, 신규 사업 여력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정부가 내년 교부금이 올해보다 7조2천억 원 늘어난다고 설명하지만 추경을 포함하면 증가액은 2조4천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보전재원 일몰 등을 반영하면 실질 순증은 2천259억 원인 반면 인건비와 필수사업 지출은 3조1천400억 원 이상 늘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2천259억 원은 협의회 자체 계산이어서 정부 추계와 같은 기준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면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도록 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위기 때 교육청만 전년도 수준을 보장받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송 총장은 인건비 증가를 감안하면 총액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국 쟁점은 교육재정의 ‘안정’을 무엇으로 볼지에 있다. 세수 변동을 줄이고 총액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안정이라면 정부안의 장점이 부각된다. 반대로 인건비와 필수지출을 제외한 실제 가용재원을 기준으로 보면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국회 심사에서는 전년 대비 증가액보다 현행 제도와 비교한 교부금 규모와 실제 가용재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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