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 6일 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고 있다. ⓒ연합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이 폐지된다. 모든 수험생은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되며, 전체 문제 수와 시험 시간이 늘어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8학년 수능 시험 및 점수 체제’를 발표했다.
탐구 영역 문항 수·시험 시간 확대
앞서 교육부는 2023년 10월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2028학년부터 수능 선택 과목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세부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2028학년 수능은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이 폐지되고 통합·융합형으로 치러진다. 특히 탐구 영역은 사회·과학 총 17개 과목(사회 9개·과학 8개) 중 최대 2개를 치르던 방식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로 보는 것으로 전환됐다. 두 과목 답안지는 분리해 운영하고 점수도 따로 산출한다. 과목당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을 각 25문항, 40분으로 운영한다. 기존 20문항, 30분에서 문항 수는 각 5개, 시간은 10분씩 늘어나는 것이다. 배점은 기존 2, 3점에서 1.5점, 2점, 2.5점으로 재편된다. 사회와 과학 시험 시간 사이엔 문제지와 답안지 회수·배부 시간 15분(일반 수험생 기준)을 부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내용을 균형 있게 출제하기 위해서는 더 충분한 문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시험 시행과 활용의 안정성을 고려하며 다양한 소재와 난도의 문항을 균형 있게 출제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탐구 영역 중 직업탐구도 선택 과목 없이 <성공적인 직업생활>만 출제한다. 문항 수와 시험 시간, 문항별 배점은 <통합사회> <통합과학>과 동일하다.
성적 제공 방식은 지금과 동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기존 30문항, 40분에서 2028학년부터 20문항, 30분으로 줄어든다. 문항별 배점은 2, 3점이다. 국어·수학 영역은 선택 과목을 폐지해도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이 현행 유지된다. 국어 출제 과목은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이다.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은 45문항, 80분이다. 수학 출제 과목은 <대수> <미적분> <확률과 통계>다. 수학의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은 30문항(단답형 9문항 포함), 100분이다. 영어 영역은 변동 없이 45문항(듣기평가 17문항 포함), 70분이다. 필수 응시 과목인 한국사 역시 20문항, 30분으로 현행 유지된다. 시험 시행 순서는 지금과 동일하게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한국사·탐구,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이다. 1교시는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며 마지막 5교시는 오후 6시 5분에 끝난다.
성적 제공 방식은 현행처럼 국어·수학·탐구 영역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기재된다. 한국사, 영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등급만 기재되며 9등급 구분을 유지한다.
한편 교육부와 평가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를 돕기 위해 2028학년 수능부터 출제 과목 등에 변화가 있는 국어, 수학 및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전체 문항을 개발해 늦어도 올해 6월 말 전에는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고교학점제 상담 받는 온라인 서비스 개통
올해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진로·학업 설계 지원 서비스가 시작된다. 교육부는 최근 디지털 소통 플랫폼 ‘함께 학교(togetherschool.go.kr)’에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통했다. 고교 신입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구성해보고 과목 선택과 진로·학습 방법 등에 대한 종합 상담과 학습 지도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서비스다.
학생이 온라인 상담을 신청하면 현직 고교 교사로 구성된 지원팀이 배정돼 맞춤형 상담 내용을 학생에게 전송한다. 학생이 배정된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미리 구성해보는 ‘전자계획표(e-플래너)’ 서비스도 제공한다.
학생은 e-플래너를 활용해 진로 설계 과정과 상담 내용 등을 누적·관리할 수 있다. 또한 학생용 선택 과목 안내서, 교사용 교수·학습 자료, 상담 사례 등 진로·학업 설계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도 제공한다.
현 중3과 고교생은 ‘함께 학교’에 가입한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교생은 교육디지털원패스로 로그인하면 소속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중3은 고교 교육과정 편성표 예시를 활용해 진로·학업을 설계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전면 시행하며 학생이 배울 과목은 학교가 아닌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다.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르게 구성될 수 있어 개개인의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이 매우 중요해진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고교학점제를 처음 접하는 학생·학부모가 학점제를 미리 경험할 좋은 기회”라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안내 자료를 배포하고 교원 연수를 지원하는 등 서비스가 현장에서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AI 디지털 교과서 지위 결정권 다시 국회로
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에 대한 결정권이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정부는 개정안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뿐만 아니라 지능 정보 기술을 활용한 어떤 형태의 교과서도 개발·활용·보급할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 자료는 무상·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시·도·학교별 재정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져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기 어렵고 개인 정보 보호도 어려워지며,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 디지털 교과서도 교육 자료로 규정한 개정안 부칙은 헌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의요구로 AI 디지털 교과서는 당분간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한다. 국회 재표결에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가결된다.
교육부는 국무회의 이후 배포한 자료에서 “3월 현장 적용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민간 등에서 많은 준비를 진행해온 가운데 갑작스러운 법적 지위 변동으로 학교 현장 등에서 혼란을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며 국회에 다시 한 번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와 상관없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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