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의 모든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할 경우 장발은 물론 파마와 염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의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고 일선 학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학생의 자기 결정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이번 선언을 환영하는 입장도 있지만, 면학 분위기 저해와 위화감 조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조치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메이크업이나 미용을 전공하고 싶을 정도로 평소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학교에서 두발 길이는 자유예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제 개성을 살리기 부족했어요. 우리 학교가 두발 자유화가 되면 평소 꼭 하고 싶었던 환한 갈색 머리를 시도해보려 해요.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매일 똑같은 답답한 일상이 조금이나마 뻥 뚫릴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요.”
_라푼젤로 변신을 꿈꾸는 고1 임재민 학생
“이전엔 학교가 두발 규제 항목을 정할 때 우리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죠. ‘ 원래 우리 학교 교칙이야’라는 말로 우리가 정하지 않은 학칙을 지키도록 강요했죠. 학교장의 권한과 교내 자율 범위 학칙 속에 학생들의 진정한 의견이 포함된 적이 있었던가요? 이번 조치는 적어도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평소에 억눌려 있던 사안을 끄집어낸 것 같아 박수 쳐주고 싶어요.”
_학교 이데아를 외치는 고2 김서진 학생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머리 모양이 자유로우면 학생들이 방만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외국 청소년들을 보세요. 다들 불량한 학생인가요? 우리에게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되라면서 뭐든 틀에만 넣으려고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만날 똑같은 것만 보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이 나오겠냐고요.”
_ 어른들의 사고를 바꾸고 싶은 중2 김정현 학생
“저희 학교는 진작부터 두발 자유화를 실시했어요. 모두 파마나 염색을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덜 하더라고요. 한 번 했다가 다시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돌아온 친구도 많고요. 어른들은 두발 자유화로 학생들의 일탈이 심해질 거다’ ‘공부를 더 등한시할 거다’라며 걱정하지만 자유롭게 두면 엇나가고 싶은 반항심이 옅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_자유 속에서 자율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고2 권지석 학생
“지금도 메이크업에 목숨 건 친구들 때문에 교실 분위기가 흐린데 파마에 염색까지 허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돼요. 누군가 시작하면 반 전체가 휩쓸리고, 분위기도 나빠질 것 같아요. 우리는 학생이잖아요.
지금은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 아닐까요? 벌써부터 무슨 색으로 염색할까 신나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좀 그래요.”
_자타공인 모범생 고2 심지혜 학생
“겨울 패딩 사태가 떠오르더라고요. 유행하는 브랜드 패딩을 입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낀다는 아이들이 많았죠. 두발 규제가 사라지면 학생 머리는 어디 미용실에서 해야 한다, 어떤 파마를 하고 어떤 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들어서 여러모로 걱정이 돼요.”
_적은 용돈에 미용실 비용이 걱정인 고1 박보영 학생
“두발 자유화를 전면 시행한다고 정말 막 머리 모양을 바꾸면 선생님들이 학생부에 어떻게 기록할지 걱정돼요. 자유라고 해놓고 겉모습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면 화나잖아요. 그러느니 그냥 지금 그대로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_불안한 자유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중3 이동현 학생
“파마나 염색에 쓰이는 약이 굉장히 독하다고 들었어요. 시술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까요? 화학약품이잖아요. 싸게 해준다는 말을 믿고 간 미용실에서 독한 약을 써서 머리에 화상이나 염증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어요. 청소년 전용 파마 염색 제품이 따로 나올까요? 여러모로 걱정이 되네요.”
_색조화장으로 피부가 뒤집어져 큰코 다쳐본 중2 김서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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