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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호

작은 학교의 큰 반란 강원 안흥중

‘드론 축구’로 미래를 꿈꾸다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드론 축구. 드론이 선수 겸 공이 돼서 상대의 골대를 통과하면 점수를 얻는 이색 스포츠다. 이 드론 축구를 방과 후 프로그램에 도입해 화제가 된 중학교가 있다. 바로 강원 횡성에 있는 안흥중. 전교생이 30명 안팎인 작은 학교지만 드론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꾸는 꿈만큼은 크고 원대하다.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아이들의 실력에 지도 교사들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전국대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들을 만나보자.

취재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사진 오재엽 교사(강원 안흥중학교)
도움말 오재엽 교사(강원 안흥중학교)·신문섭 강사(강원 안흥중학교 드론 축구단 지도)






중학교→초·고 확산, 첨단 기술+단체 활동 경험 얻어

안흥중에서 드론 축구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도입해 ‘애드립’이라는 축구단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판단 때문. 올해 같은 건물에 있는 안흥고와 인근에 위치한 안흥초도 드론 축구단을 창단해 눈길을 끈다.

교내 본관 3층에 성인 규격의 드론 축구장도 개장했다. 안흥중 오재엽 교사는 “작은 시골 학교라 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체 스포츠나 단체 활동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드론 축구를 통해 팀 스포츠를 경험하고 초·중·고 간에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학생들이 그동안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늘어가는 실력과 함께 자기효능감도 높아져 고무적이다. 드론 축구를 매개로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립·정비 다 하는 ‘드론 전문가’로 거듭나는 중

드론 축구 경기는 5명이 한 팀을 이루어 3분 3세트로 진행된다. 득점은 스트라이커라고 불리는 골잡이 드론 1명만 가능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길잡이 2명과 상대 공격을 방어하는 길막이 역할 2명으로 구성된다. 세트 진행 중에는 기체 파손이나 배터리 방전 등 비행 불능 상태가 돼도 선수를 교체할 수 없다. 이를 이용해 시작하자마자 상대방 골잡이 드론을 격추하는 작전을 펴기도 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드론끼리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부딪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드론 축구공의 수리나 정비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세트 사이 주어지는 5분 안에 망가진 부분을 빨리 손봐야 하니 이제는 드론 전문가가 다 됐다고.

안흥중에서 드론 축구를 지도하는 신문섭 강사는 “처음 드론을 조립하는 것부터 호버링, 장애물 통과, 착지 등의 기초 훈련을 거쳐 실제 게임을 하면서 수리나 정비도 직접 할 수 있게끔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의 실력이 나날이 향상돼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나를 능가할 정도”라며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안흥중 드론 축구단 ‘애드립’은 지난해 열린 강원컵 전국드론축구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신생 구단의 쾌거는 학교와 학생이 힘을 합친 결과다. 실력이 계속 성장세라,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드론으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다

‘드론 좀 날리게 해주세요!’ 올해 코로나19로 방과 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교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다시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당장 11월에 열리는 전국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신 강사는 “현재 다음달 대회에 맞춰 팀워크나 전술, 전략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있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드론은 항공 촬영, 농업, 레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교와 대학에서도 드론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추세. 교사들은 드론 축구를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안흥중 3학년 학생 중에서도 드론 축구를 접하고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생겼다는 전언이다. 학생들의 꿈이 드론처럼 하늘 높이 훨훨 날아 멋지게 뻗어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Mini interview

“드론+축구, 최고의 조합에 끌렸어요”


김원섭 3학년(안흥중 드론 축구단 ‘애드립’ 주장)


드론 축구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론과 축구, 이 둘을 결합한 것이라는 데 흥미를 느껴 시작하게 됐어요. 1년 넘게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자유자재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게 됐죠. 알아보니 군대에도 관련 직업이 생기고 드론 분야로 진학할 수 있는 길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드론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론 축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두 번째로 참가한 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던 일이예요. 첫 번째 시합 때보다 실력이 확 늘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죠. 다음달에 열리는 대회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 각자의 포지션을 지키고 팀워크를 다지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국대회 우승 향한 열정 보여주고 싶어요”



이정환 3학년(안흥중 드론 축구단 ‘애드립’ 수비수)

마지막에 골대 앞에서 상대 팀의 스트라이커를 막는 최종 수비수 역할을 맡고 있어요. 이전에는 드론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해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팀 활동이다 보니까 협동심도 생기고 교우관계도 더 좋아졌어요. 지난 대회에서 팀원 중 한 명이 실수했을 때도 서로 비난하지 않고 잘 다독였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진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드론 축구를 통해 집중력과 책임감을 길러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가오는 대회 준비도 열심히 해서 더 나아진 모습과 우승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애드립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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