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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중2 때 과고 입시 준비해도 괜찮을까?

과제 집착력 강하면 OK!

“영재학교·과고 진학 준비는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시작해야 한다.”
세간에 정설로 굳어진 얘기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후 수학·과학에 재미를 느끼고, 과학자로의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도 있다.
실제 중2 전후의 자녀가 지금 영재학교나 과고 준비를 시작해도 괜찮을지 질문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중2의 영재학교·과고 도전, 무모한 일인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인지,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도움말 김종헌 교사(대전과학고등학교)·박진감 원감(CMS 평촌관)







Check point 01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각오가 돼 있는가?
중2 때 과고 입시 준비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중학생 인원 대비 모집 정원이다. 서울시를 국한해 예를 들면, 영재학교 1곳의 정원은 120여 명, 과고 2개교는 300명 이내로 중학생 한 학년 기준 11만~12만 명 대비 0.4%만이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만큼 공부의 양이나 난도가 만만치 않다. 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고등학교 내신 9등급 기준 1등급이 4%라는 점을 고려할 때 0.4% 안에 든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Check point 02 서류에서 수학·과학 역량을 보여줄 수 있나?
CMS 평촌관 박진감 원감은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수학·과학 내신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중2 겨울방학 때 과고 입시에 도전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결론적으로 성적이 좋다고 해서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박 원감의 설명이다.
과고 입시 전형은 1단계에서 소집(출석) 면담과 수학·과학 내신,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등 서류 전형이 진행된다. 특히 서류 전형에서 학생부·자기소개서가 큰 영향을 차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서류에서 수학·과학 관련 역량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 1단계 통과조차 어렵다는 것. 거꾸로 말하면 학교 수업과 동아리 등에서 충실했고, 역량을 보였다면 중2 때 과고 도전을 시작해볼 만하다.


Check point 03 깊이 생각하는 습관, 깨달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대전과고 김종헌 교사는 “현장에서 가르치다 보면 특별히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들 가운데 중2나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영재학교나 과고 입시에 뛰어든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영재학교나 과고 수업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탐구와 연구가 대부분인데, 뒤늦게 입시에 도전한 학생 중 상당수가 왕성한 인내력과 호기심으로 이를 잘 해결한다고 설명한다.
김 교사는 “우리 학교에 와서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학생이 있다. 중2 때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한 학생인데,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질문하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인다. 영재학교나 과고 입시의 핵심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입학 뒤 훈련된 인내심으로 깊이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충고다.


Check point 04 선행 학습만 하고 있지 않은가?
박 원감은 “우리 학원 출신의 합격생을 기준으로 보면 영재학교는 3년, 과고는 1.5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상당한 수학 과학 학습량 때문이다. 영재학교보다 다소 준비가 수월하다는 과고도 구술 면접의 수학·과학 문항은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졌다. 학교 측은 중학 심화 수준에서 출제한다지만, 일반 중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박 원감은 “빠른 풀이가 아니라 인내심과 과제 집착력을 요구하는 유형이 주로 출제된다. 높은 난도의 문항에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학습량을 확보했다면, 중학 수준에서 최고난도 문항 혹은 창의적 사고를 요하는 문항을 풀며 실력을 다지는 것이 낫다. 무리한 선행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조언한다.



문제 예시
ㅇ과고 2018학년 면접 문제 중 일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면접에서 수학과 과학, 인성 문제를 출제한다. 수학 과학 문제는 4~6문항을 제시하고 30분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준 다음 면접에서 이를 설명하고 면접관 앞에서 10~15분 간 답변을 발표하는 식이다. 문제의 난도와 상관없이 주어진 시간 안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중학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풀이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수학]
① 삼각형을 하나의 직선을 그어 넓이가 같은 도형으로 나누는 문제
>> 넓이 구하는 방법의 식을 이용해, 밑변의 이등분선과 꼭짓점을 연결하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다.
② 작은 정육면체로 구성된 도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육면체의 개수를 구하는 문제
(단, 구멍 뚫린 부분은 반대편까지 뚫려 있다.)
>> 전체에서 구멍 개수와 겹치는 부분만 제외하면 되는 문제로 난도 중에 해당한다.
③ 건축가가 도착지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 도우미의 수를 구하는 문제
>> 돌아올 때 다른 사람한테 줄 수 있다는 점과 한 사람당 5개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조건을 이용해 풀 수 있는 문제로 난도 중상에 해당한다.


선배맘이 말하는 중2·3 과고 준비
추천해요 중2 여름방학 때부터 과고 준비 학원에 다녔어요
저희 딸은 초등학생 때 대학부설 영재원에 2년간 다녔고 중학교 땐 내신 공부에만 집중했어요. 중2 여름방학 때 학교 과학 선생님의 권유로 과고 입시를 준비했어요. 급한 마음에 과고만 준비해주는 학원에 입학 시험을 봤고 가장 낮은 반에 배정을 받았지요. 한데 딸은 학원에 다닌 지 8개월 만에 최상위 반으로 올라갈 정도로 과고 진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더라고요. 중3 때는 입시에 매진하기 위해 다니던 영어 학원을 그만두고 시험 3주 전부터 내신 공부에만 주력해 인천과고에 합격했어요. 중학교 내신은 7%대로 사회와 도덕에서 성취도 B등급을, 나머지는 모두 A등급을 받았어요. _최진선(가명, 46·인천 동구 만석동)

추천해요 중3 때 본격 준비, 수학·과학 심화 꼼꼼히 공부했어요
저희 아들은 중3 때 본격적으로 과고 입시를 준비했어요. 중학교 내신은 10% 이내로 높이 편은 아니었는데, 수학과 과학은 항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어요. 내신 학원에 다니면서 수학과 과학만큼은 심화 과정까지 꼼꼼히 준비했던 게 효과를 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2 때 과고 영재원을 수료한 것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된 듯합니다.
학기 초 도전에 의미를 두고 영재학교에 지원, 탈락했지만 입시 과정에서 배운 점을 토대로 과고에 재도전해 강원과고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_장은영(가명, 48·강원 원주시 원동)


추천하지 않아요 남은 건 수학·과학 실력?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딱히 특목고를 목표로 하진 않았는데 아이가 수학·과학에 감이 있는지 중3 때는 학원에서 과고반에 입성했어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주 5회 5시간씩 과고 입시를 준비하고 새벽 1시까지 학원 학습관에서 과제를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한데 아이가 학교에서 조는 경우가 많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고, 내신 성적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3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수학·과학 모두 성취도 B를 받았지요. 결론적으로 과고 입시에 실패했어요. 주변에선 “그래도 수학과 과학 실력이 남지 않았느냐?”고 위로하지만, 현재 고1 성적을 결산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_심은정(가명, 51·서울 송파구 삼전동)

추천하지 않아요 너무 빨리 패배를 맛본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아들이 중2 겨울방학 때 과고에 가고 싶다고 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도전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건 과고 준비에는 통하지 않는 말 같아요. 일단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노력,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또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했지만, 면접 준비가 너무 힘들었어요. 소집 면접에서 6문제를 풀고 와서는 펑펑 울더라고요. 수학 문제이지만, 과학적인 내용을 적용해 해결해야 하는데 낯선 문제에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졌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일반고에 잘 다니는데요. 아들이 “너무 일찍 입시에 실패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해 너무 안타까웠어요. _박인선(가명, 44·경남 창원시 대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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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 중등 (2018년 12월 26일 8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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