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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호

환자의 골든타임 책임진다

응급구조사 양성하는 응급구조학과

중위권 학생들에게 보건 계열은 선호도가 높은 전공이다. 응급구조학과도 그중 하나다. 가천대 을지대 남서울대 선문대 백석대 등 수도권 대학에 주로 개설돼 있으며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면 1급 응급구조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응급구조사는 의료 종사자는 아니지만, 응급 상황에서 환자와 처음 대면해 응급 의료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AI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자리를 로봇이 대신하고 일자리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재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순간적인 판단력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응급구조사는 미래 사회에서도 전망이 밝다.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취업이 가능한 응급구조사를
양성하는 응급구조학과. 책임감과 사명감, 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김보균 교수(가천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과장)·최혜경 교수(을지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과장)
사진제공 가천대학교 응급구조학과






일부 대학에만 개설, 응급구조사 자격 취득 가능한 응급구조학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중 응급구조학과를 개설한 곳은 없다. 경기 지역의 가천대, 을지대를 포함해 지역별로 1~2곳 설치돼 있으며, 전국적으로 16개 대학에서 운영한다. 응급구조학과는 응급구조사를 양성하기 위해 신설된 학과로 졸업하면 1급 응급구조사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응급구조사란 응급 환자에 대한 응급 의료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보통 소방서와 병원으로 진출한다(표 1).

응급구조사는 크게 소방 응급구조사와 병원 응급구조사로 구분된다. 소방 응급구조사는 현장에서 응급 환자에 대한 상담, 구조 및 이송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병원 응급구조사는 응급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 대비 및 이송된 환자의 초기 처치와 신체검사가 주된 업무다.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최혜경 학과장은 “응급구조사는 의사, 간호사처럼 의료인은 아니다. 그러나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응급 처치를 수행한다. 응급 처치가 끝나면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고, 응급 처치 상황과 기록을 응급센터나 담당 의사에게 전달한다. 응급구조사의 초기 판단과 조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응급구조사는 자격증이 허용하는 업무 안에서 의사의 지시를 받아 처치하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응급 처치를 교육하거나, 응급 의료 정책을 연구한다. 산업체에서 일어나는 응급 상황을 예방 및 대처하고, 의사,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와 같은 응급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장비 사용법을 교육하는 등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응급 의학에 관심 있다면 적극 도전해보길

응급구조학과의 교육과정을 보면 대학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 응급구조사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과이기에 응급구조사의 역할이나 시험과 관련된 과목들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가천대 응급구조학과의 교육과정을 보면 1~2학년 때는 생리학, 해부학, 병리학을 비롯한 기초의학부터 기본소생술, 응급환자관리, 의료데이터분석, 응급처치개론, 소방학개론, 공중보건학, 기본소생술, 외상처치 등 기초적인 의학 관련 공부를 하고, 3~4학년이 되면 스포츠상해론, 전문심장소생, 재난관리론, 산부인과응급, 보건법규 등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한 실무적인 공부를 한다. 여기에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실습과 시뮬레이션 수업도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김보균 학과장은 “의학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지원하면 만족할 전공이다. 응급 의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교육과정도 굉장히 다양하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신속하게 처치하고 이송해야 하므로 응급구조학과는 이론적인 것을 배울 뿐만 아니라 실습이나 시뮬레이션 수업을 통해 응급 상황이 몸에 배도록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최 학과장도 “기초의학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실습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위급 상황을 경험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랩 실습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도록 한다.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면 학생들이 상태를 진단하고 당장 해야 할 응급 처치의 종류와 순서를 파악해 처치해보는 식이다. 응급구조사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순간적인 판단력과 추진력, 문제 해결력 등이 중요하므로, 대학의 교육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실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전했다.




