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1등급이 아니면 ‘인 서울’ 대학 진학이 어려울 것”이란 뉴스가 쏟아졌죠. 지난여름에는 서울 강남 3구 학생의 높은 자퇴율을 두고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부담이 더 높아져 ‘자퇴→검정고시→정시’를 거쳐 대입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급증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학생·학부모는 불안을 호소하며 사교육에 기댔고요. 한데 1학기를 끝낸 후 각 지역 공교육에서 공개한 데이터는 등급 급간이 줄어 전 과목 1등급이 대거 양산될 것이란 예측과 달랐습니다. 아는 만큼 불안은 떨치고, 대비는 탄탄히 할 수 있죠. 내신 5등급제의 성적과 대입을 짚어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박상호 교육연구사(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 진로진학지원센터)·유태혁 교사(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조만기 교사(경기 남양주다산고등학교)
자료 경기진학지도협의회·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진로진학지원센터·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3개 지역 고1 1학기, 전 과목 1등급은 1.3~2%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고1은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된다. 상위 10%까지 1등급, 10~34%는 2등급, 34~66%는 3등급, 66~90%는 4등급, 90~100%는 5등급을 받는다(표 1). 고2·3의 내신은 9등급으로 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간이 줄었다. 이를 두고 고1은 전 과목 1등급(평균 등급 1.0)을 받지 않으면 대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상위권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대학은 전 과목 1등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진학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내신 평균 등급이 1.0인 학생이 5등급제에선 최대 5%, 즉 9천 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의약학 계열 모집 인원보다 많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시험에 큰 부담을 느꼈다. 사교육을 찾는 빈도와 지출 비용 또한 늘었다.
현실은 우려와 달랐다. 1학기가 끝나고 부산을 시작으로 경기, 서울에서 관내 학교 1.0 비율을 조사해보니 전체의 1.5~2.3%에 불과했다. 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 진로진학지원센터(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가 관내 81개교 1만3천553명의 1학기 성적을 집계한 결과 1.0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2.07%로 나타났다. 경기진학지도협의회(경기진협)가 자료 취합에 협력한 57개교 고1 1만5천566명의 1학기 성적을 분석한 결과 1.0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74%였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연구회)가 서울과 일부 지역 32개교 고1 6천929명의 1학기 성적을 조사한 결과 89명, 조사 대상의 1.29%가 1.0을 받았다(표 2). 세 지역의 결과를 단순 합산하면 1.0을 받은 학생은 170개교 고1 3만6천28명 중 1.97%인 709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1은 전교생이 이수하는 공통 과목이 대부분이라 1등급 인원이 많다. 선택 과목 위주로 이수하는 고2부터는 과목별 수강 인원이 준다. 그만큼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고교학점제는 학기이수제라 9등급제를 이수한 학생에 비해 배워야 하는 과목 수가 늘어난다. 이수 과목 수가 많을수록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는 더 까다롭다. 평균 1.0을 받는 인원이 급증해 대입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박상호 교육연구사는 “현 고1의 내신 성적 분포를 현재 대학 1학년의 고교 내신 분포와 비교했는데, 5등급제에서 평균 1.0을 받은 학생의 누적 비율은 9등급의 1.64 정도로 치환할 수 있었다(표 3). 차이 나 보이지만 현재 고1은 평균 1.0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학기가 누적될수록 더 줄어드는 구조다. 일단 대부분의 과목이 석차등급을 내야 한다. 9등급제보다 상대평가 과목을 7~8개 더 이수해야 해 모든 과목에서 높은 등급을 유지하기 어렵다. 게다가 자연 계열이 집중 이수하는 수학 과학은 변화가 크다. 과탐은 종전의 Ⅱ과목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고 과목 수도 2배로 늘었다. 수학에선 <미적분Ⅱ> <기하>가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졌다. 과목당 이수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교내 상위권의 성적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며, 평균 1.0의 비율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세화여고 유태혁 교사는 “개별 학교에 따라 전 과목 1등급이 없거나 2%보다 많을 수도 있다. 학교나 지역, 당해 학생들의 성향, 과목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평균치와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눈여겨볼 것은 5등급제로 인한 내신 인플레이션이나 평균 1.0 급증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힘들어 고교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야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이 틀렸음이 입증됐다”라고 강조한다.
