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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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647호

융합으로 창의 과학 주도하는 인천 석정여고 최완섭 교사

과학과 놀면 창의라는 기적이 생긴다

한 사람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바꿔서 ‘한 사람의 교사가 1만 명의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고 말한다면 그 주인공으로손색없는 교사, 인천 석정여고 최완섭 교사를 꼽겠다. 과학고나 과학중점고도 아닌 인천의 낙후된 일반고에서 융합 과학을 개발했고, 학생들은 학기당 60~70개 실험을 통해 ‘재미있는 과학’ 과 놀고 있다. 살아 있는 과학 체험 활동을 통해 ‘기적’이라 할 만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과학이 달라졌어요
과학은 여전히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한 과목일까. 석정여고의 과학 수업을 보러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았다. 복도에 전시된 각종 과학 자료와 연구 과제 발표, 과학 체험 활동, 과학 탐구 대회와 대단한 수상 실적 등을 보며 일반 여고와 사뭇 다른 과학의 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더 놀란 것은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였다.
오늘 실험할 내용은 소리를 전류로 바꾸기, 스피커 만들기, 빛의 반사와 굴절, 음의 높이에 따른 진동수, 자기장 차폐, 틴들의 실험이다. 모두 2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최완섭 교사가 프린트를 나눠주고 이론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학생들은 여러 조로 나눠 돌아가면서 여섯 가지 실험에 참여한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하며 까르르 웃기도 하는 모습은 수업이라기보다 어울려 노는 것처럼 보인다. 실험을 마치면 프린트에 실험 과정과 결과에 대해 각자 필기하고 조별 대표는 조원과 상의한 뒤 칠판에 실험 내용을 정리한다. 학생들이 실험 과정에서 체험한 질의 토론 후 최 교사의 보충 설명이나 지적, 수행 평가도 이어진다. 수업 시간 내내 담당 교사의 설명을 듣거나 한 학기에 한두 번 실험하는 여느 학교의 수업과 무척 다르다.
“두 시간 동안 대여섯 가지 실험이 진행됩니다. 다른 조의 실험 결과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결과를 비교·점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 실험이 완전히 인식되죠. 과학은 책에 있는 지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겁니다. 실험을 통해 기록과 데이터, 측정한 답을 사용하는 것이 과학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실험의 변인을 조작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죠.”
과학고나 과학중점학교보다 지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일반고에서 한 학기에 60~70가지 실험 위주 수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실험과 도구, 장비의 번거로움은 실험을 기피하는 요인이지요. 실생활과 관련된 물리적 원리 위주 실험, 고가의 장비가 필요없는 ‘핸즈 액티비티 실험 기구’ 만으로 수업 내용을 실험하고 있어요.”
준비물을 대부분 선생님이 준비해주신다는 아이들의 귀띔은 최 교사의 남다른 열정과 제자 사랑을 엿보게 한다.
“과학 시간에 조는 아이들은 없어요. 실험에 직접 참여해서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수행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아지고, 과학에 관심과 재미도 늘어나거든요.” 2학년 이예영 학생의 말에서 예전과 달라진 과학 수업도 느낄 수 있다.
과학으로 가는 길, ‘싸이로드’ 탄생
최 교사는 핵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 박사다. 인천과학고등학교에 재직하며 고교생 교육과정 중 과학 체험이나 활동, 실험 등이 부족한 것을 고민해 <청소년을 위한 물리> <영재들의 물리 노트> 등을 집필했다.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에 밀려 침체된 일반고 아이들에게 최 선생님이 많은 기회를 주었어요. 과고생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변화시켰지요. 올해 과학 특기자 전형으로 서울대에 두 명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룬 것보다 최 선생님이 변화시킨 아이들의 내적 성장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강환권 교장의 최 교사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과장은 아닐 터다. 최 교사는 석정여고에 부임한 뒤 다소 침체된 과학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생물·물리·화학반이 통합된 융합 과학 동아리 ‘싸이로드(Science Road)’ 를 만들었다. 각 반이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양한 체험 학습과 과학 행사·대회 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이제는 스스로 대회를 준비할 정도로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졌어요. 직접 경험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가장 크지요. 메타 인지 같은 과학적 사고와 팀원 간의 소통력이 배양되는 것도 큰 성과입니다.”
학생들은 한 달에 두 번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모인다. 이 시간에는 과학에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체험 학습과 초청 강연이 주로 진행된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연수,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 방문에 이어 카이스트 이헌규 박사, 서울대 이은주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신정호 박사의 초청 강연도 들었다. 뿐만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와 그로스, 린데, 위튼 등의 특강도 함께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의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 경험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과학자의 길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죠. 특정 과목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시각을 놓치는데, 생물반 학생들도 원자·전자현미경 연수, 극지연구소 등 다양한 체험 학습에 참여하면 과학에 폭넓은 흥미가 생깁니다.”
‘과학의 기쁨’ 제자들에게 전수
체험 학습은 과학 교과과정과 연계된 곳을 우선으로 선정한다. 지난 9월에 열린 원자·전자현미경 연수는 고1 교육과정에 나오는 나노 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됐다. 체험이 끝나면 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대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 작성은 그때그때 기록한다.
“체험을 하면 지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수업과 연계하면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고, 학업성취도 향상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실험·실습이 학생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후배 간 멘토-멘티관계도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최 교사는 과학 특기자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다. 동아리활동을 통한 지난해 이과 학생들의 대입 진학은 서울대 화학과와 간호학과를 비롯해 카이스트 자유전공과 중대, 경희대 간호학과 합격의 성과를 올렸다.
남들이 생각 못 한 것,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을 실험과 추적 과정을 통해 아는 과학의 기쁨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물리를 전공하고 싶다는 최 교사는 과학적 사고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만난 조호석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물리라는 과목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의 수업에 반해서 저도 물리학자의 꿈을 키웠죠. 여고생 제자들이지만 혹시 저처럼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요.”
최 교사의 꿈을 이어받아 석정여고 출신 여성 과학자가 탄생되는 날도 머지않으리라는 기분 좋은 확신이 들었다.
살아 있는 과학의 현장, 체험 !
과학 동아리 싸이로드의 체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
연간 다양한 주제로 체험 활동에 참여한다. 인천과학문화축전과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과학싹 큰잔치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대회에 참여해 다수 입상했다. 대한민국창의력 챔피언대회, 청소년 발명가 프로그램, 여고생 생명과학 탐구대회,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 등 참가 분야도 다양하다.

