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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29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기다림의 끝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피의 혁명’을 손꼽아 기다렸다니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경기 효원고 최미현 선생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어봤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짐 정리를 하는 저를 기다리던 한 학생이 다가와서 말을 건넸어요. “쌤~ 오늘 수업 너무 재미있었어요.” 사실 이 얘기만으로도 저는 기뻤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은 늘 큰 힘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뒤이은 학생의 말이 더 놀라웠죠.
“저 프랑스 혁명이 좋아서 <세계사>를 선택했거든요. 근데 너무 뒤에 있어서 한참 기다렸어요.” 프랑스 혁명이 좋아서 <세계사> 수업을 선택했다니! 기나긴 기다림의 끝에서 진정한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학생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기특해 보이던지요. 그렇게 선 채로 한참을 프랑스 혁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피의 혁명’을 손꼽아 기다린 주인공은 바로 경기 효원고 2학년 이효정 학생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왜 좋은지 물었더니 “정의롭지 않은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정의를 위해 싸우고, 획득해가는 과정이 멋있다”는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이효정 학생은 평소에도 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관심이 많고, ‘신항로 개척의 이면’에 대한 수업 후 비판적·논리적 사고력이 빛나는 멋진 글로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배움의 기쁨을 먹고 매일 한 뼘씩 성장해나가길 응원할게요~







대학 합격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배’가 있다는 소식입니다. 강원 양양고 이재호 선생님의 둥근 배를 부여잡고 소원을 말하면 이뤄진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작년에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제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자꾸 놀려대는 통에 “내 배는 소중해. 여기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져”라고 장난 삼아 말한 게 발단이 됐어요. 그 말을 듣고 우리 반, 옆 반 할 것 없이 모두가 제 배에 소원을 빌기 시작했어요. 한 학생은 아예 제 배꼽 오른쪽 옆 2cm 지점을 자기가 지원한 학교로 지정해두고 빌기도 했죠. 그랬더니 정말로 합격 전화가 온 거예요. 그 후로 학생들이 틈날 때마다 제 배에 소원을 빌었고, 실제로 추가 합격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죠. 아, 어찌나 기쁘던지… 그동안 둥근 배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식단 조절을 했던 힘겨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네요.

합격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배를 내어주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콧등이 찡해옵니다. 합격 소식이 끝내 들리지 않더라도 ‘소원 성취 주작’의 무대였던 선생님의 배를 떠올리며 한 번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 기다림의 끝은 합격 또는 불합격이 아니라, ‘새 출발’이라는 해피엔딩일 테니까요. 참! 이재호 선생님, 정들었던 배와 작별을 고하는 다이어트는 아예 내년 대입까지 쭉 보류하심이 어떨까요?ㅋ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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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2년 01월 05일 10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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