2등급 받아도 대입 불리하지 않아
앞서 말했듯 5등급제에 대한 불안은 대입과 직결된다.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만 안정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2등급의 파급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박 교육연구사는 “4학점 과목을 기준으로 매 학기 2등급을 하나씩 받아 3학년 1학기까지 2등급이 5개인 학생의 내신 평균은 1.16이다. 과목 하나당 내신 평균이 0.03 정도 하락하는 셈이다. 2025 입시 결과를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 교과전형 지원이 어렵지 않다. 모든 과목을 2등급을 받았어도 부산대 교과전형 지원이 가능하다”라고 분석한다.
경기진협의 협력 학교 고1 1학기 성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평균 1.0을 받은 학생의 누적 비율(1.74%)을 기준으로 보면 9등급제에선 평균 1.55로 치환할 수 있는데, 이 등급은 2025 수시 교과전형 70% 컷 기준 인문 계열은 고려대 학교추천전형 국어국문학과, 자연 계열은 한양대 교과(추천형) 기계공학부의 합격선이다(표 4). 2등급이 5개 정도 있는 평균 1.167의 경우 9등급의 평균 1.84와 유사하다. 이는 2025 수시에서 경희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의 70% 컷이다. 전 과목 2등급을 받은 평균 2.0(9등급 기준 3.24)도 서울권 대학의 70% 컷 안쪽에 위치했다.
경기 남양주다산고 조만기 교사는 “5등급제에서 평균 1.0이라면 최상위권이 지원하는 의약학 계열, 상경 계열부터 해당 모집 단위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이다. 1.0이 아니더라도 많은 학생에게 서울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전한다.
유 교사는 “교과전형을 기준으로 평균 1.1은 의학 계열, 1.1~1.5 내외는 서울 주요 15개 대학, 1.5~1.75 내외는 서울 주요 24개 대학, 2등급 초반까지 서울권 대학에 지원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대입은 단순히 내신 석차등급 이외에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나 서류(학생부), 면접 등 다양한 전형 요소가 개입한다. 2028 대입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라 합격선 자체가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라고 예측한다.
주요 대학, 석차등급만 보는 전형↓
5등급제의 등급, 범위로 넓게 봐야
실제 최근 선호도가 높은 서울 주요 대학은 교과전형에 학생부 정성 평가를 도입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2026학년 수시만 보더라도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교과전형에서 서류(학생부) 평가를 반영한다. 반영 비율은 10~40%로 대학마다 다르지만 영향력이 낮지 않다. 지원자 집단의 성적 차이가 적어 합불의 경계에선 학생부 평가가 당락을 좌우한다. 급간이 줄어든 5등급제에선 학생부 평가나 면접 등 내신 외 요소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교과전형은 서류 평가에서 학생부 ‘교과 학습 발달 상황’, 그중에서도 과목 이수 이력과 세특에 집중한다. 상당수 대학이 난도가 높은 과목이나 지망 계열과 관련된 과목을 피해 높은 성적을 확보하기 수월한 과목만 이수한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안내한다. 내신 등급에만 집중해 과목을 선택했다간 우수한 성적에도 대입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 셈이다.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의대와 서울대도 생각보다 내신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수도권 의대 교과전형의 합격자 70% 컷은 현재도 1.0~1.2 이내다.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2026 수시 기준 건양대 지역인재(면접)전형 외에는 모두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4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가톨릭대 고려대), 3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경희대 성균관대 인하대) 등 기준이 높고, 선발 인원은 적다. 서울대는 아예 교과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들 대학은 사실상 교과 성적이 지원 시에만 중요할 뿐, 당락은 최저 기준이나 학생부, 면접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유 교사는 “5등급제에서의 등급을 9등급제라면 이 정도라고 공식처럼 산출하려는 것은 위험하다. 9등급제 졸업생과의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한양대가 2028 대입에서 교과전형인 학생부교과(추천형)의 지원 자격을 국내 정규 고교 졸업 예정자(졸업자 지원 불가)로 변경한다고 예고했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고1은 등급의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급간이 넓어진 만큼 시야도 넓혀 ‘범위’로 바라보고 대입과 연결해야 한다. 등급 산출 기준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과 수능이 함께 바뀌었고, 대입 제도 역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실 대입 환경이 바뀌면 자신의 객관적 위치나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늘 혼란이 일었다. 통계를 입맛대로 가공한 보도 역시 불안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지금은 1학기 성적이라는 데이터가 나왔고, 2028 대입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막연히 불안에 떨기보다 새 교과 등급 구조, 2028 대입 방향을 확인하며 본격적인 고교 생활에 진입할 때”라고 조언한다.
