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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886호

WEEKLY BOOKS&ART

생명을 향한 깊고 뜨거운 마음

의사는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을 수료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자격증을 받는다. 특정 임상과의 ‘전문의’가 되려면 중노동에 가까운 전공의 수련 과정(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을 거쳐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전문의가 되어도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 정보를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 평생 공부해야 한다.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역량과 함께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의학자의 자질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가장 우선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사명감. 의사는 생명을 향한 뜨겁고 깊은 마음으로 걷는 길이다.
담당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참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홈페이지








의과대학



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
지은이 이상희 펴낸곳 웅진주니어 9천500원

한평생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을 보살피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한국의 슈바이처, 고(故) 장기려 박사의 삶을 한 아이의 눈을 통해 담담히 그린 동화책이다. 기오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었다. 무릎이 많이 아프지만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다. 어느 날 기오 엄마는 돈 없는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조금만 받는다는 ‘복음병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기오를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기오는 장기려 박사에게 수술을 받는다. 기오는 병원에서 장기려 박사가 ‘바보 의사’인 이유를 듣게 된다.
장기려 박사는 191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1932년 경성의학전문학교(현 서울의대)에 입학했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 영도에 정착해 현 고신의료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의술을 베풀며 살다 1995년 하늘로 돌아갔다.
장기려 박사는 의과대학에 들어갈 성적이 아니었지만 “의사가 된다면 의사 한 번 못 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기도와 다짐을 했고 이 기도를 평생 실천에 옮기며 살았다. 영양실조 환자에게는 닭 두 마리를 처방하고 병원비를 대신 내주고, 병원비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몰래 도망가게 하거나 길에서 만난 거지에게 월급을 털어준 일화는 유명하다. 한평생 박애와 봉사의 삶을 살았던 그는 한국 외과의 기술적인 발전, 선진적인 제도의 창안과 실행으로 한국 의료계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국내 최초로 간에서 암세포를 잘라내는 수술에 성공했으며 이후 간 대량 절제 수술도 최초로 성공했다. 가난한 환자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다는 고민 끝에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모태가 된 청십자 의료보험을 실현하기도 했다. 짧은 동화지만 장기려 박사의 삶을 들여다보며 ‘의사’ ‘의학자’의 기본 마음가짐을 다잡기에 부족하지 않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 영리병원 허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학계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장기려 박사의 삶을 돌아보며 생명과 환자를 위한 의사, 의학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오늘도 장기려 그 사람을 닮아갑니다
지은이 최종순 펴낸곳 순간과 영원 1만5천 원

이 책의 지은이 최종순 고신대학교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부산광역시의사회 ‘제35회 의학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술을 베푸는 의사이자 따듯한 도움의 손길은 전하는 이웃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의사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명의(名醫)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고민했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지은이가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복음병원의 초대 원장이며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장기려 박사의 나눔의 철학으로 돌아가는 것. 병원 옥탑방에 기거하며 환자들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장기려 박사의 삶, 그리고 그의 정신을 따르는 의사들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펼친 의료 봉사활동을 통해 의사로서 지녀야 할 DNA를 깨닫게 된다. ‘Part 1 지방 의료의 자존심, 암센터에 가다’에서는
지방 의료의 현장도 살펴볼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지은이 마이클 샌델 옮긴이 안기순 감수 김선욱 펴낸곳 와이즈베리 1만6천 원

<정의란 무엇인가>로 화제를 모았던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에 대하여 논의한 책이다. 이 책은 1998년 옥스퍼드대의 강의에서부터 시작해 2012년 봄학기까지 ‘Market & Morals’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 철학 강의로 개설되는 등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됐다.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성ㆍ입학 자격ㆍ환경ㆍ교육 등은 전통적으로 시장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영역이었다.
지금은 도덕적 가치까지 사고파는 시대. 지은이는 기존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며 발생한 가치의 변질에 주목하며 언제 시장을 이용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거래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시장에 우리를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철학적 사고의 힘을 길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문제를 생각해봐도 좋겠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지은이 이은소 펴낸곳 세움 1만3천800원

조선 후기, 침을 잘못 놓아 사람이 죽자 정신적 외상으로 더는 침을 잡지 못하게 된 내의원 의관 유세풍이 시골로 내려가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심의(心醫)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오줌싸개 서자, 우울증 수절과부, 알코올 중독 광대, 귀신 들린 병신, 결벽증 소녀, 히스테리 비구니, 불감증 과거 고시생까지. 돈과 힘이 없고 신분은 천하며 삶이 서러운 기구한 사연과 상처를 가진 병자들이 등장한다.
세풍은 병자가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가가고 그 속으로 들어가 깊이 공감하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다. 세풍의 치료 방법은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소설 속 병자들 같은 증상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너는 곱고 귀한 사람이야. 기억하렴. 혹 길을 가다가 네 뜻과 상관없이 흙비를 맞아도, 잿물을 뒤집어써도, 똥물에 빠져도, 개똥을 밟아도 이 사실은 변치 않는단다.”
세풍의 말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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