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을 가뿐히(?) 해내고 원어민과 술술 대화할 만큼 영어를 잘하지만, 정작 우리말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학생이 많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부족해서다. 똑똑한 줄 알았던 우리 아이가 정작 제 학년 시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썼다면 주목하길. 문해력 약한 중학생의 오답 사례와 함께 고득점을 위한 문해력 향상 실전 팁을 모았다.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지수 교사(경기 발산중학교)·조남주 교사(서울 혜화여자고등학교) 참고 <나쁜국어 독해기술>
소설의 서술자 시점 제시하고, 예시문을 해당 시점으로 바꾸어 서술하기
화자가 시적 대상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서술하고, 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구 찾기
단어의 뜻 모르고 문제 이해 못해 오답 적는 경우 많아
시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쓰는 중학생이 적지 않다. 유형을 살펴보면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단어의 뜻을 몰라 틀리는 경우는 객관식 보기에 나온 ‘지양하다’와 ‘지향하다’의 서술어 의미 차이를 몰라 틀리는 식이다. 국어 시험 지문에 등장하는 ‘옥황상제’를 ‘옥상황제’로 잘못 알고 있는 학생이 많단 얘기가 나올 정도. 공부의 밑천이자 기본기에 해당하는 ‘어휘’가 부족하면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문해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높다’로, ‘대관절’을 ‘큰 다리 관절’로 답변하는가 하면, ‘을씨년스럽다’를 듣고는 왜 욕을 하느냐고 항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특히 ‘~를 예로서 낱말 3개를 제시하시오’ 같은 주관식 문제에서 ‘단어’의 또 다른 말인 ‘낱말’의 뜻을 몰라 답을 적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고. 경기 발산중 김지수 교사는 “문장 이해력이 떨어지면 과목에 관계없이 서술형·논술형 문제에서 고득점을 얻기 힘들다. 답안 작성 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건에 맞춰 답을 적지 않으면 감점당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문제에서 두 가지를 묻는 경우도 있으므로 문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정답을 적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러 번 읽거나 써보며 글과 소통해야
독해력이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그친다면, 문해력은 글을 읽은 뒤 자기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힘을 말한다. 흔히들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독서를 꼽지만, ‘단순한 읽기’는 중요하지 않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독보다는 정독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김 교사는 “시간 부족 등 현실적 제약 때문에 많은 양의 독서가 어렵다면 ‘여러 번의 독서’도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연결해 책을 한 권 정하고 심심할 때마다 펼쳐 보는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찾을 수도 있고,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문해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며 읽거나, 좋아하는 책이나 글귀를 옮겨 적는 필사도 추천할 만하다.
‘비판적 독해’가 문해력 키워
중학생 시기에 문해력을 더 깊이 다지려면 글에서 하는 말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글의 흐름을 보고 질문을 던지면서 글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모두 인습적인 형태와 색채만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이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질문 던지기와 예측하기를 동시에 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을까? 아마도 글쓴이가 말한 내용은 인습적인 형태와 색채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일 거야. 그런 주장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니 왜 그런지를 밝히겠군’ 하는 식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까지 예측하면서 비판적으로 읽으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서울 혜화여고 조남주 교사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 디지털 미디어인 SNS의 영향 등으로 청소년의 읽고 쓰는 능력이 약화된 면이 있다. 주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짧은 글을 읽을 때도 비판적 독해 습관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문자와 영상은 물론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강조되는 추세”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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