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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7호

설문으로 본 청소년 시험 불안 실태와 해법

시험은 떨리기 마련? 원인 따라 ‘안정’ 찾는 법 달라!

시험은 늘 어렵고 힘들다. 결과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고, 입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 긴장과 불안이 따라붙는 것도 당연하다. 한데, 최근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었고, 증세도 심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일까?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내일교육> 독자와 브런치 교육 강좌 수강생, 대한학생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중·고등학생의 ‘시험 불안’ 현황을 짚어보고,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아봤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험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응답자 2명 중 1명, 시험 기간 소화 불량·수면 장애

최근 시험 관련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더 늘었고, 증세도 심화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학부모 우경희씨(48·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시험에 대해 고3인 둘째가 네 살 터울인 큰아이보다 좀 더 예민하다. 큰아이는 수능과 대입 실기 시험 때 조금 떨었다. 작은아이는 고1 때부터 학교 시험을 앞두고 어지럼증이나 배앓이를 할 때가 잦아졌다. 학부모들도 요즘 학생들이 더 시험에 예민하다고 한다”고 말한다.

정말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더 시험에 긴장하고 불안해할까?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내일교육> 독자와 브런치 교육 강좌 수강생, 대한학생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7%가 시험과 관련해 긴장이나 불안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주목할 것은 그로 인해 나타난 증상이다. 시험 기간 두통이나 소화 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신체적 이상(41.9%), 불면증 또는 과다 수면과 같은 수면 장애(14.3%)를 경험했다는 이가 1, 2위를 차지했다. 시험 시간 손떨림이나 시력 저하 등 이상 증세가 발현됐다고 답한 이도 7.6%로 조사됐다.




증상 심해도 심리 상담·약 복용 꺼려

시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을까? 응답자들은 효과를 본 방법으로 따뜻한 음료나 보양 음식을 통한 기력 보충(27.5%), 학습법 점검·실력 보완 등 실력 향상을 통한 성적 부담 완화(26.5%), 운동이나 스트레칭·명상 등 신체 활동을 통한 긴장 이완(25.5%) 등을 고르게 선택했다.

동시에 가장 효과가 없었던 방법을 묻는 항목에서도 음료나 보양 음식(22.5%), 신체 활동(21.5%), 밤샘 공부·사교육 등 학습 관련 대책(21.7%)을 꼽은 이들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해결 방안으로 볼 수 있는 심리 상담과 약품 복용은 두 항목 모두 선택한 이가 적었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담의 질에 대한 불만, 인지도 높은 의약품의 부작용을 꼽은 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조건적인 응원이나 격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게임·영상 시청 허용, 휴대폰 압수나 공부 시간 확대 등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자녀와의 관계 악화와 집중력·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불안 원인 따라 달리 대처해야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험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주변의 조언이나 경험에 의지해 대응하는 경향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들은 “시험 불안의 원인은 크게 학생이 처한 환경, 학생 개인의 성격·성향, 학업적 요인 등으로 나뉜다. 학생에 따라 한 가지 원인의 영향이 크거나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그에 따라 대처도 달라진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그때그때 주변의 경험이나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 대응하다 보니,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학습법 전문가들 역시 “시험 불안감이 큰 학생들 중 학업적 부분이 문제라면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이때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 더 집중할 수 있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공부하면 실력 향상의 효과가 높다”고 설명한다.

이와 달리 환경, 즉 부모가 학생에게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 또는 교내 교사·친구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이 상황이 개선되어야 시험 불안이 해소된다. 부모가 자녀의 상황을 파악해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전문가와의 심리 상담을 병행해도 좋다.


긴장 잘하고 변화 꺼리는 성향, ‘긴장 완화’ 효능 약품 복용해볼 만

한편 부모·교사·교우 관계가 무난하고, 학업에도 열심인 학생이라면 개인의 성격·성향이 시험 불안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긴장을 잘하고 겁이 많거나, 주변의 변화와 영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시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시험 불안 증세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스트레스가 한 번 해결되면, 쉽게 벗어난다. 시험 직전 쉬는 시간에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체조를 하거나 음악을 감상해보고, 신경안정 효과가 있는 의약품 복용도 시도할 만하다.