2013 인천 과학 동아리 활동 발표 대회에 참여한 성과는?
올해는 나노 연구를 접목한 창의적 동아리 활동을 주제로 삼았다. 노벨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와 그로스의 특강 참여, 나노코리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특허청 발명 체험 과정 수료, 교육과학연구원의 전자 현미경 연수 체험을 발표했다. 또 지식 나눔 활동으로 석정초교의 과학 캠프 운영, 동급생 과학 멘토링, 인천 관내 고등학교에 전자현미경 연수 제공 등의 활동으로 은상을 수상했다.

교내 실험·실습의 특징은?
학생들은 해마다 연구 주제를 정해 실험 계획을 세운다. 반별로 팀을 나눠 역할을 분담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 결과를 책임진다. 팀 회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면 자료 조사를 거쳐 어떻게 실험할지 결정하고, 모의 실험으로 설계에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모의 실험을 통과해 실험이 완성되면, 전체 학생들에게 실험 방법을 정리해 발표하고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올해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에 참여한 주제는?
‘새나 곤충, 나뭇잎에 숨겨진 나노 구조에 대한 연구(Study of the Nanostructures In Birds,Plants, and Insects)’ 를 주제로 삼았다. 다행히 우리 학생들은 원자 현미경 등을 접할 기회가 있어 나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잘 맞았다. 구조에 따라 색을 띠는 새나 곤충은 나노 구조가 있고, 색은 빛의 간섭에 따른 것임을 실험으로 도출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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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5 초사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