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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호

BOOKS & DREAM

다양하고 폭넓은 읽기로 사회과학의 기초 다져야

정치외교학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 현상과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판단력, 비판적 사고력, 상상력, 통찰력 등이 요구된다. 이런 역량을 기르려면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다룬 책들을 폭넓게 읽으라는 조언이다. 정치외교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책 목록을 추려봤다.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강원택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자료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홈페이지




정치 외교학과




정치·외교는 일상과 동떨어진, 다른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 간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 상황들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과정 역시 좁은 범위의 정치·외교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국가와 세계로 확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정치외교학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려면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문제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상상력 등의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인문·사회과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책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정치외교학은 다른 사회 현상과 분리될 수 없는,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이므로 사회과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책들을 폭넓게 접하면 좋을 것 같다. 전공서 외에 학과 차원에서 따로 추천하는 목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다룬 소설, 인문 고전, 신문 등을 열심히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학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사회과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가 궁금하다면 사회과학 분야에서 엄선한 저술을 모아 엮은 <사회과학 명저 재발견> 시리즈를 참고하라고 추천했다. 강 교수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문제, 모순, 갈등을 해결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한 사회과학이란 학문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사회과학적 통찰력을 엿볼 수 있어 전공자 외에 일반인에게도 유의미한 책”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도 ‘본격적인 정치학 공부에 앞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상상력과 통찰력을 기르라’고 주문한다. 정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로는 <정치학 이해의 길잡이> <정치학> <소셜로 정치하라> 등을 추천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강원택 교수의 추천 도서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
지은이 강원택·조희정 외 펴낸곳 박영사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유지가 되고, 그래야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룰 수 있죠.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벗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썼습니다. 책을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의 삶의 문제로 받아들여 함께 고민하길 바랍니다.”



수시 합격생이 들려주는 나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꼬리를 무는 의문에 답을 찾아준 독서”_이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어린 시절부터 국가 간의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멋진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국제정치나 국제관계에 관한 과목은 시험이나 성적과 무관하게 스스로 깊이 파고들며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의문이 드는 점들은 독서를 통해 해결했고요. 예를 들면,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서 제 예측과 달리 찬성파가 승리를 거둔 이유가 궁금했는데, <포퓰리즘의 세계화>를 찾아 읽은 후 의문이 풀렸어요. <외교의 시대>를 읽고 국제 정세와 다양한 외교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국제 정세의 이해>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잘 알게 됐고요. 이런 식으로 책을 통해 관심사를 확장해나가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여정을 통해 올바른 외교 정책을 펼치는 외교관이 되고 싶은 제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것 같아요.”




외교의 시대
지은이 윤영관 펴낸곳 미지북스
“이 책은 ‘미·중 사이에 처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읽게 됐죠.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18세기 폴란드가 부실한 외교 정책으로 인해 ‘삼국분할’을 겪은 사례를 책에서 접하고, 외교 정책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Me Before You
지은이 Jojo Moyes 펴낸곳 MichaelJoseph
“처음에는 존엄사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읽게 됐어요. 그런데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죠. ‘한 번뿐인 인생, 자신답게 사는 것이 삶에 대한 의무’란 소설 속 구절이 제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줬어요.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법과 정치>를 독학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이 전한 교훈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 추천 도서_민음사



나와 타자들: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지은이 이졸데 카림 옮긴이 이승희 펴낸곳 민음사

추천사
정치외교학과 지망생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
정치와 외교를 하는 건 누구일까요? 정치외교학 개론의 첫 시간에 나올 법한 질문이죠. 대부분의 분과 학문 개론 수업은 이처럼 철학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요. ‘정치란 무엇인가’ ‘외교란 무엇인가’ ‘정치와 외교를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정치가? 외교관? 국가?’ <나와 타자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철학적인 답을 들려줍니다.
오늘날 세계 정세에서 ‘브렉시트’의 영국,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미국이 여전히 화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죠. ‘우리’를 중심으로 뭉치고, 이방인은 배척하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책에서는 이런 상황을 ‘다원화된 세계에서 감소된 주체들이 나타내는 저항’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요즘은 길거리나 TV에서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느낀 ‘나’는 ‘나’와 다른 이방인을 혐오하면서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뜻이죠.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이졸데 카림은 ‘타자 혐오’의 문제에 관해 외교가도 정치인도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우리 모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불편하고 힘들지만, 옛날의 동질 사회로 돌아갈 길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혐오를 퍼뜨리는 대신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만나러 나가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는 문두에 던진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들려줍니다. 정치를 하는 것은 ‘나’이고 이민자, 난민, 어쩌면 북한 사람과 외교를 할 주체도 바로 ‘나’라고 말이죠.


리포터가 읽어보니
때마침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
서문에서 지은이는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연다. 내겐 ‘다원화’보다 ‘다문화’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말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는 동급생들의 놀림과 폭력을 견디지 못한 ‘다문화’ 중학생이 투신하거나 ‘여혐(여성 혐오)’이나 ‘남혐(남성 혐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마침 적절한 화두라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지은이는 ‘타자’와 ‘변화’를 키워드 삼아 ‘다원화’에 관해 지금까지의 논의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타자’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윤리적인 설교 대신,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이방인에게 ‘그들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대신, ‘나는 누구인가’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새 이미 사라지고 없는 ‘단일민족 국가의 정당한 구성원’이란 ‘상상’에 사로잡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머리는 알지만 몸이 안 따르는 모양새랄까. 훑어 읽은 탓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정독할 시간을 따로 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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