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교실에서 석면 제거 작업을 한 뒤에도 잔재물이 발견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정부는 석면 고정용 철골구조까지 해체하기로 하는 등 대폭 강화된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학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할 때는 작업 후 학부모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모니터단으로부터 잔재물이 없다는 확인을 받아야만 후속 공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 시설 석면 해체·제거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강화된 가이드라인은 이번 여름방학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실시하는 전국 641개 학교에서부터 적용한다. 지난 겨울방학 때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실시한 일부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발견돼 1학기 개학이 연기되는 사태 등이 발생하자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모니터단에 외부 전문가 참여 의무화
가이드라인은 먼저 석면 해체·제거 기준을 강화해 해체·제거 작업 전 사전 청소를 의무화했다. 이때 이동 가능한 모든 기자재를 교실 밖으로 반출해야 한다. 지난 겨울방학 공사 때 기자재를 밖으로 빼지 않은 교실 68%에서 석면 잔재물이 발견됐다.
정부는 또 해체 작업 중 석면 가루가 작업구역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과 벽에 이중으로 비닐을 덮도록 했다. 석면 마감재가 붙어 있던 경량철골(M-bar)까지 이 비닐밀폐막 안에서 철거하도록 했다. 경량철골은 석면 마감재를 고정하기 위해 홈이 파인 철재다. 홈 등에 남은 석면 가루가 철거 작업 이후에도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어 함께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경량철골은 마감재를 고정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구조물”이라며 “기존에 일부 학교에서 석면을 철거하고 새 마감재를 붙일 때 이 철골을 그대로 썼는데, 석면 분진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철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에 학부모 외에 시민단체 관계자나 외부 전문가 등이 꼭 참여하도록 했다. 작업이 끝난 뒤 모니터단이 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리모델링 등 다음 공정을 진행하는 ‘잔재물 책임확인제’도 시행한다. 종전에는 리모델링 등 전체 공사가 완료된 후 잔재물 검사를 실시해 잔재물이 발견돼도 정밀청소 등이 곤란했다. 해체·제거 작업 후 석면 잔재물이 발견돼 모니터단이 정밀청소 등 조치방안을 결정하면 석면 해체·제거업자 등은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 정밀청소 등을 실시하고 나서 다시 잔재물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학교 석면 모니터단은 학교별로 구성한다. 학교장 등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외에 외부 전문가, 민간단체가 참여한다. 외부 전문가 1명이 3~4개 학교를 맡게 된다. 소규모 공사를 제외한 519개 학교는 민간단체 관계자도 모니터단에 참여한다. 모니터단장은 교장이나 교감이 맡게 되며 이번 여름방학에는 학부모 2천143명과 학교 관계자 1천156명, 101개 시민단체 관계자, 외부 전문가 210명이 모니터단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앞서 교육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현장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자 학교 석면 모니터단과 여름방학 석면 공사 참여 업체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지난 5월 25일부터 5천100여 명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처벌 기준도 강화
교육부는 모니터단과 별도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전문가 현장지원단’을 운영해 문제 발생 초기에 현장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문가 현장지원단은 대학교수 등 석면 분야의 전문가 6~10명으로 구성한다.
정부는 석면해체작업감리인이 감리를 부실하게 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부실 석면 해체·제거 업체와 석면 조사기관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학부모가 뽑은 교장 후보, 교육청 심사서 잇달아 탈락
서울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장공모 과정에서 학부모가 주도한 1차 심사 시 1순위를 차지한 후보가 지역교육지원청이 진행한 2차 심사에서 잇달아 탈락해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차 심사를 한 교육지원청을 감사해 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도봉구 A초등학교와 구로구 B중학교는 9월 1일자로 임용될 교장을 뽑기 위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했다. 학부모들은 각각 북부교육지원청과 남부교육지원청이 진행한 2차 심사 결과 자신들이 1순위로 추천한 후보가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탈락하자 이에 반발,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A초등학교와 B중학교 학부모·교사들은 시교육청 앞 집회 등 단체행동도 계획 중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에는 교육 경력이 15년 이상이면 교장 자격증이 없더라도 지원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친 평교사가 ‘승진 코스’를 밟지 않고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교장공모 심사는 2단계로 이뤄진다. 1차 심사는 각 학교 운영위원회 추천 학부모가 위원의 40~50%를 차지하는 학교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맡는다. 2차 심사는 교육지원청장인 교육장(고등학교는 교육감)이 구성하는 교육청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담당한다. 1차 심사에서는 3배수, 2차 심사에서는 2배수 추천이 이뤄지며 최종 결정은 교육감이 1차와 2차 심사 점수를 모두 고려해 내린다.
서울시교육청 교장공모제 시행계획 등에 따르면 1차 심사에서 1순위를 차지한 후보가 2차 심사에서 순위가 떨어질 경우 교육청심사위는 그 이유를 명시해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한다.
A초등학교의 경우 1차 심사 1순위 후보가 2차 심사 면접 때 학교 운영 계획을 부족하게 설명했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B중학교와 관련해서는 1순위 후보 탈락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2차 심사에서 1순위로 올라선 후보들은 각 학교 현직 교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차 심사위가 현직 교감을 밀어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인다.
2차 심사위는 총 7명으로 교육장이 퇴직 교장, 교육 전문가, 대학교수, 학부모로 구성한다. 시교육청은 북부교육지원청과 남부교육지원청 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해 진상 조사 차원에서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고자 감사라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교장공모제는 현행 교장승진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도입됐는데 (교육지원청이) 관여했다”면서 “시교육청은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부적절한 담합·뒷거래는 없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2차 심사 시 학교 운영 계획서와 심층면접 모두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져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공모 과정을 감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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