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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679호

대입 블로그 '삼선슬리퍼' 운영자 고양외고 전천석 교사

물고기 잡는 법 먼저 정보는 스스로 찾아야 자생력 생긴다

누적 조회 수 40만, 1일 방문자 1천500여 명. 경기 고양외고 전천석 교사가 운영하는 교육 블로그
'삼선슬리퍼'(https://blog.naver.com/jihorak4u)를 찾은 사람들이다. 대학의 선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정보전이 된 대입 제도. 고급 정보를 찾기에 바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얻은 정보를 나누고자 시작한 블로그가 반가운 이유다. 그는 지금의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를 예감하고 교내에 창의적 체험 활동부를 창설하기도 했다.
삼선슬리퍼에 담긴 아이들의 꿈의 실현을 돕기 위해 그는 오늘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수험생의 엄마로, 교육 기사를 쓰는 리포터로 교육 관련 정보를 검색할 일이 많다. 그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검색되는 교육 블로그 '삼선슬리퍼'. 단골 이웃으로 인연을 맺은 뒤 오래지않아 블로그 운영자가 경기 고양외고 전천석(57 ) 부장교사임 을 알았다.
전 교사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6년 10월. 3학년 담임을 맡아 진학 지도를 하면서 얻은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재능 기부라고 생각했다.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교사 대상 연수, 각종 언론 매체와 직접 현장을 들여다보며 얻은 자료는 전 교사에게 정보를 모아두는 창고였고, 교육 정보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오아시스였다.

2006년 '경천애인 희당샘' 으로 시작해 누적 방문자 23만여 명을 기록한 블로그는 사교육 업체들의 무단 도용으로 문을 닫고, 지난해 5월 '삼선슬리퍼' 로 새 둥지를 틀었다. 블로그 대문에 "대학합격이라는 목표만 갖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준비 과정에서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얻는 걸 목표로 삼아" 라는 문구가 보인다. 학생들을 향한 전 교사의 애정이 느껴진다.
정보에서 소외돼 대입 실패하지 않았으면…
삼선슬리퍼에 올라오는 교육 정보는 시쳇말로 '핫' 하다. '신속' 과 '정확' 을 표방하며, 답글은 친절하다. 국어 교사이며 창의적 체험활동부 부장으로 바쁜 학교 일정 중에 블로그 운영이 어떻게 가능한지 묻자, "처음 얼마간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가치 있는 정보인지 아닌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고 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느껴지는 말이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성적과 스펙을 나열하고 대학 합격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입니다. 올해는 특히 외부 활동 기록이 금지되면서 학생부에 기록 가능한지 묻는 질문이 쏟아졌어요. 사실 외부 활동 기록 금지는 2011년 부터 나왔는데, 학생들에게 홍보가 잘 안 된 모양이에요. 자기소개서에 외부 활동을 기록하면 0점 처리한다니까 다들 급해진 거죠. 외부활동이 금지되면서 교내에서 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많이 개발해 아이들한테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학교가 많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보통 속보를 올렸을 때 가장 고마워합니다. 대표적으로 한양대 입시 요강을 블로그에 올리자마자 환호성과 걱정이 쏟아졌지요. 학교에서 제대로 지도받지 못한 사항에 대한 질문도 많고요.
비밀 댓글이 유독 많던데요.
100 % 개인 상담 글입니다. 이런 스펙을 갖췄는데 모 대학 모 학과에 지원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이죠. 하지만 단순 스펙 나열로 제가 판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른 상황을 물어보면 "뭘 그런 걸 묻냐"며 사라지는 방문자도 있고, 계속 댓글을 통해 대답하는 분은 개별 상담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얼굴 맞대고 상담한 사례도 있고요. 지방에서 무작정 올라오는 분도 계세요. 지방에는 정보 사각 지대가 많아요.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은 아주 깜깜한 학교들이 많죠.
발품 팔며 얻은 정보 나누는 기쁨
경희대 1학년 강세리씨는 블로그 상담을 통해 대입에 성공한 학생 중 한 명이다. 청주에 살던 세리씨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올라갈 무렵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전 교사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 터미널 근처 한 커피숍에서 블로그 주인장인 그를 만났다. 학생부와 모의고사 성적, 적성검사 결과지를 놓고 진로 상담을 했다.

