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방향, 시험 관리 등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2027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공교육 범위 중심 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난도는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와 N수생 증가가 맞물리며 상위권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중심 출제 기조 유지…영어 난도 낮아질 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올해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기본 개념을 이해한 학생이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교육 대비형 문제로 지적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은 올해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출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지며, 적정 난도 유지에 방점이 찍혔다. EBS 연계율은 문항 기준 50% 수준을 유지하고, 지문과 자료 활용 중심의 간접 연계를 통해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최근 수능은 해마다 난도가 크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2024학년 ‘불수능’ 이후 2025학년은 비교적 쉬워졌고, 2026학년은 다시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 수능은 전년보다 다소 평이한 수준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난도 급변에 따른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평가원이 안정적 출제를 우선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는 난도 완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026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난도 조절 실패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평가원이 올해 시험에서 난도뿐 아니라 1등급 비율까지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영어는 변별력보다는 등급 분포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 당국은 난도 안정화를 위해 출제 시스템 개선도 병행한다. 현장 교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항 난도와 유사 문항을 사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는 출제 오류와 난도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수능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역의사전형 도입 변수 될 듯
2027 수능의 변수로는 수험생 구성 변화가 지목된다. 2027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기존보다 490명 늘어난 3천548명이다. 증가분은 지역의사전형으로 배정되면서 상위권 수험생의 의대 쏠림과 재도전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 수능 체제의 마지막 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8 수능부터 선택 과목이 폐지되는 등 제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N수생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수험생 규모 자체가 증가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입시 업계는 올해 N수생 규모가 16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특정 대학·학과를 중심으로 합격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수험생은 단순히 난도 전망에 의존하기보다 안정적인 점수 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선택형 수능 마지막 해 <확률과 통계> ‘쏠림’ 확대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인 선택형 수능 체제에서 수학 영역 ‘확통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3월 학력평가에서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이 절반에 근접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은 49.5%로 전년 대비 19.5% 증가했다. 2024년 25.9%, 2025년 30.0%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반면 <미적분> <기하> 선택 비율은 74.1%에서 50.5%로 크게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의 선택 과목 지정 폐지와 표준점수 격차 축소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2024학년 11점에서 2026학년 2점까지 줄었다. 점수 불이익이 감소하면서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목으로의 이동이 이어진 것이다.
탐구 영역에서도 사탐 선택이 78.0%로 늘고 과탐 조합은 22.0%로 감소하는 등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과목 선택이 점수 유불리보다는 부담과 효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년도 결과만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난도 조정에 따라 변별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능에서는 특정 점수대 집중과 동점자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또 일부 대학이 탐구 반영 방식이나 가산점 구조를 조정하고 있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체 성적 구조와 목표 대학, 전형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입시 업계는 특히 자연 계열 수험생이 사탐을 선택할 경우 가산점 미적용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탐구 영역의 경우 난도와 응시 집단에 따라 점수 변동성이 큰 만큼 1문항 이하 오답을 목표로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진협 ‘공교육 중심’ 대입 연구 시동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이 공교육 중심의 진학 지도를 위한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돌입했다.
전진협은 지난 3월 28일 건양대에서 ‘2026학년 연구위원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번 발대식은 문희태 수석대표(경기 전곡고)와 조국희 연구운영위원장(부산 부경고)을 필두로, 급변하는 대학 입시 환경 속에서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진학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수석대표는 “급변하는 입시 환경과 대입 제도의 변화 속에서 전진협의 본래 취지인 공교육 중심 진학 지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연구위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발대식에서는 경기 파주고 권익현 교사의 ‘2027 대입 지원 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도 진행됐다. 강연에서는 최근 입시의 화두인 지역의사제와 전공자율선택제 등 변화하는 제도에 대한 분석과 함께 공교육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공유됐다.
올해 전진협은 전국 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6개의 전문 연구팀을 구성했다. 연구팀은 의·치·한·약·수, 2028 대입전형, 교과전형, 종합전형, 논술전형, 정시전형으로 나뉘어 있다. 각 팀은 이번 발대식을 기점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며, 그 결과물을 시기별 주요 행사를 통해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다. 오는 5월과 8월에는 ‘수시바라기’, 12월에는 ‘정시바라기’ 행사와 연구위원 워크숍을 개최해 정교한 입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 연구운영위원장은 “2028 대입 개편안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팀별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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