의약품의 경우 시중에 널리 유통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안정액과 우황청심환이 있다. 둘 다 긴장을 완화하고 불안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으며, <동의보감>에 기술된 한방 약제에 기반한 일반 의약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더 효과 있는 질환이 다소 차이 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안정액이 차용한 천왕보심단은 영심(寧心) 보신(保神) 정충(怔忡) 경계(驚悸) 즉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정신을 보호하며 불안한 증상이나 떨림을 없애준다고 기술돼 있다. 심장과 혈액의 기능을 되살리는 효과가 있는 약제들도 제조돼,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상대적으로 상비약 개념으로 복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와 달리 우황청심환은 졸중풍(卒中風) 구안와사(口眼喎斜) 즉 뇌졸중이나 경미한 풍과 같은 신경성 질환을 완화하거나 정신혼궤(精神昏憒)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의 응급 상황에서 효과가 더 높다.

시험을 앞두고 복용할 때는 이 둘의 차이를 인지하고, 불안 증상의 정도니 불안을 유발한 원인, 알레르기나 약제에 대한 민감도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이때 최소 시험 1~2주 전에 충분히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효능을 미리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ni interview

“시험 불안 덜고, 성적도 올랐어요”

최예빈
서울여고 1학년


Q. 시험에 대한 불안을 언제 처음 느꼈나요?

중학생 때요. 중1 2학기 때 첫 기말고사를 앞두고 너무 떨리더라고요. 평소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성향이에요. 그래서인지 내 실력을 평가받고, 그 결과가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 수 있다는 데 압박감을 느낀 것 같아요. 시험에 대한 부담은 시험이 반복될수록 커졌고 불안 증세도 악화됐어요.

시험 기간만 되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 시험 시간에 갑자기 문제가 제대로 안 보이거나, 펜을 잡은 손이 제 통제를 벗어나 덜덜 떨리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하는 수행평가나 발표는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유독 중간·기말고사 때 심했어요. 당연히 노력이나 실력만큼 성적이 안 나왔고, 그 경험 때문에 다음 시험 때 더 불안해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어요.


Q. 긴장이나 불안을 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일단은 공부요. (웃음) 완벽하게 대비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많이 공부한 만큼 더 많은 문제를 잘 풀 수 있을 테니까요. 불안해서 더 공부를 열심히 한 측면도 있는 셈이죠. 하지만 제 노력과 별개로 ‘시험 공포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요. 병원에 가는 건 좀 부담스러워서, 주변의 조언이나 인터넷에서 본 내용들 위주로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시도해봤어요. ‘내가 공부한 데서 시험 문제가 나올 거야’, ‘실수 안할 거야’라며 주문처럼 자기 최면을 걸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고, 따뜻한 차로 심신을 달래보기도 했고, 긴장을 낮춰주기로 유명한 약들을 복용해보기도 했어요.


Q. 그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약이요. 제가 효과를 본 제품은 안정액인데요. 우연히 라디오 광고를 들은 어머니가 추천해주셨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해 치른 첫 정기고사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였는데요. 약국에서 제품을 구매해 시험 하루 전에 복용했는데 불안감이 많이 줄었어요.
이전에도 비슷한 효능의 제품들을 시도해봤는데 긴장은 덜 했지만, 살짝 ‘멍’해져서 문제를 풀 때 주의가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안정액은 멍해지는 것 없이, 불안만 낮춰줘서 좋더라고요. 한 번 효과를 보고, 기말고사 때 안내된 복용법에 따라 일주일 전부터 매일 한 번씩 복용했고요. 결과도 좋았어요.


Q. 불안 증세가 완화됐다면, 성적도 영향을 받았나요?

중간고사 때는 국어 수학 영어 다 3등급대였는데, 기말고사에서 국어와 수학은 2등급, 영어는 1등급으로 올랐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고요, 불안이 줄어드니 문제에 집중할 수 있고, 잘 풀리니까 자신감도 생겨 성적이 잘 나오더라고요. 저같이 긴장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친구들은 특히 의약품 복용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 노력이 결과에 반영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물론, 열심히 공부해두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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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LIFE (2020년 11월 18일 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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