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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3호

브랜드유 리더십 센터 이진아 소장의 사춘기 처방전

집에서만 말 없는 아이, 답답해요

아이가 말이 없어졌어요. 학교생활을 하나하나 보고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입을 닫고, 방에 혼자 있으려고만 해요. 사춘기라 그런가했는데 다른 아이 엄마는 저희 아이가 참 쾌활하고 적극적이라며 칭찬하더라고요. 친구들과 운동할 때도, 모둠 활동할 때도 나서서 모둠원들을 다독인다는데, 집에만 오면 입을 다물고 “다 괜찮아” 혹은 “엄마는 몰라도 돼”라고만 하네요. 아니면 “엄마가 알아서 뭐 하게?”라고 얘기하고요. 가끔 답답해서 “공부하는 건 안 힘들어? 말을 해야 도와주지”했더니, 수학 문제집을 내밀며 “그럼 풀어보든가”라고 말해서 당황한 적도 있어요. 집 안과 밖에서 다른 아이, 왜 이런 걸까요?
_ 말 없는 아이 때문에 답답한 수현 엄마(서울 노원구 중계동)



사춘기의 당연한 현상, 심리적으로 독립할 시간을 주세요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싫어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다. 부모들이 자녀의 방에 들어가면서 좋은 말을 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의 방 문을 열고 “좀 쉬어라” “잠 좀 많이 잤어?”라든가, 하다못해 “오늘 컨디션 어때?”라고 묻는 부모는 드물다. 대다수는 “공부 안 하고 뭐해” 또는 “방 꼴이 이게 뭐야? 여기서 책이 어디 있는지 찾기나 하겠어?” 등 잔소리하기 바쁘다.
밖에서는 활발한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입을 닫는다는 것은 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표시다. 다시 말해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부모의 간섭이 더 불편할 때다. 자아가 발달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이때 일방적으로 참견하고 주입하려는 부모의 이야기가 귀에 들릴 리 없다. 오히려 반항하거나 거부감을 표한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데, 부모가 계속해서 잔소리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일을 강요하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집을 내밀며 “그럼 풀어보든가”라고 말하는 아이의 반응은 이를 잘 드러낸다.
사춘기 아이들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한다. 부모에게 비밀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행동에 많은 부모들이 상처받고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을 걱정해 아이를 통제하거나 간섭하려고 한다.
불안을 내려놓고, 아이를 지켜봐주길 권한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하는 것은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관계가 나아질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공간 분리에 대한 욕망은 단순히 부모의 잔소리로부터의 회피 때문이 아니다. 심리적인 분리, 즉 성인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인이 되려면 몸과 마음, 정서적인 독립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연습 기간이 바로 청소년기다.
아이가 말을 줄이고 관계를 달리한다면 정상적인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니 안심하자. 독립된 성인이 되는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이니 불안을 감추고 기다리자. 부모의 불안만큼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이진아 _ 브랜드유 리더십 센터 소장
사춘기 해결책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발간한 사춘기 전문가. 현재 여성·청소년·부모를 대상으로 리더십에 대해 강의하며 여성·청소년 경력 개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현장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직접 만나면서 사춘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생 5천여 명과의 면담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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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아 (브랜드유 리더십 센터 소장)
  • COLUMN 이진아 소장의 사춘기 처방전 (2018년 08월 29일 8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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