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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호

지역 국립대 교육 혁신 나선 국립순천대 이병운 총장

위기의 대학, 수요자 중심 '공공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때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 국립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국립순천대는 광주·전남 최초의 ‘글로컬대학 30’ 선정을 계기로 기존 대학 체계를 과감히 혁신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린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를 3대 특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7개 단과대 중 약학대와 사범대를 제외한 5개 단과대를 폐지했다. 학사 구조 또한 ‘2년(기초)+1년(심화)+1년(실무)’ 체제로 개편했다. 지난해 그린스마트팜 고흥캠퍼스, 그린바이오 승주캠퍼스, 우주항공 고흥캠퍼스 개소에 이어, 올해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순천캠퍼스와 첨단소재 광양캠퍼스를 추가 개소해 현재 9개 실무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입학 시스템은 더 혁신적이다. 올해 국립순천대 신입생 1천573명 중 70.6%인 1천111명을 무전공(전공 자율 선택제)으로 선발했다. 이 혁신 모델의 최종 목표는 ‘학생 성공’과 ‘지역 활성화’다. 위기의 대학과 지역을 함께 살리는 새로운 국립대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취재 김기수 기자
사진 국립순천대학교



이병운 국립순천대 총장은 국립순천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원광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국립순천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및 입학본부장, 사회과학대학장 및 경영행정대학원장, ESG 기반 고교대학연계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한국비교노동법학회장, 전남지방노동위원회 법률자문위원, 중앙노동위원회(전남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공익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3년 4월부터 국립순천대 10대 총장을 맡고 있다.




Q. ‘지산학캠퍼스’는 국립순천대가 강조하는 사업 중 하나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이러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립순천대의 답은 명확했다. 지역이 안고 있는 난제를 함께 풀어갈 공공 플랫폼으로의 진화, 바로 거기서 ‘지산학캠퍼스’가 출발했다. 국립대는 지역의 삶과 가장 가까운 교육기관이다. 교육과 연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지역 사회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과 산업, 지역이 서로 연결돼야 대학이 생존할 수 있고 동시에 지역도 지속 가능해진다. 지산학캠퍼스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통해 이런 연결을 설계하고 실현하고자 고안해낸 교육 플랫폼이다.


Q. 불과 1년 만에 5개 캠퍼스를 조성한 것은 매우 빠른 진전이다. 다른 캠퍼스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국립순천대는 ‘지역 산업단지와 연결된 다핵 분산형 캠퍼스 모델’을 가장 빠르게, 가장 넓은 지역에 구현한 대학이다.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캠퍼스가 세워질 지자체에서 직접 직원을 대학으로 파견해 ‘지산학협력실’을 만들고 설립 위치부터 캠퍼스 구성까지 함께 논의했다. 교직원의 열정이 없었다면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각 캠퍼스는 ‘지역 전략 산업과 실천적 교육의 연결’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 덕분에 모든 캠퍼스가 개성이 넘친다. 제일 먼저 문을 연 고흥캠퍼스 2곳은 우주항공·스마트팜을 주제로 드론 실습부터 스마트팜 실증 연구가 가능하며 기술 기반 창업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에 조성된 그린바이오 캠퍼스는 지역 외곽에서도 식품·화장품·대체 단백질 등과 관련된 첨단 바이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주형 캠퍼스를 목표로 한다. 순천시 원도심에 있는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캠퍼스는 도시재생 거점이자 고교-대학-지역민-유학생이 함께하는 문화융합 플랫폼이다. 고교생을 위한 진로 교육부터 전문 애니메이터 양성 교육까지 다양한 층위를 아우른다. 가장 최근에 익신산업단지에 조성된 광양캠퍼스는 첨단소재 산업과 직접 연결된 실무·연구 중심 캠퍼스로 향후 정식 산업단지 캠퍼스로 인가받을 예정이다.

국립순천대 지산학캠퍼스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산업과 교육, 대학 내부와 외부가 융합된 ‘현장 기반의 지식 생태계’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Q. 지산학캠퍼스 교육의 핵심을 ‘온디맨드’라고 표현한 이유는?

대학 교육을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산업과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도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은 ‘누가, 무엇을, 언제, 왜 필요로 하는가’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우리는 ‘온디맨드(On-Demand)’ 교육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요청에 따라 설계되는 교육’을 말한다. 온디맨드 교육에서는 산업체, 지역 사회, 학생 개인이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그 수요에 맞춰 콘텐츠가 구성되고 교수와 전문가가 연결되는 구조다.