책임감, 판단력, 문제 해결력, 멘탈 관리 중요, 사명감 높아야

응급구조학과를 지원한 학생들 중 중·고등학교 때 병원 의료진이나 구급대원의 모습에 매료돼 진로를 정한 경우가 많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바로 옆에서, 그것도 가장 위급한 순간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 처치하고, 의료진에게 이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책임감, 순간적 판단력, 멘탈 관리 등이 중요한 직업이다.

최 학과장은 “응급구조사는 응급 상황에 맞닥뜨려야 하기에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과 만족도가 큰 직업이기도 하다. 사실 응급구조사가 되면 요람에서 임종까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된다. 병원에 도착해 최적의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점검하고, 시간을 벌어주는 일을 하려면 전문성은 기본이고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가 빨라야 한다. 판단력과 세심함, 적극성이 필수다. 더 추가하자면 인성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 학과장도 “미래 사회엔 AI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응급구조사처럼 응급 상황에서 주변 상황과 환자 상태를 파악해 순간적인 판단과 처치를 해야 하는 일은 절대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국민의 생활, 안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구조사의 전망은 밝다”고 전했다.








>> MINI INTERVIEW

“긴급한 상황에서 침착함과 전문성 중요한 직업”


한세영
강원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권역응급 의료센터 근무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졸업


Q. 현재 소속된 곳과 담당 업무는?

강원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권역응급 의료센터에서 일한다. 응급실 내 응급 처치, 외상환자 초기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담당한다. 또한, 응급의학과 담당 구역 내 CPR TEAM(심폐소생술 팀)에 소속돼 센터 내 심정지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담당한다. 닥터헬기, 고압산소 치료, 재난 의료 지원에도 참여한다.


Q. 응급구조학과를 지원했던 이유는?

고등학생 시절, 언론 매체를 통해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사람을 접했다. 사건마다 언급되는 응급 상황 시 초기 처치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졌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응급 상황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응급구조사를 꿈꾸면서 지원했다.


Q. 응급구조사로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보람을 느낀 점은?

최선의 처치를 제공했음에도 소생하지 못한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를 만나는 일이 여전히 힘들다. 가슴 아픈 사정에도 단호해질 수밖에 없고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팀 전체가 하나 되어 한 환자만을 위한 처치를 할 때 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Q. 어떤 역량이 필요한 전공인가?

전문성과 침착함이 중요하다. 예민한 환자를 상대하고 최상의 처치를 제공해야 하기에 임상적, 학문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며 전문성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침착함이 꼭 필요하다.


Q. 중·고등학생에게 조언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재난과 각종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응급 상황이나 사고 현장에 출동하므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이 뛰어나고 타인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일”


박은정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 근무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졸업


Q. 현재 소속된 곳과 담당 업무를 소개한다면?

서울시와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에서 근무한다. 중증 응급 환자가 심장이식 등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이송 업무를 맡고 있다. 이송 중에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며 처치를 지속하고, 수용 병원에 환자의 치료 상황과 상태를 정확하게 인계하는 역할을 한다.


Q. 대학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해부학 교수님께서 해부학 전공도서에 나오는 그림들을 모두 따라 그리면서 장기와 조직의 위치와 기능, 한글명과 영문명까지 다 암기하라고 하셨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돼지의 심장과 폐 해부 등을 하며 집중을 할수록 흥미를 느꼈다. 현장에서 일하는 지금도 해부학은 든든한 기초지식으로 활용된다.


Q. 어떤 역량이 필요한 전공인가?

환자가 힘든 부분을 호소하기 전에 불편하거나 처치가 필요한 부분을 제한된 정보와 환경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성이 필요하다. 작은 실수에도 환자의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기에 세심함과 전문성도 중요한 역량이다.


Q. 어느 분야로 주로 진출하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동문 대부분이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거나 임상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초봉이 높은 편이다.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도울 수 있어 보람과 만족감, 사명감을 느낀다.


Q. 중·고등학생에게 조언한다면?

응급구조학은 응급 환자를 극적으로 살려내는 학문이라기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누군가의 가족이 본격적인 소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찬사보다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 지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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