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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호

2022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27 | 이예림 인하대 전기공학과 (충남 당진고 졸업)

“똑똑한 전력망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전기공학으로”

2학년 <물리학Ⅱ> 수업 시간에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을 다룬 영상을 접했다. 전력 공급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면 전력 수요량을 미리 예측하면 될 것 같았다. 2011년 9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조사하면서 똑똑한 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그리드’를 알게 됐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실시간 양방향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하대 전기공학과 이예림씨가 전공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마침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과 특성화 학교’인 충남 당진고에 재학 중이었기에 <전기회로> <정보과학> 등의 전문 교과를 이수할 수 있었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심화하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인 <물리학실험>도 선택했다. 이들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화학 과목을 선택할 수 없었던
아쉬움은 독서로 풀어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이예림 인하대 전기공학과 (충남 당진고 졸업)




스마트 녹색 도시, 우리가 구현해볼까?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일찌감치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지구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접한 ‘2050년 지구의 모습’ 영상을 보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낀 예림씨는 특히 친환경 기술에 눈길이 갔다.

“3학년 때 활동했던 ‘전기전자화공 동아리’에서 친구들에게 친환경 기술의 결정체인 ‘스마트 녹색 도시’ 구상을 제안했어요. 저는 관심 분야였던 전력 시스템을 맡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했고요. 지금은 전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스마트그리드를 모티브로 해 최소한의 전력을 기본으로 공급하다가 전력 사용량이 늘면 추가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떠올렸지요.”

신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그리드를 고교생 수준에서 구현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배운 아두이노와 전력 측정 센서를 이용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력 값을 구하고, 총 전력이 일정 값을 넘으면 아두이노에 연결된 릴레이모듈에 전류를 흐르게 해 예비 전력을 공급하는 회로를 구상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의 과정이 제일 어려웠어요. 생각이 정리되니 회로 구성은 오히려 빨리 진행되더라고요. 물론 직접 구상한 코딩이다 보니 오류가 잔뜩있었지만요. 하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존의 코딩을 응용해보기로 했어요. 예제 코드를 찾아보면서 전력 측정 센서의 총 전력 변수를 if문을 이용해 간단한 코드로 만들어보니 문제가 쉽게 풀리더라고요.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전력 시스템을 활용해 환경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 경험이었어요.”

물리학 심화 과목, <전기회로> 등 특성화 과목 십분 활용

물리학을 좋아했던 예림씨에게 전기·전자·컴퓨터공학을 특성화한 학교 교육과정은 강점이자 고민이었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과목이 모두 개설됐지만, 특성화 과목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공학과 진학을 생각했기에 <전기회로>와 <디지털 논리회로> 등의 과목을 고르고, 물리학을 심화해 공부하고 싶어 <물리학Ⅰ·Ⅱ>에 이어 <고급물리학>과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물리학실험>을 선택했다. 그다음 배우고 싶었던 <화학Ⅰ>과 <정보과학> 중 한 과목을 결정해야 했는데, 고심 끝에 선택한 과목은 <정보과학>이었다.

“공대 공부의 기본은 물리학과 화학이라고 생각했지만, 배울 수 있는 과목의 이수 단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정보과학>을 선택하려면 과학 Ⅰ과목을 더 들을 수 없더라고요.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니 전기공학과에서는 화학보다 정보나 전기회로 관련 과목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하셔서 결국 <화학Ⅰ>은 포기해야 했죠. 화학은 시중에 책이나 인터넷 강의 등이 많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보강하기로 하고 최종 <정보과학>을 선택하게 됐어요.”

<전기회로>를 수강하면서 마이스터고나 공고에만 있는 전문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회로를 연결해보고 실험값을 눈으로 확인하니 이론으로만 접했을 때보다 큰 도움이 됐다. 전기전자통신 관련 분야에 많이 쓰이는 RLC회로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수업에서였다. 이어 <고급물리학> 수업에서 RLC회로 이론을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물리학실험>에서는 직접 오실로스코프와 코일, 저항, 축전기를 이용해 실험할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배울 좋은 기회였어요. ‘이론상의 공진주파수와 실제 공진주파수가 일치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예상했던 공진주파수에서의 전류 값이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고요. 계산식의 오류를 찾는 과정부터 회로와 이론 개념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집중력, 끈기를 배운 시간이었죠.”



배우지 못한 화학에 대한 아쉬움, 기초 교과 중요성 느껴

특성화 과목들에서 배운 게 많았지만, 화학을 이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계속 남았다. 3학년 진로선택 과목으로 <융합과학탐구>를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화학을 다룬 책도 다양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물리학을 다룬 과목은 충분히 선택했기 때문에 <융합과학탐구>를 통해 부족한 화학을 연결해보고 싶었어요. 물리학을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한 분야와 엮어서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데, 화학에 열정이 많았던 친구와 팀을 짜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제가 잘 모르는 화학 계산법 등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등 화학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고요. 대학에 와서 <일반화학>을 배울 때 이렇게라도 조금씩 해왔던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성화 과목과 전문 교과를 십분 활용했던 예림씨지만, 대학 공부를 해보니 고등학교 단계에선 보통 교과 내 기초 과목들을 충실히 쌓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특성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들이 재미는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한데 대학 공부를 해보니 당시 머리를 쥐어짜며 열심히 배웠던 내용들이 거의 10분 만에 끝나는 인트로 수준이더라고요. 하하. 물론 그 과목들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고, 대학 공부가 어떤지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대학 4년 동안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잖아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 수준의 과목에 욕심내기보다 기초 과목들을 폭넓고 다양하게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어떤 걸 더 공부하고 싶은지 전공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보통 교과 과목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주고, 특성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는 공동 교육과정이나 방과 후 과정 등을 이용해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무분별한 에너지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 정보화에 따른 생활 양식과 생활 공간의 변화 주제로 조사·발표, <통합과학> 무선 충전 방식을 조사하고 그 중 전자기 유도 방식 실험을 계획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Ⅱ> 2011년 한국의 정전사태에 대해 조사하고 예방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기술 제시, 복잡한 회로에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키르히호프 법칙 심화 학습, <전기회로> RLC소자의 특징을 알고 조건에 맞는 회로도 그림,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한 수행평가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 <정보과학> 알고리즘 순서도 그리기 활동에서 지역의 기후나 지형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선택을 주제로 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실험> RLC직렬회로에서 공명피크를 확인하는 실험 수행, 정교한 수학적 계산의 중요성 깨달음, <융합과학탐구> ‘플러렌을 통한 전기 송배전’에 대해 조사·발표


.선택 과목.


▒ <물리학Ⅰ·Ⅱ> 과학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과목이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 <전기회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과 특성화 학교였던 덕분에 마이스터고나 공고에 있는 전문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회로를 연결해보고 실험값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흥미 있게 배웠던 과목이다.

▒ <고급물리학> <물리학실험> 물리를 심화 학습해보고 싶어 선택했던 과목이다. <전기회로> 수업에서 처음 접한 RLC회로 이론을 <고급물리학>에서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물리학실험>은 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 <융합과학탐구> 이수하지 못한 부족한 화학을 보충하기 위해 선택했다. 물리학에 화학을 연결해 탐구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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