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1월 15일 대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
지난 14일 시행된 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이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정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최상위권 변별력을 갖추지 못할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어와 수학은 까다롭다고 평가받은 작년 수능보다 쉬워졌고, 평이했던 9월 모의평가에 가까웠다는 평가이다.
최상위권 체감 난도 낮아 동점자 속출 우려
초고난도(킬러) 문항은 물론 고난도(준킬러) 문항으로 불릴 만한 문제도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와 최상위권 체감 난도는 작년 수능과 견줘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국어 영역에서 킬러 문항이나 준킬러 문항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수학 영역과 관련해 “눈 씻고 봐도 작년 수능보다 확실히 쉽고, 작년 22번과 같은 문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입시 업체별로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 비율 추정치가 5~10%로 엇갈린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5% 내외로 보더라도 최상위권 변별력은 떨어진다는 평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등급이 작년 수능 수준인 4.71%만 나와도 2만여 명”이라며 “최상위권 변별력에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어와 수학·영어 영역 모두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오자 변별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올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목된 9월 모의평가의 경우 국어 만점자는 4천478명, 수학 만점자는 4천736명이었다. 임 대표는 “(2025 수능은) 국어와 수학은 1등급 학생들 사이에서 동점자가 속출해 만점을 받아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수학의 경우 공통 과목은 작년 수능보다 쉬웠지만 선택 과목인 <미적분> <기하>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과목에서 한두 문제 차이로 최상위권 합격과 불합격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탐구 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돼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입시 업계, 가채점 기반 등급 컷 제시
수능이 끝나자 EBSi와 입시 업계는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잇달아 등급 컷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은 <언어와 매체>의 경우 90~92점, <화법과 작문>은 92~94점 이상으로 추정했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91~95점, <미적분> 85~88점, <기하> 88~94점으로 제시했다. 표준점수 최고점 추정치는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 136~140점, <화법과 작문> 135~138점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137점, <미적분> 143점, <기하> 137~142점으로 제시했다.
한국 중학생 컴퓨터 사용 능력, 세계 최고
우리나라 중학생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최근 ‘국제 컴퓨터·정보 소양 연구(ICILS) 2023’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중2 학생의 컴퓨터·정보 소양 평균 점수는 540점이다. 조사 대상 32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연구는 웹사이트에 제시된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컴퓨터·정보 소양’과 코딩의 원리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컴퓨팅 사고력’을 평가하는 국제 비교 조사로 진행됐다. 34개국 5천299개교, 학생 13만2천998명이 참여했는데 한국에서는 152개 중학교에서 중2 학생 3천723명이 참여했다. 한국 다음으로 컴퓨터·정보 소양 능력이 높은 국가는 체코(525점), 덴마크(518점), 대만(515점) 순이다. 32개국 평균은 476점이다.
한국 중학생의 최상위 성취 수준인 4수준 비율은 6%로 32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1수준(기초) 이하 비율은 32개국 중 최저인 27%로 집계됐다. 한국 중학생은 컴퓨팅 사고력도 우수했다. 컴퓨팅 사고력 평균 점수는 537점으로, 22개국 중 대만(548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제 평균(483점)보다 54점이 높았다.
연구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중학생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방과 후에 디지털 기기를 제한 없이 쓰는 편이었다. ‘보호자가 학교에 있지 않을 때 컴퓨터, 태블릿 기기, 스마트폰, TV 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 학생 비율은 평일과 주말 각각 69%, 78%였다.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자신감을 뜻하는 자아 효능감은 컴퓨터·정보 소양 부문에서 47점, 컴퓨팅 사고력 부문에서 49점으로 모두 국제 평균(각 50점)을 밑돌았다.
교육부는 “학생의 자아 효능감을 높이려면 디지털 기기를 학습에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해석했다.
최저 학력 미달 학생 선수도 대회 참가 가능
학업 성적이 기준에 미달해 당초 경기 대회 출전이 불가능했던 학생 선수도 앞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적극행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 제1항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학생 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경기 대회 참가를 학교장이 허용해선 안 된다는 ‘최저학력제’를 규정한다. 다만 예외로 최저 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고등학생 선수는 기초 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경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그동안 학생 선수와 학부모를 비롯한 체육계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학생 선수의 의욕이 상실되고 경기력이 저하돼 결국 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가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 선수의 피해 복구 가능성이 적은 점, 진로·진학을 위한 권익 보호가 바람직하다는 점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저 학력에 도달하지 못해 당초 올해 9월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대회 출전이 불가능했던 초·중학생 선수 3천675명이 대회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앞으로 기초 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내실화해 학생 선수가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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