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충북반도체고에서 열린 2027학년 입학 설명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합
인공지능(AI)이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를 넘어 기계와 제조, 디자인, 금융, 콘텐츠 등 대부분의 산업 분야로 AI 교육이 확대되면서 학교 현장도 산업 수요에 맞춘 학과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2026년 직업계고 재구조화 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하고 전국 82개교 117개 학과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87개교 133개 학과가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신산업·신기술 분야 69개, 지역전략·특화산업 분야 23개, 학교 발전 분야 25개 학과가 선정됐다. 사업에는 총 811억5천만 원이 투입된다.
AI 교육, 직업교육 전반으로 확산
올해 재구조화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AI 교육 확대다. 전체 선정 학과 가운데 79개(67.5%)가 AI 관련 교과목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AI 교과 반영 비율은 2024년 31.3%, 지난해 48.9%에서 올해 67.5%로 높아졌다. AI 교육은 특정 학과에 머물지 않고 기계와 제조, 문화콘텐츠, 바이오, 경영·금융 등 직업교육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학교 교육도 이에 맞춰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과 명칭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경기 성남테크노과학고는 정보보안과를 ‘AI사이버보안과’로, 서울 덕일전자공고는 로봇드론과를 ‘AI로봇과’로 개편한다. 부산영상예술고는 ‘AI영상콘텐츠과’, 한국애니메이션고는 ‘AI게임제작과’와 ‘AI만화웹툰과’, 김포과학기술고는 ‘AI바이오화장품과’를 신설하거나 개편했다. AI 교육이 정보통신을 넘어 제조와 콘텐츠, 바이오 분야까지 확산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교과군별로는 기계 분야가 전체의 2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경영·금융과 문화·예술·디자인·방송이 각각 12.8%, 전기·전자가 11.1%였다. 첨단 제조업 인력 수요 증가가 학과 개편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개편도 이어졌다. 전북은 스마트팜과 바이오식품, 충북은 메디컬기기와 바이오공정, 경북은 철강과 스마트설비, 전남은 AI 기반 경영과 스마트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손질했다. 지역 주력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학교 단계부터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교육과정·실습 환경 함께 바꾼다
교육부는 학과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과 실습 환경까지 함께 개선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선정 학교에는 교육과정 개편을 비롯해 교수·학습 자료 개발, 교원 연수, 실습 기자재 확충, 실습 환경 개선 등이 지원된다. 개편 대상 학급에는 평균 3억7천500만 원이 투입되며 학교는 약 1년간의 준비를 거쳐 2028학년부터 새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업계고 재구조화는 학과 이름만 바꾸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과정”이라며 “교육과정과 교원 역량, 실습 환경을 함께 개선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인재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신입생 모집 이전부터 첫 졸업생이 배출될 때까지 산업계 전문가 상담을 지원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축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우수 모델도 확산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8년에는 전국 직업계고의 75.9%가 재구조화를 완료하게 된다. 교육부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440개 학교, 1천247개 학과의 재구조화를 지원했다.
AI 시대 전문대학, ‘생애직업교육 플랫폼’ 전환 제안
전문대학이 청년 직업교육기관을 넘어 전 국민의 생애직업교육을 책임지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실무형 AI 인재를 양성하고 평생 직업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연구소)는 최근 ‘2026 전문대학 전략과제’를 발표하고 AI 시대 전문대학의 새 비전으로 ‘AI를 다루는 기술, K-Skill Up’을 제시했다. 핵심은 지역 직업교육기관에 머물렀던 기능을 국민 누구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직무 전환을 지원받는 생애직업교육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석·박사급 연구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사이 산업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실무기술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권역별 전략 산업과 연계한 AI·디지털(AID) 융합형 실무 인재를 양성하고 채용 연계 교육, 현장실습, 재직자 직무 전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소멸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대학을 보건의료와 돌봄, 에너지, 공공안전 등 지역 필수 분야를 담당하는 ‘지역성장대학’으로 육성하고 교육·취업·창업·정주를 연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대상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선지능인과 장애학생, ‘쉬었음’ 청년, 외국인 유학생은 물론 재직자와 성인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AI·디지털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계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 기본법 제정과 고등직업교육 재정 체계 개편, 통합 거버넌스 구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규 연구소장은 “전문대학이 AI 시대 국민의 성장을 지원하는 생애주기 역량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 부정 청탁 합격생, 입학 허가 취소
앞으로 대학별 고사에서 부정하게 얻은 출제 정보를 이용해 합격한 학생은 입학 허가가 취소된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학 허가 취소 사유에 ‘입학사정관이나 외부위원으로부터 청탁 등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대학별 고사 출제 정보를 이용해 응시한 경우’를 새로 추가했다. 대학별 고사 출제 정보 유출과 부정 청탁을 통한 입시 비리를 막기 위한 조치로, 입학 취소의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예체능 실기고사 등 대학별 고사에서 교수나 입학사정관, 외부위원 등을 상대로 청탁하거나 사전에 출제 정보를 입수해 합격한 경우 대학은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개정 시행령은 올해 12월 3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후 실시되는 대학별 고사부터 적용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부정 청탁을 통해 입학한 학생의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라며 “입시 비리를 예방하고 대입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 운영 방식도 담겼다. 시·도에 설치되는 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에 교육감을 포함하고, 교육 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 2분의 1 이하가 되도록 했다.
이날 함께 의결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지방대 육성 정책의 추진 체계를 교육부 중심에서 시·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후속 조치다. 지방대학의 특성과 지역 여건을 반영한 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도록 관련 절차를 구체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지방대 육성 기본계획을 시행 전년도 6월 30일까지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시행계획 추진 실적과 다음 연도 시행계획은 매년 2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