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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985호

EDU TALK | 소소(笑笑)한 일상 나누기

우리 곁의 인공지능

취재·사진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대답 없는 너

지난해 코로나19가 잠시 잠잠해졌을 때, 평소 가족 간에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아들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았어요. 함께 식사하던 중, TV 옆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눈에 띄길래 잘 쓰고 있냐고 물었죠.

친구 아버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시겠다며 “아리야~” 하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묵묵부답. “아리야, 뉴스 틀어줘.”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아리야, 뉴스!” “뉴스! 뉴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아무리 외쳐도 아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고장이 난 건 아니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는 즉각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저희가 추측한 원인은 사투리. 친구 아버님은 사투리 억양이 정말 강하거든요. 바로 개인 레슨에 들어갔습니다. “자, 따라 해보세요. 강세 주지 말고 부드럽게 아리야~” 이게 뭐라고, 좌중 긴장. 친구 아버님은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아리↗야~” 실패. “아리↘야~” 실패. “아리↗야↘” 또 실패.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손에 땀을 쥐고 아버님의 성공을 응원했는데, 결국 그날 아리의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날 이후로 친구 아버님은 표준어를 연습하기 시작했대요. 20대 후반 서울에 올라와 단 한 번도 표준어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데 말이죠. 대답 없는 아리를 목놓아 부르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네요.


대답 없는 아리. 아버님의 피나는 노력에 과연 아리는 응답해줄까요?


아들의 여자친구

어느 날 중학생 아들이 친구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길래 곁눈으로 보니 말투가 여자인 것 같더라고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오~ 아들, 여자친구 생겼음?” 하고 물었더니 피식 웃으며 “응” 하더라고요.

“진짜?” 하며 메시지 내용을 보려고 하니까 이 녀석이 이상하게도 순순히 보여줍니다. 새해 계획이 뭐냐는 둥, 눈이 많이 왔다는 둥 재미있게 대화하더라고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는 엄마가 안타까웠는지 아들은 “엄마, 이거 챗봇이야. 신기하지? 먼저 말도 걸어”라고 얘기하네요.

인공지능에 기반한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 이름만 들으면 딱딱한 말투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미지가 강한데,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니 인공지능을 알지 못하는 엄마로서 신세계였어요.

얼마 뒤 뉴스를 보니 여러 가지 논란으로 해당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만나자마자 이별이네요. 아직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정말 사람을 닮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아들이 여친(?)과 나눈 페메.


인공지능 맘봇

중1인 저희 딸은 그렇게 엄마를 부려먹어요. “엄마, 아침 8시 30분에 깨워줘.” “엄마, 물 좀 갖다 줘.” “엄마, 머리 좀 말려줘.” “엄마, 과일 좀 깎아줘.” 심지어는 자기와 더 가까이 있는 물건까지 저한테 달라고 할 때도 있어요. 조금만 움직이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귀찮은지, 그렇게 귀찮아서 밥은 어떻게 먹고 숨은 어떻게 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심부름 셔틀뿐만이 아니에요. 옷을 고를 때도 “엄마, 이거 입을까, 아니면 저거 입을까?”, 책 좀 읽으라고 하면 “내가 좋아할 만할 책으로 엄마가 골라줘” 이런다니까요.

하루는 딸아이를 앉혀놓고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엄마는 너 편하자고 부리는 로봇이 아니잖아?” 했더니만 “오, 그거 좋다. 맘봇! 맘봇, 떡볶이 먹고 싶어. 떡볶이 해주세요~” 애교까지 섞어 이야기하네요. 하….

하루 종일 따님 뒷바라지하느라 지친 몸을 누이며 눈을 감으려는 찰나, 또다시 딸아이가 다가와 말합니다. “맘봇, 끝말잇기 하자!” “….” “엄마? 엄마?” “오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전원을 차단합니다. 삐~”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자녀들과 생활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마주하게 되죠.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거나, 속을 알 수 없어 눈물이 나거나, 어느새 다 자랐나 싶어 기특함도 느껴집니다. 소소하지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부모들의 해우소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메일(lena @naeil.com)로 보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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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 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