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과학 시간의 실험 수업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드문 일이었다. 그나마 실험에 대한 기억을 곱씹어보면 리트머스종이 색깔 변하는 걸 본 정도? 실험 수업이 더 많았다면 리포터의 과학 성적은 달라졌을까. 점수가 올랐을 거라 장담하긴 어려워도,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만큼은 제대로 맛봤으리라. 실험으로 과학을 배우고 가르치면 아이들은 물론 교사도 행복해진다고 주장하는 서울 경복고 전화영 수석 교사. 그는 “실험은 마약 같은 즐거움”이라고 단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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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고의 화학 수업은 여느 학교와 다르다. 원소기호와 주기표부터 달달 외우고 시작하는 설명 일변도의 수업이 아니다. 화학의 즐거움이라곤 경험한 적 없이 문제집만 풀어대는 아이들도 없다. 실험을 숙명으로 여기며 수업에 임하는 경복고 전화영(49) 수석 교사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제가 실험 수업을 하는 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도 강의 수업보다 실험이 재미있어요. 마약 같은 즐거움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실험 전령’이라는 별명도 얻었죠.” 그는 매일 색다른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예를 들면 고1 첫 화학 시간에는 수소와 헬륨을 각각 채운 두 풍선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고3 화학Ⅱ 전기분해 실험에서는 리튬전지를 용액 속에 넣어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의 산화환원반응을 보여주는 식이다. 실험을 자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해프닝도 많았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금속 나트륨 폭발 실험 때는 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교과 내용이 같아도 실험 방법과 내용은 해마다 진화 중이에요. 실험이란 게 살아 있는 생물 같아서 작년에 성공했다고 올해도 잘되란 보장이 없죠.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수업 효과도 천양지차이고요.” | | | |
| 생명줄 같은 ‘신과람’, 이제 후배 교사들에게 환원할 때 | |
전 교사의 표현처럼 그에게 실험이란 ‘숙명’과도 같다. 동시에 그를 가장 교사답게 만드는 방법. 하지만 학창 시절엔 전 교사 역시 제대로 된 과학 수업 한 번 없이 성적에 맞춰 화학교육과에 진학했다. 스포이트를 처음 잡아본 것도 대학에 들어가서다. “화학을 전공할 것인가, 교사가 될 것인가 기로에서 교사를 선택했어요. 얼떨결에 교사가 됐지만 아는 게 없었죠. 교직 생활 초창기엔 틀리게 가르치는 것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첫 수업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다. 뼈저린 각성과 반성 끝에 그가 찾은 곳은 선배 교사들이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는 스터디 모임. 그곳에서 배운 걸 아이들에게 활용하는 식으로 교사의 첫걸음을 뗐다. 지금도 매주 화요일이면 과학 교사 모임에 나간다. 그가 원년 멤버로 있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신과람)이다. 올해로 창단 21주년을 맞은 신과람은 전 교사에게 종교와도 같은 곳이다. “신과람은 교사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준 고향이자 친정 같은 곳이에요. 제 생명줄처럼 잡고 다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제는 그곳에서 뭔가를 얻으려 하기보다 지금까지 받은 걸 후배 교사들에게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전 교사가 ‘태산처럼 큰 분’이라 말하는 숭문고의 전석천 교사도 신과람의 원년 멤버 중 한 사람이다. 전교사는 그를 ‘대한민국에서 실험을 가장 잘하는 존경하는 선배님’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실험을 배웠듯이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 교사들을 보면 뿌듯하고 대견해요. 안타까운 건 우리 교육 현장에서 초임 시절의 열정이 식지 않고 이어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거예요. 교사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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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복고 수석 교사로 부임한 전 교사는 일주일에 8시간 수업을 맡으며 수업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후배들 역시 그 뒤를 따라올 것이란 생각에 부담이 적지 않다고. 제1회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하고, <EBS 최고의 교사> 프로그램 주인공과 수석 교사로 발탁되기까지 그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지금까지 대충 수업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똑같이 진행되는 실험도 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죠. 훌륭한 교사는 실력과 열정을 다 갖춰야 하지만, 둘 중 더 큰 덕목을 뽑으라면 51대 49 정도로 열정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작년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에 좋은 수업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목숨 걸고 수업을 해야 좋은 수업이 가능하고, 자신이 행복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다짐도 해본다. 실험 수업 도입 초기엔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자’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실험 수업 자주 한다고 아이들의 화학 성적이 오르는 건 아이더라고요. 성적이 잘 나오고 못 나오는 건 100% 아이들의 몫이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어느 날 화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좋은 아이 한 명이 제게 와서 ‘화학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건 선생님이고, 화학 실력은 학원에서 쌓았다’고 말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내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밀려들었다. 그때부터 직접 수능 기출 문제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어 풀게 하고 이를 시험문제로 활용하니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실험 자료를 정리하고 수집하는 것도 전 교사의 장기다.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 ‘수업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선생님 수업이 재미있었다’고 얘기할 땐 정말 행복해요. 제가 실험에 목매는 이유도 바로 그거예요.”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마약 같은 즐거움을 이어가고픈 건전한 본능. 26년째 ‘매일 실험하는 여자’로 사는 전 교사의 존재 이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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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시행착오 겪으며 스스로 체득하는 실험 수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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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 수업 나눔 동아리’ 구성을 추진 중이다. 교사끼리 수업을 공개하고 자유롭게 참관하며, 정기적으로 모여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친분이 있는 젊은 선생님들을 기반으로 사전 작업을 한 다음 교사 카페에서 동아리 운영 경험이 있는 분들의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과 함께 훌륭한 모임을 이끌어갈 생각이다. | | |
| 수석 교사가 되기 전 몸담았던 청담고에서도 맹활약했다는데. | |
| 교사가 준비한 실험 설계에 따라 기계적으로 동일한 단계를 반복하는 것이 대다수 학교 실험 수업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우선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실험과 수업 공간이 하나로 합쳐진 공간으로 실험실을 리모델링했다. 실험 위주의 2시간 연속 수업 방식도 도입했다. 한 학급을 두 개 반으로 나눠 교사 두 명이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실험 수업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이를 통해 적은 수의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접 응용하고 체득할 수 있는 실험 수업 조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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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와 후배 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다.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실험 방법과 과학 정보 등을 공유한다. 자신의 수업에 적용해보고 자문을 구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유익하게 활용되길 바란다. 블로그(https://blog.naver.com/chemijhy)에 있는 실험들을 집에서 자녀와 함께 해봤다며 고맙다는 부모님들도 꽤 된다. | | |
|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 |
학년 말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평가 설문 조사를 한다.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점과 가장 나빴던 점을 적게 하는데, 나 스스로 반성하고 배울 게 많은 과정이다. 실험을 자주 해서 좋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실험에 치중하다 보니 진도 조절이 순조롭지 못했단 의견도 나온다. 학생들의 칭찬과 비판 모두 내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는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길 편하게 하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 얘기하면 어른과 대화하는 것처럼 아이들과도 충분히 말이 통하더라.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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