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려 있다. 수시와 정시가 끝난 뒤에도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학점은행제는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교육 제도로 140학점 이상 이수하면 평생교육법에 따라 일반대학 졸업과 같은 학력을 인정받는다.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가장 오래된 학점은행 우수 관리 기관으로 고교 졸업 후 입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수능이나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고 면접으로 선발한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도움말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백금란 교수가 지도한 학생이 작년 9월 제21회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시각디자인학 전공 이준우씨는 링거가 다 투입된 후 바로 빼지 않을 경우 혈관에 공기가 들어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발명한 ‘안심 알림이 링거’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백 교수는 “준우 학생이 대회를 매우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기특했다. 디자인 이상의 디자인을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희망의 빛을 세상에 비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으로 석사를, 숭실대에서 정보통신공학으로 박사를 받아 디자인의 공학적 접근에 강하다.
이태선 교수는 <개그콘서트>에서 이태선 밴드를 이끌며 20년 넘게 현장 음악을 담당해왔다. 옥슨 80이라는 건국대 록밴드로 시작해 1980년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평생 음악에 몸 바쳤다. 부산예대 홍익대 세한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17년부터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전임교수로 음악인을 양성하고 있다.
이 교수는 “K-컬처 안에 콘텐츠를 집약시켜 더 큰 콘텐츠를 만들어내려 한다. 최근 메타버스와 게임을 활용한 수업을 고민하고 있다. 음악 수업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깨려 한다. 실용음악이 메타버스·게임과 조합하는 세상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우 글로벌미래교육원장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메타버스와 게임 산업을 선도할 새로운 교육 생태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학생부×면접 100%
글로벌미래교육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고3 졸업 예정자와 졸업생, 검정고시 합격생을 대상으로 100% 면접으로 모집한다. 학생부와 수능을 반영하지 않으니 큰 부담 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면접은 전공 교수가 1:1로 진행한다. 지식보다 인성,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면접이다. 단, 음악 학사는 실기와 면접이 필수로 교수 면접 20%+실기 고사 80%로 선발한다.
백 교수는 “시각디자인학은 브랜드 디자인·편집 디자인·광고 포스터 디자인·인포그래픽·일러스트레이션·영상 디자인·UI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입시 미술을 하지 않은 학생들도 입학 후 교육을 통해 성장해 능력 있는 디자이너로 거듭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디자인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이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단계별로 실무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고 시각디자인학을 소개했다.
숭실대 학생과 다를 바 없는 캠퍼스 생활
글로벌미래교육원은 5개 계열 17개 전공이 있다. IT 계열은 컴퓨터공학 정보보안 멀티미디어학 게임 정보통신전자공학 인공지능(AI)이 있다. 경상 계열은 경영학 회계세무가 있다. 인문사회 계열은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이 있다. 예체능 계열은 체육학과 시각디자인학이 있다. 음악 계열은 관현악 성악 피아노 교회음악 실용음악학이 있다. 일부 과정은 주말 과정도 운영하고 있어서 경영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회계세무 컴퓨터공학 정보통신전자공학 인공지능(AI)은 주말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음악 계열은 유럽 음악원 교육 시스템을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꿔 실기 중심으로 교육한다. 주 2회 레슨을 기본으로 한 학기 15주 동안 30시간의 전공 실기 시간이 있다. 1천100석 규모의 연주홀에서 연 5회 이상 정기 공연을 하며 방학 중 해외 연수의 기회도 있다. 4년제 음악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유학을 떠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 연주가로서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다른 음악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약 60% 수준이라 부담을 덜 수 있다.
홍지범씨는 글로벌미래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 전공을 졸업하고 숭실대 평생교육학과로 학사 편입했다. 지범씨는 “지난 학기 숭실대 평생교육학과에서 과 수석을 차지했다. 교수님이 어디서 이렇게 공부해왔냐고 물어보셨다. 고등학교 졸업 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이 길이라고 생각해서 글로벌미래교육원에 지원했다. 입학 전까진 꿈이 없었지만 글로벌미래교육원을 다니면서 캠퍼스 라이프가 매우 즐겁다는 것을 깨달아 삶의 만족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글로벌미래교육원 학생은 숭실대의 다양한 학생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숭실대 학생과 동일한 학생증이 나오고 도서관·숭실 포레스트·학생 식당·운동장 등 숭실대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은 기숙사에 지원할 수 있으며 동아리 활동도 자유롭다. 재학 중 2년까지 군대 입영 연기가 가능하다.
2년 만에 학사 학위 취득 가능
글로벌미래교육원은 44년의 전통을 지닌 국내 최초의 학점은행 우수 관리 기관이다. 학점은행제란 표준 교육과정을 기준 삼아 필요한 학점을 스스로 이수하는 것으로 총 140학점을 취득하면 4년제 대학 졸업과 동일한 학력을 법적으로 인정받는다. 숭실대 부설 교육 기관인 글로벌미래교육원에서 84학점을 취득하고 자격증이나 독학사 등 다양한 방법을 더해 140학점을 취득하면 숭실대 총장 명의의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일부 전공 제외).
84학점은 글로벌미래교육원에서 전공 필수·전공 선택·교양·일반 선택으로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과 독학사 등으로 56학점을 취득해 총 140학점이 되면 학사 학위가 나온다. 매 학기마다 7과목씩 수강하면 2년 만에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일반 학사 학위 과정은 졸업 전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단, 음악 학사는 학기별로 전공 실기 8과목이 필수다. 음악 학사 과정은 실기 중심의 교육에 이론 교육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회계세무 전공 윤종원 교수는 “회계세무 과정 학생들은 졸업 전 2~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사 학위가 나오는 학점은행 중에서 회계세무 과정은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회계세무 과정을 졸업하고 취업한 고수애씨는 “글로벌미래교육원을 다니는 동안 회계실무(FAT) 1급, 전산회계 1급, 전산세무 2급, 회계관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사 학위와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진로, 학사 편입·대학원 진학·취업·유학
글로벌미래교육원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될까? 학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다른 대학으로 학사 편입을 하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또 취업하거나 유학을 떠난다. 1:1 책임 지도교수제로 편입반·대학원 진학반·취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 중 하나에 소속된다.
박시연씨는 글로벌미래교육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숭실대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시연씨는 “1학기에 7과목을 듣는 것이 빠듯하기는 하지만 교수님의 지도 덕분에 자격증까지 차근차근 취득해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로씨는 2년 만에 컴퓨터공학 전공을 졸업하면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진학했다. 명로씨는 “글로벌미래교육원 컴퓨터공학 전공에서 배운 교육과정을 숭실대 컴퓨터공학과와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 2년 동안 네트워크관리사 2급, 정보처리산업기사, 행정관리사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2년 만에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난 뒤 학사 학위를 가진 학생들만이 지원할 수 있는 학사 편입으로 공부를 이어나가는 사례도 있다. 일반 편입에 비해 학사 편입은 경쟁률이 낮은 편이다. 서강대·한양대로 학사 편입에 성공한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들이 있다.
전공을 살려 삼성SDI·카카오페이·메리츠증권·한화생명 등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도 있다.
입학 관련 상세 정보나 상담은 입학처(02-828-7301 ~7303/730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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