내신 삐끗, 정시 올인? 위험!
고교에선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나면 소위 ‘정시 파이터’가 늘어난다. 내신의 부담에서 벗어나 수능에만 집중해 정시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 들였던 시간을 아끼면 수능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학교에 다닐 의미가 없다며 자퇴를 결정한다.
특히 올해는 “SKY 신입생, 검정고시 출신 급증” “서울 강남 3구 학업 중단율 최고… 내신 부담에 자퇴 후 수능 올인” “1등급 포비아… 내신 5등급제, 자퇴가 새로운 대입 전략” 등과 같이 자퇴와 관련한 보도가 유독 많았다. 실제 고1의 자퇴 상담 건수도 급증했다.
이에 대해 진학 전문가들은 자퇴의 효용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2028 정시에선 수능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근거는 서울대의 2028 대입 전형 계획이다. 서울대가 올초 대입정책포럼에서 공개한 〈2028 서울대 대입전형 개편 방안〉을 보면 정시 일반전형의 평가 방법이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표 5). 1단계에서 수능 등급, 2단계에서 수능 백분위 환산점과 교과 역량 평가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급간이 훨씬 촘촘한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현재에도 서울대 응시 집단의 특성상 지원자 간 수능 성적의 차이가 크지 않다. 사실상 2028 서울대 정시의 당락은 교과 역량 평가가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교과 역량 평가는 고교에서 이수한 모든 교과의 성취도,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이수 이력, 주도적인 교과 학업 역량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며, 공동체 역량도 추가로 살핀다. 수능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하고, 고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실제 서울대는 “수능은 대학 수학을 위한 기본 학업 소양 검증에 활용하고, 고교 학습과 연계를 강화하는 교과 역량 평가를 확대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즉, 정시에 ‘올인’한다고 학교생활을 포기하거나 자퇴를 한 경우 교과 역량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뿐만 아니다. 이미 올해 정시에서 고려대와 연세대는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반영하고, 부산대(의예과·치의예과) 성균관대(사범대학) 한양대는 학생부 정성 평가를 진행한다. 성균관대는 2027학년 정시에선 사범대학 4개 학과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고도 예고했다. 수능은 최저 기준(3합 6)으로만 활용한다. 이로 볼 때 2028 대입에서 학생부를 평가하는 대학은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이 정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는 배경에는 고1이 치를 수능의 특성이 자리한다. 출제 범위가 고1~2 공통 과목에 집중돼 있어, 대학 입장에선 한두 문제를 더 맞혔다고 우수한 학생으로 보긴 어려워졌다. 지원자가 몰리는 서울 주요 대학은 서류나 면접 같은 수능 외 전형 요소로 학생의 역량을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정시에도 반영하는 대학이 등장할 전망이다. 경희대의 경우 “정시에서 고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안을 고민 중이다. 교과 성적을 학생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 반영하는 방법, 검정고시나 해외고 출신과 분리 모집하는 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본지 1188호 ‘2026 대학별 수시 분석_ 경희대’ 참조). 교육부 사업에 선정된 동국대 서울대 한양대는 정시 비중 자체가 4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2028 대입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수능에만 올인하거나 자퇴할 경우 스스로 선택지를 줄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라운더’ 요구하는 2028 대입
숫자 아닌 방향 점검해야
다만 2028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낮아지되, 수능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주요 대학에서 지원자 집단을 다양화하고, 학업 역량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수시에 최저 기준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요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교과 성적과 학생부, 수능까지 챙겨야 하며, 정시를 주력 전형으로 마음먹은 학생 역시 수능은 물론 내신과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기회를 최대한 얻을 수 있다. 수시, 정시 모두에서 모든 영역을 갖춘 ‘올라운더’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는 고1은 물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생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특정 전형에서만 강한 고교는 새로운 대입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 교사는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관계자들은 잘못된 정보에 현혹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 여러 요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동시에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배우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보다 모르는 걸 알고자 공부하는 학생이 성취를 얻고, 대학에서 이런 학생을 선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신 5등급제와 통합형 수능이 큰 변화이나, 이미 2026~2027 대입에 선제적인 조치가 반영되고 있다. 내년 봄에 대학별 2028 대입시행계획도 공개될 예정이다.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기보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을 확인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