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2일 서울 종로학원 본원에서 재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뉴스 사진)
2027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지난해 수능보다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 하지만 입시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졸업생 등 N수생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데다 자연 성향 수험생의 사회탐구 응시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시험 난도 못지않게 응시 집단 변화와 탐구 영역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오는 11월 수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모평, 전년 수능보다 쉽게 출제
2일 치러진 9월 모의평가를 분석한 EBS 현장교사단과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국어는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쉬운 수준이었다. 국어는 지문의 정보량과 구조를 조절해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일부 문항은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아 시간 관리 능력에 따라 체감 난도가 달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수학은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워졌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지만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EBS 현장교사단은 지난해 9월 모의평가 및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 메가스터디교육은 6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판단했다. 공통 과목에서는 21번과 22번이 변별력 있는 문항으로 꼽혔다. EBS 현장교사단은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기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고난도 문항의 소재도 특정 단원에 치우치기보다 여러 개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도록 구성돼 단원별 출제 예측보다는 기본 개념을 폭넓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뚜렷하게 쉬워졌다. 지난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도 4%대에 머물렀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시험의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학생 줄고 졸업생은 역대 최대
탐구 선택 이동에 지원 전략도 변수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9월 모의평가 지원자는 50만128명이었다. 재학생은 38만8천203명으로 전체의 77.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시험보다 2만2천7명 줄었다.
반면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등은 11만1천925명으로 1년 전보다 6천235명 늘었다. 전체 지원자의 22.4%로 평가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1학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은 2만 명 넘게 줄었지만 졸업생 등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의대 모집 인원 증가와 2028학년 대입 제도 개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대입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수능이라는 점에서 졸업생의 재도전 수요가 커져, 일각에서는 올해 수능 N수생이 19만~20만 명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탐구 영역 선택 변화도 뚜렷하다. 이번 9월 모의평가 사회탐구 지원자는 43만2천504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1천55명, 10.5% 늘었다. 반면 과학탐구 지원자는 20만1천60명으로 4만6천366명, 18.7% 감소했다.
이로 인해 대학별 반영 방식이 유불리를 좌우할 전망이다. 대학마다 과학탐구 지정 여부와 가산점, 탐구 영역 반영 방법 등이 달라 같은 점수를 받아도 지원 가능 대학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첫발은 3개 대학 집중 지원
이재명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3개 지역 거점 국립대 집중 지원으로 시작된다. 선정 대학에는 올해 약 700억 원이 추가 투입되고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약 800억 원이 더 지원된다. 다른 지역 거점 국립대보다 대학당 약 4천억 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최근 부산대·전남대·충남대를 '지역 성장을 견인할 국가대표 거점 국립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학부교육 혁신을 위한 일반재정지원까지 포함하면 올해 지원액은 지난해보다 대학당 약 1천억 원 늘어난다.
당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를 포함한 10개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지역 연구와 인재 양성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예산과 성과 가능성을 고려해 준비도가 높은 일부 대학에 먼저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선정 기준도 대학 자체 경쟁력보다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부산대는 조선·해양·기계 등 동남권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전남대는 반도체·에너지·AI를, 충남대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각각 내세웠다.
세 대학이 영남·호남·충청권에서 각각 한 곳씩 선정됐지만 교육부는 지역 안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공간 대전환 정책과의 정합성, 지역·산업 여건, 대학의 준비도와 성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예산 사용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성과에 따라 지원액을 차등할 방침이다. 별도 성과관리위원회를 두고 투입부터 산출·결과까지 단계별로 점검한다.
향후 국회 예산심의 과정 등을 거쳐 지원 대학을 추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첫해부터 3개 대학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지역대학의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이 지역 거점 국립대 사이의 새로운 재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높은 사교육비, 출산 줄였다
자녀 교육을 둘러싼 경쟁적 사교육 지출이 출산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와 미셸 테르틸트 독일 만하임대 교수, 염민철 미국 버지니아코먼웰스대 교수 등은 최근 한국은행·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를 다른 가정과 비교하며 투자를 늘리는 현상을 '지위 경쟁'으로 규정했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교육 경쟁 우려가 큰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빠른 경향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의 사교육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은 8.4%로 상위 20% 가구의 5.1%보다 높았다. 상위층 지출이 다른 계층의 사교육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확인됐다. 소득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감소하면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0.4~0.9%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사교육비가 개별 가구의 선택을 넘어 계층 간 경쟁을 통해 확산된다는 의미다. 상위층의 교육 투자가 늘면 다른 가구도 지출을 늘리고,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돌아간다.
이 같은 경쟁은 출산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에서 2.45명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약 28% 많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경제모형과 지역·시기별 학원 심야교습시간 규제 차이를 활용해 사교육 지출과 출산의 관계를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사교육 문제를 입시나 가계 교육비 부담을 넘어 저출산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경쟁이 강해질수록 자녀 한 명에게 필요하다고 여기는 비용이 커져 추가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연구진은 출산장려금 확대뿐 아니라 교육 경쟁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소득층 사교육 지출에 과세해 이를 출산장려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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