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관련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초·중·고 학생 100명 가운데 2명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첫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또 피해 유형 가운데 성폭력과 사이버폭력 피해가 크게 늘었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와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1차 조사 피해 응답률은 2.1%로, 2013년(2.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차 조사 피해 응답률도 1.7%로, 2018년(2.4%) 이후 가장 높았다.
어릴수록 피해 응답률 높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겪었다는 학생 비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았다. 학교급별 피해 응답률은 올해 1차 조사의 경우 초등학교 4.2%, 중학교 1.6%, 고등학교 0.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0.3%p, 0.3%p, 0.1%p 높아진 결과다. 지난해 2차 조사에선 초·중·고가 각각 3.0%, 1.2%, 0.4%로 나타나 전년보다 0.1%p, 0.2%p, 0.1%p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학교폭력 신고 건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2023학년(2023년 3월~2024년 2월) 신고 건수는 6만1445건으로, 전년(5만7981건)보다 6% 증가했다.
가해자 유형(복수 응답)은 ‘같은 학교 같은 반’이 48.4%, ‘같은 학년 다른 반’이 30.9%로 동급생이 79.3%를 차지했다. 피해 장소(복수 응답)는 교실 안이 29.3%로 가장 많았으며 복도·계단(17.1%), 운동장·강당(9.6%)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시간(복수 응답)은 쉬는 시간(31.0%), 점심시간(20.4%), 학교 일과가 아닌 시간(13.4%) 등의 순이었다.
언어·사이버폭력 늘어
피해 유형 중에서는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1차 조사에서 언어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난해보다 2.3%p 높아진 39.4%를 기록했다. 신체폭력 비중은 17.3%에서 15.5%로 떨어졌다. 사이버폭력은 6.9%에서 7.4%로 0.5%p 높아졌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사이버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6.3%), 중학교(9.2%)보다 높은 10.4%에 달했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폭력의 양상이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사이버폭력 피해 응답률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SNS 학폭 등이 많았던 코로나19 유행 때인 2020년 12.3%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성폭력과 금품갈취는 각각 5.9%, 5.4%로, 지난해보다 0.7%p, 0.3%p 높아졌다. 반면 학교폭력 ‘방관자’ 비율은 줄었다. 올해 1차 조사 학폭 목격 응답률은 5.0%로, 지난해보다 0.4%p 높았다. 학교급별 비율은 초등학교 8.5%, 중학교 5.1%, 고등학교 1.4%였다. 가해 응답률은 올해 전수조사의 경우 1.0%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지난해 표본조사 때는 1.8%로 전년보다 0.1%p 높아졌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속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관계 회복에 주력할 수 있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 들어도 사교육 안 줄어
EBS 강의를 들어도 정작 사교육은 줄이지 않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EBS로부터 받은 ‘2023년 EBS 고교 강의 및 교재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강의를 듣지만 ‘사교육 이용이 오히려 늘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14.0%에 달했다. EBS 강의를 들어도 사교육을 이전과 비슷하게 이용한다는 답도 49.2%나 됐다.
반면 사교육이 줄었다는 답변은 36.8%에 그쳤다. 사교육은 학부모의 대다수(81.5%)가 이용한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학부모는 18.5%에 불과했다.
월 평균 학습 비용은 학원 55만 원, 과외 52만 원, 인터넷 13만 원이었다. 사교육을 받는 과목은 수학이 8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어(75.1%), 국어(51.4%), 과학탐구(30.4%), 사회탐구(20.1), 한국사(14.4%) 순이었다. EBS 강의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답변이 많았으나 세부적으로는 강의력을 보강하고 재미를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동영상 강의 만족도는 사회탐구가 8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어(85.4%), 과학탐구(83.9%), 한국사(83.1%), 수학(79.2%), 영어(75.4%) 순이었다. 여러 학생의 답변에 따르면 ‘쉬운 설명’에 대한 평점은 높았나 ‘재미있는 내용 전달, 풍부한 강의 자료’에 대한 평점은 낮았다.
가장 많이 찾는 EBS 교재는 <수능특강>(90.8%)이었으며, 이어 <수능완성>(72.2%) <수능 기출의 미래>(51.1%) <FINAL 실전모의고사>(47.9%) 순이다.
교육 교부금 5조3천 억 원가량 감소
하반기 국세 수입이 당초보다 감소하리라 예상되면서 시·도교육청의 주요 수입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 조정분은 재정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연동해 교부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를 고려하면 5조3천억 원 내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으로 시·도교육청의 주요 수입이다. 재원은 내국세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중 일부다. 기획재정부의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내국세는 299조5천억 원으로 당초 예산 편성 당시 전망(321조6천억 원)보다 22조1천억 원(6.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교육세는 6조2천억 원에서 5조4천억 원으로 7천억 원(12.1%) 감소할 전망이다. 이 둘을 고려하면 총 감액 규모는 5조3천억 원 내외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상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8조9천억 원에서 63조6천억 원으로 줄어든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보유한 기금 적립금 등 자체 재원을 활용해 올해 계획된 교육과정 운영, 교육 활동 지원,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이 당초 목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체 시·도교육청의 보유 기금 중 연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재정 안정화 기금 3조1천억 원과 시설 기금 5조5천억 원 등 8조6천억 원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재정 당국과 협의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 부담을 최소로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도교육청과 재정 집행 점검 회의를 상시 추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자금 교부, 집행 현황 등을 점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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