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이 코피와 눈물로 얼룩졌다!”누구나 한 번쯤은 명문대 합격생들의 이 같은 경험담을 들어봤을 터.
왜 피곤하면 코피가 나는 걸까? 반면 잠을 줄이며 새벽까지 공부해도 수년간 코피 한 번 흘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코피가 보내는 건강 신호를 다뤄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도움말 박정식 원장(박가정의학)·김미경(요리연구가) 자료 한국건강관리협회
Reader’s Letter
“중3 아들은 시험 때만 되면 코피를 흘려요. 어제 아침에도 베개가 흥건할 정도로 코피를 쏟았네요. 평소 탁구나 축구를 꾸준히 해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피가 금세 멈춰 다행이긴 한데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_김미영(50·서울 성동구 금호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코피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가 매년 26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 10세 미만이나 50세 이상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코피를 흘렸다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한다. 먼저 코피의 종류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코피는 코 앞쪽 모세혈관 출혈과 코 안쪽 동맥 출혈로 나눌 수 있다. 코 앞쪽 모세혈관 출혈이 가장 흔한데, 코를 파거나 코 주변을 강하게 압박해 코피가 나는 경우다.
모세혈관 출혈이 대부분, 면역력 저하도 원인
코 앞쪽에는 모세혈관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 건드리면 출혈이 발생한다. 이 경우 혈관이 가늘다보니 피가 적게 나오고 금세 멈춘다. 반면 코 안쪽 동맥 출혈은 동맥이 찢어져서 발생한다. 주로 노령자나 편식으로 고혈압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는데 출혈이 많고 지혈이 쉽지 않다.
가정의학 박정식 원장은 “쪽잠을 자며 공부하는 학생이 코피를 자주 흘린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나 음식의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몸속 스트레스 호르몬 축적을 유발해 비타민 C를 과도하게 소모시킨다는 것. 비타민 C가 부족하면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모세혈관도 약해져 터지기 쉽다고. 박 원장은 “학업 부담과 부족한 수면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신체의 흥분도가 쉽게 높아진다. 이때도 혈관이 팽창하면서 코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 혈압을 높이는 음식, 커피 등의 고카페인 음료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코피를 직접적으로 유발하진 않지만,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칠 때 이런 음식을 섭취하면 코피 발생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전문의들은 진단한다.
출혈이 2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코피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 앞쪽의 모세혈관 출혈은 집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한데 20분 이상 코피가 멈추지 않거나 이틀에 한 번 꼴로 코에 출혈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어느 쪽 비강에서 출혈이 있는지, 양쪽에서 모두 출혈이 있다면 더 심한 쪽은 어디인지, 어느 쪽에서 먼저 출혈이 시작됐는지, 코로 먼저 나왔는지, 입으로 먼저 뱉어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면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박 원장은 “코피를 가볍게 여기다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부분 코 점막이 건조해 코 안쪽 동맥 출혈이 발생하지만, 이물질의 유입이나 독소, 종양 등이 원인이 돼 코피가 날 수도 있다는 것. 또 체육 수업 중 공에 맞거나 넘어졌을 때 겉으로 보이지 않는 비강·부비동이 골절되어 코피가 날 수 있다고.
머리를 딱딱한 곳에 부딪히고 2~3개월 뒤 3주간 반복적으로 코피가 난다면 후외상성동맥류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망률이 50%에 이르므로 과거 두부 손상이 있었다면, 일상의 코피 증상을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목 뒤로 젖히기, 치명적 부작용 유발할 수 있어
코피가 나면 무조건 목을 뒤로 젖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코피가 날 때 머리를 뒤로 젖히면 피가 목으로 넘어가 위장이나 폐로 들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 코피가 났다면 머리를 심장보다 높게 해 소파나 의자에 비스듬히 눕고 솜이나 휴지를 코 깊숙이 넣은 후 코 가운데 칸막이 뼈를 5분 정도 누른다. 이때 차가운 물이나 얼음으로 찜질하면 지혈과 진정에 도움이 된다. 단 솜이나 휴지로 강하게 코를 틀어막으면 오히려 점막이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코피가 멈춘 뒤에는 코 안쪽 상처에 점막 재생을 돕는 연고를 발라 다시 코피가 나는 것을 막는다. 무엇보다 건조한 환경을 피하고 청소년 기준 매일 1.5L 이상의 물을 마시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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