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241호

아이들 눈높이로 아름다운 가치를 설명하는 방법

엄마, 배려가 뭐야? 아빠, 겸손이 뭐야?



상대방을 배려하라 하니 ‘배려가 뭐예요?’ 하며 되묻는 바람에 당황한 부모나 어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잘 아는 표현인데 정작 표현하려니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말문이 막힌다. 이런 어른들을 위해 동화작가 채인선 씨가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펴냈다. 감사, 겸손, 행복, 양심, 정직 같은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가치 있는 단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말들. 이렇게 설명해보자.

햇살 환히 쏟아져 들어오는 거실, 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딸과 아빠가 장난을 치고 있다. 불쑥 딸이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성공이 뭐야?”
“음, 우리 OO 맛있는 거 많이 사주는 거지.”
“와~, 그럼 신나는 거네.”
요즘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CF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이 광고에 시선이 고정된 경험 있을 것이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아이들이 무심히 던진, 너무나 쉬운 단어 앞에서 난감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윤호와 윤하의 아빠인 서진석 씨처럼 말이다.



“예의를 가르치려 드니 큰애가 “왜 어른 말은 들어야 해요? 어른은 아이 말 안 듣잖아요” 그럽디다. 상대방을 배려하라 하니 작은애가 “배려가 뭐예요?” 하며 되물어요. 그때마다 “음…, 그러니까 말이지… 그게…”하며 말문이 막히게 된다.”
아이들의 사고력이 커진 걸까, 어른들의 상상력이 쪼그라든 걸까.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인데 어쨌거나 어른들 앞에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여기 오늘도 시험에 들어 머리가 아픈 어른들에게, ‘에이, 시간이 지나면 절로 알게 되겠지’ 하며 포기했던 어른들에게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내 짝꿍 최영대>의 동화작가 채인선 씨가 어른들의 마음을 속 깊이 헤아려 <아름다운 가치사전>(한울림어린이)을 펴낸 것이다. 7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실전으로 터득한 내용을 다듬고 또 다듬어 내놓았다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해내는 능력이 부족한 어른들에게 그만이겠다.


‘관용’ 그림 숙제를 동생이 망쳤을 때 화내지 않는 것
<가치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어린 시기에 반드시 익혀야 할 ‘아름다운’ 말(가치) 총 24가지. 감사도 있고 믿음도 있고 행복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치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이들 말(가치)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감사’라는 말을 살짝 보자. 감사란 ‘소풍 가는 날, 엄마가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 주실 때 느끼는 고마운 감정’이다. 또 ‘배드민턴 치는 법을 가르쳐 준 아버지에게 “아빠, 고맙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겸손’이란 말도 예쁘다. ‘나도 알고 있지만 친구가 설명하는 것을 잘 듣고 있는 것. 혹시 내가 모르는 것을 듣게 될지 모르니까’가 겸손의 풀이다.
약간 난이도 높은 ‘관용’은 또 얼마나 기특한지. 채씨가 정리한 관용은 ‘내 자를 빌려 쓰다 부러뜨린 친구에게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것’. 또는 ‘내 그림 숙제를 동생이 망쳐 놓았을 때 무조건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관용의 정신이 이렇게 쉽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다른 ‘가치’들을 만나도 역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믿음’은 엄마가 우리를 야단칠 때 우리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고, ‘배려’는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걸음을 천천히 걷는 것이며 걸으면서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은 꽃을 보고 싶을 때마다 꽃을 보지만 꺾지 않는 것
‘보람’은 정성껏 키운 봉숭아에 새 잎이 돋은 것을 보았을 때의 뿌듯하고 즐거운 감정, ‘존중’은 얘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말하고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전철역으로 엄마 마중을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꽃을 보고 싶을 때마다 뜰로 나가 꽃을 보지만 꺾지 않는 것, 그리고 꽃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이기도 하다. ‘용기’는 수업 시간에 질문할 것이 있으면 부끄러워 말고 손을 드는 것이다.
‘유머’에 대한 풀이도 앙증맞다. 엄마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에 내 얼굴이 그려져 있는 것이자 추운 것을 싫어하는 할머니께서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자 동생이 고양이 봄이를 데려와 할머니께 드리는 것이다.
<가치사전>엔 이밖에도 행복, 양심, 자신감, 인내, 정직, 존중, 약속 등이 친절하고 사려 깊은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다. 중간 중간 우화와 함께 포근한 그림이 곁들여 눈도 즐겁다.
일상 속 구체적인 상황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어 아이 스스로 아름다운 가치를 알아나가는 길잡이로 활용하기 좋겠다. 나아가 아이들은 자신만의 정의, 자기만이 느끼는 가치를 정립할 수도 있겠다. 각 가정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우리 집 가치사전’을 만들어본다면 더욱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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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손정미 기자 | 사진 한울림어린이 제공
  • 에듀플라자 (2005년 08월 16일 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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