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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5호

REPORTER'S DIARY

고3 교실 이데아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 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꽉 막힌 사방이 널 그리고 우릴 덥석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 <교실 이데아> 중에서


1994년에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교실 이데아>의 일부다.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수능 당일에 올인했던 당시 입시가 생각난다. 1교시 시작 전에 1시간 일찍 등교하는 0교시는 당연했고 ‘야간자율학습’이란 이름으로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늦은 밤까지 교실에 남아 공부해야 했다. 올해 고3인 아이 덕분에 아이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포함한 다양한 수시 지원이 자리 잡으며 입시에 임박한 교실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나 보다. 아이가 들려주는 고3 교실 풍경은 엄마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수시에 지원하지만 수능 최저 등급을 생각하면 공부를 놓아서는 안 되는데도 도무지 공부에 집중이 안 돼요. 면접과 논술까지 준비할 게 많아 책상 앞에 앉아도 뭘 해야 할지 멍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1학기까지 열심히 준비했으니 성과는 있겠죠?”
“‘정시러’라 마음이 좀 복잡해요. ‘정말 수시를 이렇게 포기해도 되나? 뭐라도 하나쯤은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수시를 대비하며 1·2학년을 열심히 보낸 친구들을 보면 염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신에 교과 연계 활동까지 열심히 한 친구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독서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늘었어요. 수업과 상관없이 읽고 싶은 책들을 읽더라고요. 서로 돌려 보기도 하고. 대부분 수시는 물론 정시에도 관심 없는 아이들이에요. 저는 수시도 정시도 모두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죽을 것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달리면 되잖아요. 목표 없는 친구들은 더 힘들 것 같아요.”
“수시 상담을 다녀왔는데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모의평가 등급이 잘 안 나와서 조금 불행한 적도 있었는데 사정관님 얘기를 들으니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한 학교생활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종합 전형의 수혜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나니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라는 <교실 이데아>의 가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친구를 밟고 성공하기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며 자신의 길을 선택해 뚜벅뚜벅 걷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막연한 마음에 지금은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3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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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5 초사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