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학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 입학 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청년 취업난 장기화와 공무원 인기 하락으로 문과 최상위 전문직 통로로 꼽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인기가 높다. 이렇다 보니 하위권으로 꼽히는 지방 소재 로스쿨도 신입생 3명 중 1명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SKY) 학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를 희망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SKY 출신 수험생들이 눈높이를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권 소재 대학 전체로 확대해 보면 올해 전국 로스쿨 합격자 83.9%가 이들 대학 출신이다.
취업난과 공무원 인기 하락이 원인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대 동아대 영남대 원광대 제주대 등 5곳의 로스쿨에 올해 입학한 신입생 310명 가운데 SKY 출신은 31.0%(96명)로 집계됐다.
이들 로스쿨 중 원광대가 SKY 출신 신입생이 4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영남대(36.5%), 동아대(32.1%), 강원대(30.2%), 제주대(6.8%) 순이었다.
지방의 전체 로스쿨로 범위를 넓힐 경우 SKY 출신 신입생의 비율은 4명 중 1명꼴로 더 높아졌다. 지방 로스쿨 11곳의 신입생 972명 중 378명(38.9%)이 SKY에서 학부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대(59.1%·78명), 경북대(56.1%·74명), 충남대(53.6%·59명)의 경우 절반이 넘는 신입생이 SKY 출신이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지방권 로스쿨로 몰리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더욱 뚜렷해진 전문직 선호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법학적성시험 응시 지원자 수는 최근 5년간 경신을 거듭해 2025학년에는 역대 최다인 1만9천300여명을 기록했다. 로스쿨 도입 첫해인 2009학년(1만여 명)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서울권 대학 출신이 전체 신입생 84% 차지
또한 서울권 소재 대학 전체로 확대하면 올해 전국 로스쿨 합격자 중 83.9%가 서울권 소재 대학 출신이다. SKY 출신은 5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각 대학과 종로학원 등에 따르면 2025학년에 로스쿨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 413명(22.3%) 고려대 319명(17.2%) 연세대 292명(15.8%) 순이었다. 반면 지방권 대학 중 로스쿨 합격자가 많은 곳은 전북대 20명(1.1%) 부산대 18명(1.0%) 전남대 17명(0.9%) 충남대 6명(0.3%) 경북대 3명(0.2%) 등에 그쳤다.
로스쿨 자교 출신 합격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서울대(66.7%)였다. 이어 연세대(44.4%), 성균관대(34.8%), 경희대(33.3%), 서울시립대(30.9%), 고려대(29.8%), 중앙대(25.9%) 순이었다. 로스쿨 지역별 자교 출신 합격 비율은 서울권 소재 12개 로스쿨 평균 31.9%였다. 경인권 2개 로스쿨은 2.7%, 지방권 8개 로스쿨은 6.5%가 자교 출신이다. 전국 22개 로스쿨 평균 자교 출신 비율은 20.8%로 조사됐다.
지방대 로스쿨에 SKY를 비롯한 서울권 대학 출신이 대거 입학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 의원은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법조인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진 로스쿨 제도가 기존 학벌 구조를 고착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로스쿨 선발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 소폭 하락
올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0%대에 머물렀다. 기숙사비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대학은 5곳 중 1곳에 불과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러한 내용의 4년제 일반·교육대 193개교 ‘2024년 10월 대학 정보 공시 분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4년제 일반·교육대의 재학생 대비 수용 가능 인원인 기숙사 수용률은 22.2%로 전년보다 0.6%p 하락했다. 이는 1∼2인실 형태의 기숙사 운영 증가 등의 영향 때문이다.
이들 대학의 총 249개 기숙사를 대상으로 기숙사비 납부 현황을 조사한 결과, 59.8%인 149곳은 계좌이체 등 현금으로 일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55곳(22.1%), 현금 분할 납부가 가능한 기숙사는 79곳(31.7%)이었다.
한편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대학 공개 강좌 수가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개 강좌는 K-MOOC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 1천892개, KOCW(고등교육 교수학습자료 공동활용체제) 596개 등 2천488개였다. 2020년 1천613개였던 공개 강좌는 2021년 1천759개, 2022년 1천850개, 2023년 2천162개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학생 1인당 도서관 자료 구입비는 15만1천868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국공립대는 19만9천37원, 사립대는 13만6천793원이었다.
전국 16개교 고1 중간고사 영·수 교육과정 밖 출제
전국 16개 고교의 고1 1학기 중간고사 영어·수학 과목 문제를 살펴봤더니 조사 대상 모두 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사실은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발표한 ‘전국 16개 고교 고1 중간고사 내신 시험 분석 결과’에 의해 확인됐다.
양측은 사교육 인프라와 고교 유형, 의대와 서울대 입시 결과 등 대입 실적에 따라 서울 8개교 등 전국 총 16개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고교 수학 교사 18명과 교육과정 전문가 2명이 참여해 <공통수학Ⅰ·Ⅱ>의 성취 기준과 성취 수준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수학 과목에서는 16개 고교 모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다. 특히 수학 과목의 경우 총 370문항 중 68개(18.4%)가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
사교육 과열 지구, 자사·특목고, 대입 실적 상위 고교에서 수학 시험의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판정 비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사교육걱정은 영어의 경우 수학과 달리 교육과정 성취 기준과 수준이 모호해 내신 시험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판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교과서 수준을 교육과정 성취 기준으로 간주하고 내신 시험 수준과 격차를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강남·서초구 4개교 내신 시험 문제의 평균 수준이 미국 학년 기준으로 8.89학년으로 비사교육 과열지구 평균 수준인 7.63학년보다 1.26학년 더 높았다. 의대 및 서울대 진학 상위 8개교 내신 시험의 평균 수준은 9.10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 평균인 8.26학년보다 0.84학년 더 높았다.
사교육걱정은 “16개 고교에서 올해 치러진 고1 중간고사의 수학과 영어 시험 문제는 국가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정됐다”며 “시·도교육청은 내신 시험의 교육과정 준수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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