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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914호

자기 주도 기상, 안 되겠니?

잠과의 전쟁 극복 열전


겨울방학 동안 수면 시간이 엉켜버린 딸. 개학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더니, 일어나는 시간만 빨라졌을 뿐, 1학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잠드는 시간은 여전히 새벽 1, 2시가 태반이다.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길 다섯 밤 반복하면 다시 주말, 또 주말이 되면 오후 2, 3시까지 늦잠을 잔다.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마음이다. 끝없는 잠과의 전쟁, 자기 주도 학습보다 자기 주도 ‘기상’이 시급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의 잠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 사례와 비슷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한 선배맘의 조언을 모아봤다. 취재 김지영 리포터 janekim@naeil.com

수면 습관 바로잡는 체크리스트
□ 최소 적정 수면 시간 찾기
기상, 취침 시간은 되도록 일정하게 유지하기
부족했던 잠, 주말 두세 시간 내에서 보충하기
방학에는 오전에 시작할 수 있는 일정 준비하기

CASE01 휴대폰 게임 빠져 밤샘


늦게까지 불이 켜 있어 지금까지 공부하나 싶어 살짝 노크하고 방에 들어가면 또 그 휴대폰. 차라리 잠을 자라고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너무 걱정이 돼 아이를 붙잡고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자기도 수험생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긴 한데,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엄마의 SOLUTION “네 휴대폰은 신데렐라!”
요즘은 모둠 과제도 많아 휴대폰을 빼앗는게 능사가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제대로 자는 게 중요하니, 특정 시간 이후에는 사용하지 말자고 합의했지요. 밤 12시 이후에는 제가 아이의 휴대폰을 맡았어요. 저도 자정이 넘어서야 잘 수 있게 됐지만 아이가 밤에 휴대폰을 안 한 다면야 그게 뭐 대수겠어요. 다행히 그 후 휴대폰 때문에 잠 못 자는 일이 없어졌고, 휴대폰이 없는 시간도 조금씩 버티더라고요. _노미나(48·서울 양천구 목동)

CASE02 집에 오면 기절!
집에 오면 그냥 쓰러져요. 잠도 잘 만큼 자는 것 같은데요. 지난 중간고사 때는 고등학교에 적응하면서 첫 시험 준비를 하느라 더 힘들었는지 코피까지 나서 링거를 맞았 어요. 다른 애들은 학원에, 과외에, 집에서 자습할 시간에 저렇게 있어도 되나 싶어 제 속만 타 들어갑니다.

엄마의 SOLUTION “피곤도 병이지”
앉아서 공부만 하다 보니 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워 좋은 영양제들을 수소문해 먹였어요. 약사인 지인이 조아바이톤을 추천하더라고요. 꽤 비쌌지만 잘 맞는지 효과는 있는것 같아요. 그 외에도 학부모들 사이에 이름난 영양제가 몇 개 있더라고요. 공진단도 유명한데, 한약 맛이 강해 저희 아이는 꺼리더라고요. 한약류는 시범 삼아 한 알만 구매해서 먹여보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_박승희(44·서울 강남구 대치동)

CASE03 짧게 자주 잔다고? 언제나 자잖아!

우리 아이는 어디에서나 머리만 붙이면 자요. 짧게 자주 자면 피로도 풀리고, 머리도 맑아져서 공부가 잘된대요. 하지만 제 눈엔 그 ‘자주’가 너무 잦아요. 그러니 밤에는 쌩쌩하고 아침에는 기운이 없고요. 차라리 한 번에 오래 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하니 자기한텐 안 맞는대요. 제 속만 타들어갑니다.

엄마의 SOLUTION “그래 자라 자, 한 시간만!”
학교에서 자는것보단 낫겠지 싶어 집에 오면 아예 저녁 먹기 전 한 시간 동안 마음 편히 자고 일어나라고 했어요. 걱정과 달리 딱 한 시간만 자고 잘 일어나더라고요. 집이라 제가 중간중간 살펴보니 도중에 졸지 않더라고요. 취침 시간도 크게 늦어지지 않았어요. 아이도 누구 눈치 안 보고 침대에서 한 시간 동안 푹 자니 피로도 풀리고, 저녁 먹는 시간이 늦어지지 않으니까 속도 편하고 살도 덜 찐다고 좋아하더라고요. _김혜경(49·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CASE04 낮잠, 꼭 자야 할까?

아이는 고마울 정도로 공부만큼은 제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 줬어요. 그런데 잠만큼은 안되 더라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으면 싶은데, 이제는 아예 낮잠을 자겠대요. 오후·저녁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데, 낮잠 때문에 밤에 더 늦게 자고, 아침 기상도 힘들어 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엄마의 SOLUTION “잠깐 자렴. 단, 책상에서!”
크게 거스르는 것 없던 아이의 말에 내 주장만 할 수는 없었어요. 문제는 편하게 자면 기본이 두세 시간이라는 거죠. 그래서 방과 후에 집에 와서 자되 ‘책상에서’ 20분만 자라고 했어요. 자리도 불편하고 시간도 짧지만 본인이 제일 졸린 시간에 자니까 피로는 풀려서, 이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인지 지금은 원하던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_김상미(46·서울 강남구 서초동)

CASE04 침대는 놀이터?

우리 집 아이는 집에만 오면 제 방 침대에 틀어박혀 있어 요. 쉬거나 간식거리를 먹는 것뿐 아니라, 공부나 과제까지 침대에서 해요. 침대에다 책과 노트를 펴놓고 자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닌데 뭐라고 하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만 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의 SOLUTION “일단 뭐라도 바꿔!”
어떤 책에서 작은 침대용 책상을 두고 특정 과목만 침대에서 공부한다는 전교 1등 학생의 이야기를 봤어요. 편안한 공간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니 효과가 좋다고요. 따라해 봤는데, 실패했어요. 우리 애가 전교 1등 아이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죠. 바로 작은 파티션을 하나 사서 침대 옆에 뒀어요. 문 열고 들어갔을 때 바로 보 던 침대가 가려지니까 유혹은 덜할 것 같은데, 일단은 지켜보려고요. _최수연(45·서울 중랑구 면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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