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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호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잘 먹어야 잘 본다?!

취재·사진 김기선 리포터 quokka@naeil.com



잘 먹어야 잘 본다?!


“밥 잘 먹었다는 소릴 하니까 그냥 너무 예쁘더라.”
올해 수능을 치른 딸을 둔 지인의 이야기예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어.”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나온 아이가 애타게 기다린 엄마를 보고 한 첫마디래요. 지인은 수능 도시락을 싸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답니다.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익히고 간장과 굴 소스로 만든 양념장에 기름 쭉 뺀 고기를 다시 조려 만든 엄마표 간장삼겹살. 도시락에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 진미채와 달걀말이. 아이가 좋아하는 김치전과 식이섬유 가득한 숙주나물까지 5가지 반찬을 새벽에 만들어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수험생 엄마의 수고로움이 애틋하게 들렸어요.

이 모녀의 수능 시험 준비는 사실 한 달 전쯤 시작됐거든요. 아침밥을 거르고 등교하는 딸의 평소 습관을 고치고자 노력한 끝에 누룽지와 달걀프라이를 아침으로 먹고 등교했죠. 첫날은 부담스러워하더니 3~4일이 지나자 속이 든든해서 공부가 더 잘된다고, 아침밥이 왜 중요한지 알겠다고 했대요.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어떻게든 다 해준다는 모녀의 집밥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잠깐이지만 엄마 밥의 힘! ‘밥 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먹을거리는 바쁜 엄마들에겐 늘 고민거리죠. 가족들이 좋아해 자주 끓인다는 미역국도 수능 시험이 가까워지면 끓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빵도 많이 먹으면 빵점 맞는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 거 다 미신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시험 보는 날 미역국 잘 안 먹긴 하잖아요. 하하.





수능 전날부터 떨렸다!


“수능 전날 예비소집에 다녀온 아이가
‘엄마, 친구들이 나보고 미스 청심환이래~ 수능 전날인데 왜 이렇게 떠냐고~’라며 투털대더라.”

11월 16일 수능 예비소집일 아침. 딸과 함께 청심환 한 병을 반반씩 마셨다는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수능 날 아침이 아니고 전날 마셨다는 얘기지?”

좀 의아해서 물었어요.

“아이가 떨린다고 하니까, 나도 긴장돼서 같이 나눠 마셨어.”

그래서 친구들에게 ‘미스 청심환’이란 소릴 들었나 봐. 하하. 수능 전날부터 그리 떨더니만 다행히 수능 날 아침에는 가족들에게 농담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보여 안심이었대요.

고사장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찡하다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기도하러 성당으로 갔답니다. 첫 기도는 수능 1교시가 시작되는 8시 45분부터 80분간 진행됐대요. 성당의 기도 안내자가 마이크를 잡고 차분하고도 애절함이 가득한 낮은 목소리로 “이제 아이들이 국어 시험지를 받고 있을 시간입니다”라고 운을 떼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해요. 아이가 시험을 치르는 8시간 이상을 기도로 동행하는 곳이다 보니 눈물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네요. 분명 아이보다 더 먼저 일어나서 도시락 싸고 뜨끈한 보리차 끓여 보온병에 담느라 애 많이 썼을 텐데, 엄마는 씩씩하게 고사장에 들어간 아이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수험생 엄마들 모두 존경스럽네요.







매일 비슷해한 일상 속 특별한 날이 있죠.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 혹은 마음 터놓고 나누고 싶은 고민까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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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TALK_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2022년 12월 14일 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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