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어느새 다가온 수능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월이 되니 지난 10개월이 영상처럼 스쳐갑니다. 새벽에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울 땐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털어놓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뒷바라지하느라 등골 휘는 부모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인상 쓰는 아이가 참 야속할 때도 있었죠. “내가 알아서 할게”를 입에 달고 지내고, 학원에서 치르는 모의고사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아이의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부모로선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수능 전 마지막 위기
얼마 전 더프(사설 모의고사)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칫 마음만 흐트러질까 보지 말까 하다가 마지막 시험인데 어렵게 나오진 않겠지 싶어 그냥 응시하기로 했습니다. 집을 나서는 아이를 안으며 “잘 보면 좋겠지만 못 봐도 수능이 아님에 감사하자”라고 했죠. 평소처럼 모의고사 날에도 자습을 하고 오던 아이가 저녁 급식도 먹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시험 어려웠어? 괜찮아. 수능도 아니잖아~”라고 말을 건네자마자, 아이의 감정이 터져버렸습니다. “난 1년 동안 대체 뭘 한 거야? 내 1년은 뭐가 돼? 진짜 열심히 했는데….” 울먹이는 목소리로 꾹 참았던 마음을 내뱉는 아이,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괜찮다며 거듭 다독이려고 해도 “수능도 망치면?”이라는 말만 돌아왔죠.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맞게 대책을 세우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아이의 귀엔 닿지 않은 듯했습니다. 잠시 후, 아이는 눈물 젖은 얼굴로 다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보낸 엄마의 문자엔 “다시 학원 갈 거야”라는 짧은 답이 도착했습니다. 학원에 간다고 알려준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잠시의 일탈도 하지 못하고 갈 데라곤 학원뿐인 아이가 안쓰러워 가슴이 아픕니다.
위로가 되지 않은 위로
“엄마, 예전에 수능 못 봐도 열심히 했던 경험은 헛되지 않을 거라고 했던 말 기억나? 엄마는 마음 편하게 해 주려고 한 말이었겠지만 사실 그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어. 수능만을 위해 열심히 달렸는데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은 거니까. 동생도 엄마 말이 지금은 안 들어올 거야.”
첫째의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습니다. 모든 걸 참으며 학원과 집만 오간 1년.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아이에겐 엄마의 위로가 되려 그 시간의 무게를 지운 것과 같으니, 아이의 마음이 불편했겠다 싶었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다가 옆에 누워 아이를 꼭 안았습니다. “좀 진정은 됐어?”라고 묻자 “어쩌겠어. 그냥 해야지”라며 일어납니다. “네가 열심히 한 거 엄마가 다 알아. 조금만 더 힘내자.” 그 말을 꾹 삼키며 아침을 차렸습니다.
너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
아이의 마음을 잡아줄 위로나 응원을 하기도 조심스러워 말을 아끼던 중 문득 김윤아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돌아오면 그 노래로 마음을 대신 전해보려고 해요. 수능의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본다_<집으로(GOING HOME)>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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