전통적인 대학 커리큘럼처럼 대학이 앞서 정한 내용을 학생이 수동적으로 따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대를 따라가기 어렵다. 수요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장에 가서 직접 들어야 한다. 지산학캠퍼스는 이러한 온디맨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제공한다. 국립순천대는 이 모델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몇 안 되는 대학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예컨대 고흥캠퍼스에서는 실제 농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드론 연구, 빅데이터 센터 운영, 스마트농업 기반 교육 실습 등이 활발히 이뤄진다. 순천캠퍼스에서는 재학생과 지역 웹툰 산업체가 협업해 작품을 출시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한다. 우리 대학 연구산학협력과 주도로 산업체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기업이 바라는 재직자 교육과정·현장실습학기제 운영 방안을 탐색하기도 한다. 외부 기업 전문가로 구성된 ‘GSCNU자문단’이 중간 연결자 역할을 맡는데, 이들은 교육과정 설계, 실습 지도 등을 하는 ‘온디맨드 교육 매니저’로서 대학 구성원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지산학캠퍼스의 교육은 ‘가르치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고 실현하는 구조’다. 캠퍼스를 찾는 학생뿐 아니라 산업체 지역 사회 누구나 무엇을 배우고 연구할지 제안할 수 있으며 이런 요구는 즉시 맞춤형 교육으로 변환돼 나노디그리·마이크로디그리·융합전공 등 여러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


Q. 국립순천대 지산학캠퍼스가 지향하는 교육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학생 성공’이다. 대학의 관점에서 ‘성공’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지역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자기 삶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정주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비전이다. 학생은 대학 교육의 수혜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확산자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역 산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창업하고 산업 맞춤형 교육을 받은 실무형 인재가 지역 강소기업에 입사하는 등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체적 사례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확산할 수 있도록 특화형 장학 혜택과 지역 사회와 관련된 여러 비교과 활동을 추가로 지원하고 입학부터 졸업 이후 지역 정착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해 진로 설계 및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다. 지산학캠퍼스가 말하는 학생 성공은 결국 위기에 봉착한 대학과 지역 사회를 살리는 핵심 열쇠다.


Q. 지산학캠퍼스는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지산학캠퍼스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이다. 다섯 곳 모두 문을 열었고 교육과 실습, 산학협력, 평생학습이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기본 골격은 갖췄다. 이제부터는 지자체와의 공동 설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의 유기적 연계, 지산학연 거버넌스 체계의 정착이 주요 과제이다. 특히 캠퍼스 간의 기능이 분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지역 순환형 생태계’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본캠퍼스에서는 단과대학에서 스쿨 체제로 전환하여 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는 작업을 함께 진행해왔다. 스쿨과 지산학캠퍼스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교육 형태는 전이 학습되며 서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Q. 향후 과제도 함께 밝혀달라.

우리 대학 IR센터 주도로 핵심성과지표에 따라 지역 정착률, 창업 성공률, 기업 협력 건수 등을 추적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운영의 효율성을 넘어서 교육과정 운영·재정 확보 등 캠퍼스가 자생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 지속 가능한 국립대의 책임을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한편에서는 캠퍼스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생활 거점이자 경제·사회 생태계의 일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의 캠퍼스가 생기면 이를 관리·운영하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고 인근에 새로운 주거지나 상점, 공동체 공간이 형성되며 교육은 삶의 터전과 직결된 구조로 진화한다.


Q. 각 캠퍼스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되나?

일단 현재 임시 캠퍼스 상태인 광양캠퍼스는 3단계 캠퍼스 육성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정주형 청년 인재 200명 양성, 지역 발전 선도 강소기업 100개사 육성, 평생교육 수강생 500명 확보, 해외 유학생 100명 유치 등을 추진하고 첨단부품신소재·글로벌에너지 관련 전공을 신설해 세계적인 ‘첨단소재 특화 교육기지’로 성장한다는 비전이 있다.

이 외에도 고흥·순천 등 각각의 캠퍼스는 비슷한 틀을 갖추고 출발했지만 본질로 들어가면 조금씩 발전 방향이 다르다. 각 캠퍼스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함께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지역의 여건과 수요에 맞는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함께 설계해나갈 계획이다.


Q. 국립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립대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일종의 ‘공공재’ 성격을 띤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학생을 ‘배출’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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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수 기자
  • PEOPLE (2025년 05월 07일 1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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