예능 PD가 꿈이던 세리씨에게 전 교사는 영상 동아리를 만들 것 을 권했다. 세리씨는 학교 축제 때 오프닝 영상을 제작했고, '대박'이 터졌다. 이런 준비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정리했고, 경희대 언론정보학과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했다. 세리씨 외에도 전교사의 지도로 합격한 사례가 있지만, 그는 입에 먹을 것을 떠먹여주지는 않는다.
방문자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던데요.
올라온 내용을 묻거나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경우에는 즉답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문자가 제 블로그는 '고기를 잡아주는 블로그가 아니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블로그'라고 하더군요.
대개는 공감하고 수긍하십니다. 바로 답을 드리기보다 "일단 대학 홈페이지부터 가보세요. 보신 뒤 저랑 얘기해요" 라고 합니다. 그럼 학생이 홈페이지에 가서 공부하고 옵니다. 한 대학만 그렇게 하면 다른 대학을 보는 눈도 생기거든요.

많은 학생들이 무조건 물어보는 버릇이 있어요. 정보는 스스로 찾아야 자생력이 생깁니다. 그 정도 정보는 누구나 찾을 수 있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대학 홈페이지에 가면 정보가 대부분 있는데, 그걸 안 보고 사설 업체 설명회는 열심히 갑니다. '카더라 통신' 에 쏠리는 거죠. 무엇이 필요한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 몰라서 그런데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정보를 보는 눈이 생겨요. 처음에는 '뭐 이런 사람 다있나' 하지만, 나중에는 제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죠.
뿌듯할 때와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요?
발품, 마우스 품 팔며 얻은 정보를 나누는 것이 기쁩니다. 봉사 활동으로 시작한 일인데, 보통 봉사 활동하다 보면 내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더불어 "선생님 덕분입니다" 라는 말을 들을 때 참 감사합니다. 댓글로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함께 기뻐해주세요" 할 때죠.
저는 이 아이들을 블로그 제자라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도와준 아이들 중 합격한 사례가 나와 더 기뻤죠. 진천 출신 학생은 합격한 뒤 감사의 뜻으로 진천 쌀 한 가마니를 보내주기도 했어요. 하하.

가장 안타까울 때는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을 때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는데 "내신 공부 열심히 해라, 학교가 먼저다" 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외부 활동에 치우치더라고요. 이런 학생들은 결국 블로그에도 발을 끊습니다.
교육을 '입시 노동' 으로 보는 시각 경계한다
전 교사는 2011년 고양외고에 창의적 체험 활동부를 만들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 양성 코스 등 각종 연수에 다녀온 뒤 앞으로 비교과가 어떻게 평가될지 확실히 알았다. 당시 막 시작된 창의적 체험 활동이 적당히 하다 사라질 게 아니라는 것도 직감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부장을 맡아 자율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한 짧은 음악회를 보고 '정오의 작은 음악회' 를 만들어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대신 솔로를 허락하지 않고 반드시 협연할 것을 권했다.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를 활동의 철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음악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은 음대에 가기 위함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흔히 전공과 관련된 비교과 활동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말을 저는 고정관념 혹은 미신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동안 경영학과에 맞는 비교과 활동을 했다고 칩시다. 고3이 되어 정작 경영학과에 갈 성적이 안 돼서 다른 과에 가게 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먼저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요. 뭐든지 열심히 하고 나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면 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의 예를 들어볼게요. 이 친구는 사물놀이 동아리를 했는데, 그 활동을 자기소개서에서 갈등과 배려로 풀었어요. 요즘은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스토리를 의식하고 활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블로그에 한 어머니가 "의대를 지망하는 아들이 병원에서 봉사하려는데 안 받아줘요" 라며 호소하시더라고요. 그런 생각 참 답답합니다.

전 교사는 진학 지도를 하며 모은 교육 정보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8년째 교육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졸업 후에도 찾아가고 싶은 선생님. 학생들은 전 교사를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했다.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시는지요?
4 ~5년 전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해, 고양외고에서 이 전형으로 두 명이 합격했습니다. 그 전에는 논술, 정시, 외국어 특기자로 많이 갔고요. 학생부 종합 전형은 내신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목고가 대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반고 중에도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학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반고냐 특목고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교가 얼마나 아이들이 활동할 무대를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입 전형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학부모 사이에는 "학력고사 시대로 회귀하자" 거나 "내 아이 대학만 보내면 교육은 돌아보고 싶지 않다" 는 말이 횡행한다. 전 교사는 이런 현상이 "교육을 입시 노동으로 보기 때문" 이라고 했다.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이왕 할 거 즐기면서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 졸업생 두 명이 그를 찾았다. "스승의 날에 못 찾아뵈어 이제야 왔다" 며 음료수 상자를 건넨다. 두학생은 전 교사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최고의 진학 지도교사" 라고 입을 모았다. 졸업한 지 3~4년을 훌쩍 넘기고도 찾아뵙고 싶은 선생님. 모든 걸 떠나 최고의 선생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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