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9월 6일 서울 방산고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2024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의대 열풍 등의 영향으로 재수생 등 N수생 비중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도 다른 수험생들과 같은 시험실에서 응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강력하게 권고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3천442명 감소한 50만4천588명이 지원했다. 이 중 재학생은 32만6천646명(64.7%), N수생 등 졸업생은 15만9천742명(31.7%)이다.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1만8천200명(3.6%)으로 집계됐다. 졸업생과 기타 지원자를 합한 비율은 전체 지원자 대비 35.3%다. 이는 1996학년(37.4%)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초고난도 문항 배제로 올해 수능이 쉬운 수능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수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의대 열풍으로 의대 진학을 꿈꾸는 반수생 등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체 수험생은 줄었지만, N수생 등 졸업생은 지난해(14만2천300명)보다 12.2% 급증했다.
전자기기 소지는 부정행위
수험생은 시험 당일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장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수험표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청소년증,여권 등을 신분증으로 쓸 수 있다.
본인의 시험장과 수험표는 15일 원서를 접수한 곳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 과목과 시험장 학교의 위치도 반드시 확인해 당일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수험표를 분실했을 경우 수능 날 오전 신분증과 함께 ‘응시 원서에 붙인 사진과 동일한 사진’ 1장을 가져가면 재발급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 날 오전 8시까지 시험장 안에 위치한 시험관리본부에 찾아가야 한다.
시험장에 전자기기를 가져오면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휴대전화, 스마트 기기(스마트워치 등), 디지털카메라, 전자사전, MP3 플레이어, 태블릿PC, 카메라 펜, 전자계산기, 라디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결제·통신(블루투스 등) 기능 또는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있는 시계, 전자담배,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 등 모든 전자기기가 이에 해당한다. 부득이하게 전자기기를 가져왔을 경우 1교시 시작 전에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4교시 탐구 영역 시간에는 본인이 선택한 과목의 문제지만 올려두고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1선택 과목 시간에 제2선택 과목의 문제지를 풀다가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지난해에는 전자기기 소지 등으로 서울에서만 79명의 수험생이 부정행위로 처리됐다. 수험생들은 시험 전날인 15일 예비 소집에 가급적 참석하는 편이 좋다. 수험표에 기재된 자신의 선택 과목과 시험장 위치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유증상자도 시험실서 응시
또한 교육부는 방역 기준 완화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도 일반 수험생과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시험실에서 응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격리 대상자를 위해 전년도에 설치했던 별도 시험장, 분리 시험실, 병원 시험장은 올해부터 운영하지 않는다. 방역을 위해 점심시간에 사용했던 수험생용 간이 칸막이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확진자가 일반 수험생과 다른 공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별도의 분리 공간이 마련된다.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마스크 착용과 함께 분리 공간에서의 식사를 권고할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에 지방대 의약학 계열 ‘추가 모집’
지방대 중 21곳이 지난해 의약학 계열 추가 모집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복 합격자가 수도권으로만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 전국 의약학 계열 대학(의·치·한의·수의·약대)의 추가 모집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수시와 정시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24곳에서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이 중 21곳(87.5%)이 지방권 대학이었다. 추가 모집을 한 대학 중 의대(4개), 치대(2개), 한의대(4개), 수의대(3개)는 모두 지방대였다. 약대는 11개 대학 중 8곳이 지방대였다.
의대는 가톨릭관동대 단국대(천안) 경상국립대 동국대(WISE)였다. 치대는 조선대와 경북대가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한의대는 상지대 동국대(WISE) 대전대 우석대 등 4곳이었으며 수의대는 전남대제주대 경상국립대였다. 약대는 충북대 경성대 제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인제대 우석대 순천대 등 8곳이 지방대였다.
의대 광풍에도 불구하고 지방 의약학 계열 대학의 추가 모집이 발생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시의 경우 총 6번을 지원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 의대에 중복 합격할 경우 대부분의 수험생이 수도권을 선택한다. 3번의 지원 기회가 있는 정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수시에서 지방대 의대가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정시로 정원을 넘겨서 모집해도 같은 이유로 1∼2명의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전국에는 총 39개 의대가 있고, 이 중 27개가 지방권역에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앞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인재 선발 비율도 확대하면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 의대 지원이 갈수록 양극화되면 지역 의대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후 마약 예방·금융교육 강화
교육부가 2024학년 수능 이후 학년말 초·중·고등학교의 내실 있는 학사 운영을 지원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능 이후 학년말에는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교육 활동을 지속하되, 지역 교육청과 학교는 자체 지침과 학교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학사 운영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가 흥미, 진로 등 학생 수요와 지역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운영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과 함께 교과·창의적 체험 활동에서 활용 가능한 온·오프라인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마약과 온라인 도박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고려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교육, 도박문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또 신용관리와 금융사기 예방, 세금과 부동산 등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올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83개 기관의 프로그램으로 전년(43개 기관 80개 프로그램) 대비 대폭 증가했으며, 프로그램 수도 171개로 전년(80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학교에서 수능 이후 학년말 시기에 운영한 다양한 교육 활동 사례를 발굴해 전체 학교에 공유할 계획이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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