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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62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좌충우돌 신문 제작기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최근 온라인에서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오해(?)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죠.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가제(假題)’가 ‘로브스터’로, ‘고지식’은 ‘높은 지식’, ‘사흘’이 ‘4일’, ‘금일’은 ‘금요일’ 등 원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변신해 소개됐었죠.

논란이 터질 때마다 “이게 다 한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며 청소년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곤 합니다. 하지만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언어는 인권”이라며 “한자나 외래어 말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완전 크게’ 공감한 5개 고교의 학생 기자단은 지난 6월, <내일교육>이 주관한 ‘쉬운 우리말 쓰기’ 특별 신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교과서나 신문, 책을 읽다 모르는 어휘가 나와 내용이 이해 안되면 늘 스스로를 탓하곤 했어요. ‘난 정말 무식한가 봐’ 하면서 말이죠. 한데 제 잘못이 아니더라고요. (이 당당함!)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바꿔 부르니 이해하기 너무 쉽잖아요. ‘가감’은 ‘더하기 빼기’, ‘응고’는 ‘굳어짐’ 등으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쉬운 우리말을 쓰면 될 일이었던 거예요. 교과서만 쉽게 읽혀도 전국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엄청(까진 아니더라도) 오르지 않을까요?”

그래서 학교별로 우리네 삶에서 꼬~옥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분야를 콕콕 짚어봤습니다. 광문고 ‘언론’, 세화고 ‘온라인 쇼핑’, 선덕고 ‘SNS’, 원묵고 ‘정부 부처 누리집’, 한대부고 ‘교과서’. 그럼 지금부터 ‘언어는 배려’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각 분야에 적용해 기사를 써볼까나?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기사 작성에 들어간 학생 기자단. 하지만 좀처럼 써지지 않는 기사. 소주제별로 모둠을 나눈 뒤 머리를 쥐어뜯다 밤까지 새면서 작성. 그 뒤 서로 돌려 읽으며 “우와, 훌륭하다~ 우리 기사 쓰는 데 재능 있나봐!” 했건만 신문사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어김없이 “다시 고쳐 쓰세요.”기사 수정을 위해 태어난 인생마냥 고치기를 무한반복.

“끝은 있을까? 기사 쓰다가 과로사하는 거 아냐?” “지금까지 이런 글쓰기는 없었다. 난 학생인가, 기자인가?” “더 이상은 못 써! 도대체 언제까지 고쳐야 해~” 기사에 마감은 있는 법. “고생했어요. 이제 마무리하세요.”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진짜요?” 눈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그렇게 8월 한 달간의 본격 기사 쓰기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9월 3일엔 내일신문사에서 ‘찐 기자’처럼 신문 편집과 마감 작업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신문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기사 한 꼭지에 이렇게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구나’를 온몸으로 체험한 학생들. 디자인 작업까지 최종 마무리된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말했습니다.

“제가 쓴 글이 진짜 신문으로 나오다니 이 감동은 말로 표현 못해요”부터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저와 친구들은 꿈 목록에서 기자를 지웠어요. 고마워요, <내일교육>” “신문도 내봤으니 제가 기자직에 지원하면 프리패스로 뽑아주실 거죠?”까지…. 여러분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내일교육> 일동. (급 마무리)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jonr@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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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2년 09월 28일 1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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