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에서 열린 한 정시 모집 지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변화가 대학 입시 지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6학년 대입 정시모집에서 AI 관련 학과 지원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의대·치대·약대·한의대·수의대를 포함한 의학 계열은 지원자가 감소했다. 동시에 철학·언어학 등 AI 시대와 연관된 인문계 학과의 경쟁률이 오르며 대입 판도가 ‘의대 독주’에서 AI를 축으로 한 다극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학과·인문학 전공 경쟁률 강세
입시 업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에서 주요 대학의 AI 관련 학과 지원자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시립대 첨단인공지능전공은 경쟁률이 36.0:1까지 올랐고,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도 28.6:1을 기록했다. 세종대 AI융합전자공학과, 국민대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등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경북대 전자공학부(인공지능전공) 지원자가 늘며 AI 학과 인기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AI 학과 강세는 단순한 취업 선호를 넘어선 변화로 해석된다. 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특정 직무와 직결되는 전공보다,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력과 전공 간 확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AI 전공은 특정 직업으로 곧바로 연결되기보다, 여러 산업으로 이동 가능한 기본 역량을 상징하는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맞물려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온 철학·언어학 등 이른바 ‘문사철’ 전공의 경쟁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대 철학과 수시 경쟁률은 2020학년 9.92:1에서 2026학년 15.56:1로 올랐고, 언어학과·종교학과·미학과도 같은 기간 경쟁률이 상승했다. 고려대에서도 철학과와 언어학과 정시 경쟁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계 학과 지원자의 성적 분포도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교육계는 이를 AI 시대에 따른 인문학 가치 재평가로 보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해석하고 사회적 의미로 전환하는 사고력과 문해력이 중요해지면서 인문학 전공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 대학이 인문계 학과에 AI·데이터 과목을 결합하거나, 언어학·철학 기반 융합 전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학과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의학 계열 지원 주춤
반면 의학 계열은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2026학년 전국 39개 의대 정시 지원자는 7천125명으로 전년 대비 32.3% 감소했다. 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포함한 의학계열 전체 지원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의대 정시 모집 인원이 전년보다 32.6%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지원자 감소 폭은 이를 웃돌았다.
다만 이를 의학계열의 위축이나 몰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상위권 의대의 경쟁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직업군으로서의 위상도 유지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의대가 사실상 유일한 최상위 선택지로 군림하던 구조가 완화되고, AI와 신산업 전공이 나란히 경쟁하는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입 흐름을 ‘AI 중심 재편’으로 요약한다. 기술을 다루는 AI 전공, 기술을 해석하는 인문학 전공, 안정성을 갖춘 의학계열이 공존하는 다축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바람은 산업을 넘어 대입 판도까지 바꾸고 있으며, 이번 변화는 향후 대학 교육 방향과 청년층 진로 인식 변화를 가늠할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과탐 2과목 응시 수험생의 절반 "정시서 불리”
2026학년 수능에서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한 자연 성향 수험생의 절반 이상이 정시 지원에서 불리함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학사는 최근 자연 계열 수험생 9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과탐 2과목 응시생 436명 가운데 54.8%는 “탐구 선택이 정시 지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유리했다”는 응답은 19.0%에 그쳤고, “큰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은 18.8%였다.
반면 사탐 2과목을 선택한 자연계 수험생 275명 가운데 47.6%는 “정시 지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불리했다”는 응답은 18.5%로, 과탐 2과목 응시생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269명 가운데서도 38.7%가 이 조합이 정시 지원에 유리했다고 응답했다.
자연 계열 과목을 이수하고도 수능에서 사탐을 선택한 이유로는 “사탐이 점수 받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서”가 8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가 43.9%로 뒤를 이었다.
올해 입시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 자연 계열 전공뿐 아니라 일부 의대·치대·약대에서도 사탐 응시생의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확산됐다. 사탐런은 자연계 학생이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흐름을 뜻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탐 응시자 가운데 불리함을 느낀 비율이 높고, 다시 선택한다면 사탐을 고르겠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는다”며 “2027학년 입시에서는 사탐런 현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등록금 동결 기조 유지해야”
전국 약 100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가 교육부에 2026학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총협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등록금 정책과 고등교육 재정 전반에 대한 공식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총협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문제와 향후 등록금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건에서 등록금 인상이 추진될 경우 부담이 학생에게 직접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총협은 등록금 관련 제도와 정책이 안정화 단계에 이를 때까지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공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학생사회·대학본부·교육당국 간 협의체 구성, 국가장학금 Ⅱ유형 강화와 등록금 인상 억제 방안 마련, 등록금심의위원회 위법 운영에 대한 제재 방안 마련 등을 함께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을 강하게 요구하는 방식이 현재 여건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학생들이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총협은 전했다.
최종규 전총협 사무총장은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생사회와 교육 당국 간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총협은 이날부터 등록금 인상 논의 현황과 관련해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교육부는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되, 사립대는 재정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을 포함한 상당수 사립대에서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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