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간 지속된 우수한 문화적 잠재력을 가진 중국은 21세기 들어 국제사회의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상대할 전문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뭘까? 궁극적으로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일 것이다.하지만 그에 앞서 갖춰야 할 건 중국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날카로운 해석 능력, 그리고 관심과 열정이다. ‘중국 문화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 추천 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하남석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자료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홈페이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홈페이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가 들려주는 중국의 언어와 문화
“미래의 ‘중국 문화 전문가’에게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추천합니다.” _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
어학 실력이 뛰어나도 그 나라의 사회·문화·역사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교류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G2 중국의 국제적 위상, 문화콘텐츠 사업의 블루오션, 우리나라와의 밀접한 정치·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을 상대할 전문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21세기형’이어야 한다.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는 “새로운 중국을 상대하려면 자유로운 중국어 구사 능력도 중요하지만 중국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필수다. 중국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려면 세 개 층위의 중국, 즉 ‘전통적인 중국’ ‘사회주의적인 중국’ ‘시장 경제 체제의 자본주의적 중국’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의 중어중문학과, 중국어학과의 교육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한자와 중국어 실력이 요구되는 학문임은 틀림없지만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 후 다양하고 체계적인 외국어 학습 강좌를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 전문가’ 교육의 방점은 어학보다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 있다는 것.
우리 사회는 공자·맹자·주자 등 고전이나 왕조의 변천사와 같은 고대 역사에 대해서는 책도 많이 읽고,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꼭 알아야 할 새롭고 낯선 ‘현대 중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고,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하 교수는 “미래의 ‘중국 문화 전문가’를 꿈꾼다면 20세기 중국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룬 책을 많이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중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와 <중국의 체온-중국 민중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문화 전문가’ 진로를 위한 추천 도서
중국의 체온 (중국 민중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지은이 쑨 거 옮긴이 김항 펴낸곳 창비 값 1만4천 원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쑨 거가 쓴 에세이집. 작가가 직접 경험한 서민의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 ‘진짜 중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현대의 중국 문학
지은이 백영길 펴낸곳 고려대학교출판부 값 2만1천 원
중국의 근현대 문학사를 다룬 책. 기존의 전통 문학에 비해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반면 근대성과 세계성 그리고 역동성을 띠고 있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홍루몽
지은이 조설근·고악 옮긴이 최용철 외 펴낸곳 나남 값 1만6천800원
중국 근대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홍루몽>의 완역본. 18세기 중반에 나온 명작 소설로 중국인의 의식구조와 생활 습속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우영의 초한지 1~8권
지은이 고우영 펴낸곳 자음과 모음 값 각 1만 원
중국 고전 <초한지>를 만화로 재구성한 책. 진시황의 통일천하가 무너진 후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대결을 펼치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 2
지은이 모리스 마이스너 옮긴이 김수영 펴낸곳 이산 값 각 1만9천 원
1949년 공산주의의 승리 이후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중국이 갖는 모순과 잠재력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수시 합격생이 들려주는 나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내 꿈의 원동력-호기심 좇는 ‘버라이어티’한 독서”
“한국과 중국을 잇는 ‘문화 커넥션 컨설턴트’란 꿈을 구체화하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두루 섭렵했어요. 첫 출발점은 1학년 영어 시간에 읽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원서였죠. 그 책에서 경제통계학 관련 내용을 접한 후 관심이 생겨 2학년 때 경제 자율동아리를 결성했어요. 3학년 때 동아리에서 광주에 중국 수학여행단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했는데 그때 진로를 결정짓는 계기를 만났죠. 중국 학생들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문화콘텐츠를 설명하려면 먼저 중국과 민주주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중국의 현대사를 다룬 책과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었고, 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중국어문화학과로 진학하게 됐죠. 호기심을 해결하는 ‘잡학스런’ 독서가 제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학문이 무엇인지 찾게 해주었어요.”
아Q정전
지은이 루쉰 옮긴이 전형준 펴낸곳 창비 값 1만1천 원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대표작 10편을 엮은 소설집. 표제작 <아Q정전>은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작가는 야비하고 비굴한 속성의 주인공을 통해 신해혁명 전후의 중국 민중의 자화상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한국사 시간에 중국의 5.4운동을 접하고,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읽은 책이에요. 소설을 읽은 후 <동학농민혁명과 태평천국농민운동의 비교연구> <민주혁명과 근대중국> 등 관련 논문도 찾아 읽었죠. 덕분에 중국 사회의 흐름을 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었어요. <민주혁명과 현대중국(한국학술정보)> <중국문언소설단편선(학고방)> 등의 책도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통계의 미학
지은이 최제호 펴낸곳 동아시아 값 1만3천 원
복잡한 세상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생활 속에 숨겨진 유쾌한 통계 이야기를 담은 책.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다양성에 대한 통찰·비교·예측·판단에 이르기까지 통계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통계 자료의 제작과 활용법도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1학년 때 통계학에 관심을 갖게 돼 읽은 책이에요. 이 책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방법과 통계 분석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었죠. 통계학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중국어문화학과로 진학한 건, 통계는 본질이라기보다 도구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 간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이질성을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에 통계학도 계속 공부해나갈 계획입니다.”
출판사 창비 추천 도서
이만큼 가까운 중국
지은이 이욱연 펴낸곳 창비 값 1만3천 원
에디터 추천사
중국을 보는 새롭고 깊은 눈
“중국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매일 미세먼지와 황사가 날아오는 탓에 중국의 존재감을 더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죠. 우리가 잘 아는 공자나 맹자도 모두 중국에서 왔고, 한자나 유교 문화도 중국과 공유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친근감이 때론 미세먼지처럼 중국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립니다.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중국은 100여 년 전 전통 시대의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현대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세기 후반 50여 년 동안 우리는 ‘중공’이라 불리던 중국과 적국으로 지냈어요. 그 시절엔 서로 오가는 일조차 금했죠. 중국은 사회주의국가가 되면서 전통 시대의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달라졌고, 개혁·개방을 실시한 이후 ‘뉴 차이니즈’ 혹은 ‘붉은 자본주의’라 불리며 또다시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포스트 80세대(시장 경제 첫 세대), 농민공(중국 도시의 농촌 출신, 2등 시민) 등 핵심 키워드로 격변의 중국을 소개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가 지금의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눈으로 중국을 바라볼 때라고 말하고 있죠. 미래를 준비할 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나라를 단 한 곳만 뽑는다면 단연코 중국입니다. 우리 곁에 사는 거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하고, 판단하는 시야를 갖는 데 가장 긴요한 책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_편집자 김선아
리포터가 읽어보니
나는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책의 목차를 훑어 내려가며 작가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봤다. 역사 파트의 근현대사 부분이 역시 낯설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마오쩌둥 그리고 덩샤오핑까지 키워드는 눈에 익숙하나 구체적인 내막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다. 또 중국은 분명 사회주의국가인데 시장 경제 체제 아래 눈부신 경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그런 변화가 시작됐는지도 몹시 궁금했다.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은 책 중간의 ‘정치·경제’ 파트에 집중돼 있었다. 과감하게 100여 페이지를 훅 건너뛰고 읽었다.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이해가 됐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과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서로 퍼즐 조각처럼 들어맞으며 새로운 중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직 대학 교수인 지은이로부터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친근한 구어체 문장이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에 들어앉아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국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책이 주는 최고의 선물 ‘간접 경험’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중국을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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