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벗어난 국어 수업, 그 무모한 시작고교 1학년 때 만난 국어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장 잘 가르치는 교사’로 기억되길 바랐고, 자신감도 꽤 있었습니다.
한데 4년 전 어느 날, 고3 학생들의 수업에 들어갔다가 학원 전단지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대학 후배였습니다. 당시에는 꽤 잘나가는 강사였습니다.
문득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나와 이 후배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식의 양을 늘려주고, 작품과 관련한 문제를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맞히도록 하려는 목적은 동일하겠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인지, 잘 가르치는 것은 무엇인지,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교사로서의 책무는 무엇인지, 학습자들과 함께하는 수업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시작은 무모했습니다. 교사가 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1학년 학생들과 수업하며 몇몇 활동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라는 고정된 텍스트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았지요.정말 가르치고 싶은 작품, 학생들이 흥미 있게 읽어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려면 교과서만 가르쳐서는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뜻이 통하는 동료 교사가 있어 교과서를 벗어난 국어 수업을 디자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1학년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5명 모두가 머리를 맞대는 협의회를 통해 자료 제작과 활동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선생님들은 이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는 협의회는 1년간 지속됐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다룬 문학 작품들을 중심으로 1년간의 국어 수업을 돌아보려 합니다.
<미즈내일>의 역사와 함께해온 공교육 교사들의 리얼 리포트 - 교단일기가 벌써 열 살이 되었습니다. 현장 교사들과 뜻을 모아 교실 안, 학교 안 이야기를 널리 나눠보자는 소박한 시도에 많은 독자들이 응원을 보내주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2018년, 다시 시작하는 교단일기는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와 맞물려 학교 현장의 변화를 들여다봅니다. 교육의 큰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변화의 길, 교단일기와 함께 걸어가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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