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은 크게 ‘국어학’과 ‘국문학’으로 나뉜다. 전자는 주로 어학과 관련된 지식을, 후자는 문학 작품과 함께 작품에 담긴 문화·역사·철학까지 폭넓게 다룬다. 국문학도가 되려면 두 가지 분야를 아우르는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국어국문학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 읽으면 좋을 책 목록을 정리해봤다.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유성호 교수(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임영환 교사(서울 우신고등학교) 자료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홈페이지·커리어넷 학과정보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유성호 교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말과 글로 풀어보려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사물의 이면을 보고자 하는 철학적 사유도 필요하다. 또한 언어 현상에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즐거워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역량을 기르려면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우선 시·소설·희곡 등 다양한 문학 작품을 두루 접하는 동시에 문학 이론서를 함께 읽으면 전공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유 교수는 “국어국문학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시란 무엇인가> <한시미학산책> <우리 학문의 길> 등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국문학’은 문학 작품 자체에 대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 속 역사·문화·철학·인간의 심리까지 모두 아우르는 학문인 만큼 철학책이나 심리학책도 폭넓게 읽어두면 좋다.
‘국문학’과 함께 국어국문학의 한 축인 ‘국어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 생성의 역사, 고유 현상 등 언어 자체에 대한 전문 지식도 문학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국어 시간에 배우는 문법이 지루하다면 우리말과 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한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를 통해 ‘국어학’에 흥미를 느껴보길 권한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관련 내용은 <한국어와 한국어 교육> 등을 참고하자. 또한 ‘문화콘텐츠’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창의적 글쓰기’도 새삼 주목받고 있는 만큼 글쓰기 책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서울 우신고 임영환 교사는 “방송작가·기자·출판업 등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국어국문학과로 많이 진학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이 글쓰기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유성호 교수의 추천 도서
한시미학산책
지은이 정민 펴낸곳 휴머니스트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책이에요.
풍성한 예화를 통해 한시의 세계를 흥미롭게 보여주죠. 한시와 미학이라는 어려운 두 주제를 하나로 엮어 유익하면서도 쉽게 한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이 책이 어렵고 낯선 고전 읽기의 벽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수시 합격생이 들려주는 나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자존감과 꿈 찾게 해준 나의 문학 독서” _최지환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
“고1 국어 시간에 어린 시절 읽었던 <강아지똥>을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어요. 고등학생의 눈으로 보니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이야기 너머에 있는 많은 것들이 보였죠. 그때부터 문학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수업 시간에 접하는 시와 소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그 질문에 대해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답이 나왔고, 그래서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죠. 지금도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게 된 게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 하루하루 열심히 달리고 있답니다. 국어국문학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책을 읽고 울어본 경험이 없다면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엮은이 류시화 펴낸곳 오래된 미래
“시집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첫 시집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 권에 담겨 있죠. 난해하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들이 많고, 무엇보다 지친 삶에 위로가 될 만한 따뜻한 시들이 많답니다.”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조남주 펴낸곳 민음사
“문학 작품이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이 소설을 통해서였죠.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졌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만큼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 추천 도서_ 창비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지은이 김영란 펴낸곳 창비
추천사
‘소수자의 대법관’ 만든 ‘쓸모없는’ 독서 여정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자신의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대한민국 사법사에서 최초로 여성 대법관을 지냈고,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된 그는 독서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오늘의 자신은 ‘쓸모없는 책 읽기’가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독서의 의미’를 탐문한다. 특히 자신의 책에 대한 탐닉은 지식에 대한 욕구를 채우거나 어딘가에 써먹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냥 ‘쓸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책 읽기’ 자체가 자신을 수양하고 자아를 찾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부터 청소년 시절 자신의 영혼을 뒤흔든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판사로서의 삶과 독서하는 삶이 다르지 않음을 알려준 <시적 정의>, 세상을 바꾸는 상상의 힘을 일깨운 어슐러 르 귄의 SF 작품들, 끝없는 독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보르헤스의 책까지. 책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으며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평생의 공부임을 증명한다.
책을 읽다보면 책상 앞에서 문제집과 씨름하는 공부나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한 비문학 지문 읽기가 아니라 ‘나’와 ‘세상’에 대해 묻고, 고민하고, 손 내미는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생의 대부분을 쏟아 ‘소수자의 대법관’이라 불리는 김 전 대법관. 그의 ‘쓸모없는’ 독서 여정을 좇아 독서와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
리포터가 읽어보니
책 읽기의 ‘대단한 쓸모’
표지에 김영란 전 대법관 사진이 크게 들어간 걸 보고 조금 놀랐다. 국어국문학과 추천 도서인데 책을 잘못 받은 게 아닌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도 책 좀 읽었다 하는 사회 명사로서 책 읽으란 ‘훈계’ 정도 하나 보다 싶어 솔직히 심드렁했다.
그런데 도입부를 지나면서부터 책을 고쳐 잡고 조금씩 몰입하게 됐다. 사실 ‘김영란법’만 알 뿐 그가 지독한 독서광이란 사실도 몰랐던 나는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책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 일상에서 가외 소일거리로 치부되곤 하는 ‘쓸모없는’ 책 읽기의 ‘대단한 쓸모’를 그의 책 읽기를 통해 오늘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의 백미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책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쓸모없는’ 독서 여정을 들려준다는 데 있다. 책에서 언급된 하나하나의 책들을 찾아 읽으며 그의 독서 여정에 동승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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