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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870호

WEEKLY BOOKS&ART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

인류학과는 인간과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주제, 문화 등을 하나의 이유로 보지 않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파악한다. 인류학과의 학부 과정에서는 인류학의 이론과 방법에 관한 기초적 훈련을 통해 인류학적 시각을 키우고 ‘당연한 것’을 뒤집어보는 지적인 용기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익힌다.
인류학과 졸업생들은 언론이나 대중매체, 영상예술, 행정 및 사법, 외교, 국제기구, 기업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경계에서 문화적 감수성과 비판적 안목을 지녔다면 도전할 만한 학문이다.
담당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자료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홈페이지




인류학과




문화의 수수께끼
지은이 마빈 해리스 옮긴이 박종렬 펴낸곳 한길사 1만8천 원

소를 숭배하는 인도의 한 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암소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아름답게 치장하며 암소를 숭배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라고 이해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품었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지은이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건넨다. 인도 농부들은 암소의 노동력을 극한까지 사용한다. 암소의 우유를 짜내고 똥은 연료로 쓴다. 암소에게 마을의 쓰레기를 먹게 해 마을 청소를 하고 하루 종일 쟁기를 끌며 농사일을 시킨다. 물론 심각하게 배가 고프면 암소를 잡아 허기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이럴 경우 그들은 암소의 노동력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즉 인도인들에게는 암소를 살려서 얻는 이익이 암소를 먹어서 얻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암소 도살을 금기시한다.
지은이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굶어 죽어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인도인의 행동은 합리적으로, 그들을 행동을 종교적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서구인들의 시각은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암소 숭배뿐 아니라 돼지고기 혐오, 유령 화물, 마녀 사냥 등의 시대별 생활 양식을 사회·경제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류학이 사회 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만 보지 않고 총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고리타분한 책상 위 연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람 공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지은이의 한마디
“생활 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이유를 그토록 오랫동안 지나쳐온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 대답은 신밖에 모른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인류학의 시작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지은이 조일준 펴낸곳 푸른역사 2만1천900원

이주는 인류의 삶과 문화 그 자체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떠났던 길,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길, 그 길에는 희망과 절망이 엇갈리고 연대와 적대가 뒤섞여 있다.
이 책은 ‘이주’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기록이다. 언론사 국제부 기자로 일하며 ‘아랍의 봄’ 민주화 열기와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 현장을 목격하면서 이주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지은이는 ‘이주’라는 말을 나침반 삼아 인간 삶의 궤적과 현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제1부 ‘인류의 이주, 그 변천과 흥망의 기록’에서는 인류의 이주 역사를 간추려 조망한다. 실제로 인간의 집단적 이주를 촉발했거나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준 사건을 중심으로 살핀다. 제2부 ‘국제 이주, 여전한 문제들’에서는 현대 국제 이주의 흐름과 주요 현안들을 고찰한다. 특히 난민 문제에 주목한다. 국제 이주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이론과 논점, 이주와 관련된 통계 수치들, 이주를 둘러싼 개별 국가의 정책과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도 흥미롭다.



인류학의 거장들
지은이 제리 무어 옮긴이 김우영 펴낸곳 한길사 2만2천 원

이 책은 오늘날의 인류학을 형성했으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류학자들과 인류학 이론에 대한 입문서다. 타일러와 모건의 시대부터 레비스트로스와 거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인류학의 이론적 발달 과정을 인물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지은이는 세계의 인류학자 21명의 주된 이론적 개념과 현지 조사 경험, 그들이 문화와 사회를 분석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들의 사상을 확실하게 설명하기 위해 원문의 구조와 의미가 손상되지 않은 인류학 거장들의 글을 직접 인용했다.
이 책은 학자들의 사상을 단순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원문과 함께 인류학 이론이 어떠한 사회적ㆍ지적 배경에서 탄생했으며 오늘날의 이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인류학에 관심은 있지만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인류학자는 마거릿 미드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밖에 몰랐는데, 인류학에 대한 지식의 폭이 넓어졌다.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지은이 최협 펴낸곳 풀빛 1만5천 원

부시맨은 오래전 봤던 영화 제목, 레비스트로스는 마거릿 미드와 함께 내가 아는 두 인류학자중 한 명.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반가웠다. 하지만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가 무슨 상관이지?
이 책은 가장 원시적인 부족 부시맨과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레비스트로스가 대변하는 양극단의 인간 군상을 비교하며 인류의 엄청난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인류학적 상상력을 통해 레비스트로스가 아닌 부시맨에게서도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하며 ‘인류학적 상상력’이 사회 전반을 꿰뚫는 통찰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인류학의 보편적 질문에 대한 명쾌하고도 담백한 해답을 담았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인류학.
어렵고 지루한 학술적인 논문이 아니라 재미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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