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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호

디자인+공학, 소비자 경험 더하는 산업디자인학과

제조업의 발달로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제품들 중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하려면, 보다 편리하고 심미적인 독특한 요소가 필요하다. 산업디자인의 주된 역할이다. 최근 첨단 기술의 발달로, 제품의 외형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IT 기반의 인터넷, 앱, 디지털 서비스 경험은 사용자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까지 상상하고 기획해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적 요소에 공학적 기술력을 더해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인학과의 변화를 짚어봤다.

취재 이지연 리포터 judylee@naeil.com
도움말 김윤지 교수(중앙대학교 예술공학부)·이지현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 커리어넷




제품뿐 아니라 IT 서비스 경험도 디자인

디자인과 조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분야가 바로 산업디자인이다. 휴대폰, 가전제품, 운송 기기, 가구, 스포츠 용품, 악기, 화장품, 제품 패키지 등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제품들을 디자인한다.

최근 첨단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고 인터넷이나 앱 서비스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품의 외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관점의 UX/UI를 제대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UX(User Experience): 사용자가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경험. 불편함, 만족감, 편리함 등

UI(User Interface): 사용자가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때 보이는 부분. 버튼 조작, 화면 구성, 색상·크기 등.




공학적 디자인 색채 띤 대학들

공과대학 소속의 산업디자인학과를 운영하는 대표 학교는 카이스트와 유니스트다. 무학과로 입학 후 세부 전공으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는 공학을 출발점으로 해서 제품의 기계적 원리 기반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기에 제품화 실현 가능성과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디자인에 접근하기 때문에 UX/UI 전문가를 많이 배출하며, 학문적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공학적 디자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학과를 신설하거나 단과 소속이 특징적인 대학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중앙대 예술공학부 김윤지 교수는 “올해가 예술공학대학 예술공학부가 개설된 지 3년째다. 일반적인 미대와 달리 공학과 예술 간 경계를 허물어 프로젝트 중심으로 융합적 탐구를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서울여대 산업디자인학과는 현재 미래산업융합대학에 속해 있다. 같은 단과대학 안에 디지털미디어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이 편제해 있다. 산업디자인학과와 타 학과 간 기술 협력 기회를 높인 셈이다.


비예술 계열 학생들 지원도 점차 늘어

신입생 모집에도 변화가 있다. 과거 실기 중심 전형에서 서류·면접 전형으로 모집 요강이 바뀌면서, 일반고 인문·자연 계열 학생이 지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여대 산업디자인학과 이지현 교수는 “서울여대는 수시와 정시로 학생을 모집해 실기를 준비하지 않고 입학한 학생들도 있다. 여러 학교들이 비실기 전형으로 신입생 모집을 늘리는 추세다. 최근 디자인에선 미적 감각에 기반한 표현력보다는 분석력·기획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업 역량을 기반으로 미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면 최근 사회적 수요가 높은 UX/UI디자이너로 충분히 역량을 펼쳐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술 이해도 기반의 디지털·예술·데이터 분야 교과 마련

중앙대 예술공학부는 기초·심화 프로그래밍 등을 거쳐 컴퓨터그래픽스, 게임엔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캡스톤 프로젝트 등을 전공 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테크니컬 디렉터를 인재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사람과 기기 간 스마트 인터랙션이나 영화·공연 등 예술 분야에서의 효과 기술 등을 관심 있게 다룬다.

김 교수는 “예술공학부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 공학적 적용 능력을 동시에 갖춘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콘텐츠나 인터랙션 측면에 대한 산업적 니즈가 많다. 메타버스 속 디지털휴먼의 반응, 즉 대화 맥락 안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공학적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 등을 고민한다”고 덧붙인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해석하지 못하니 이것을 시각화해서 전달한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도 협력한다. 사람들은 3번 정도 서비스 이용을 시도해서 안 되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남긴 흔적 데이터를 탐정과 같이 쫓아다니며 해석해 이후 개선하는 활동도 한다”고 설명한다.


IT 기업, UX/UI 전문가 수요 높아

이 교수는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산업디자인학과의 취업률은 괜찮은 편이다. 과거 수십 년간 했던 제품디자인 영역보다는 UX/UI나 디지털 분야에서 수요가 높다.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군인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역시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나 UX/UI 혹은 디지털·온라인 사업 경험자를 많이 찾는다”고 전한다.

공학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미래 산업에 참여할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대체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체뿐만 아니라 최근 부상한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에 진출할 기회도 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미래 산업·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제언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적 감각에 창의성과 끈기 더해야

김 교수는 “최근 산업디자인에 공학적 특징이 강해졌다고 해서 수학이나 과학을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다면 잘 맞을 수 있다. 창작 영역이기 때문에 특정 과목을 잘하기보다는 다독이 중요하다.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므로 끈기 또한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 교수는 “능동적인 호기심, 즉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가 출시된다고 하면, 내부 인테리어는 어떻게 구성할지 운전하지 않는 시간에 사람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등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들은 미래를 먼저 상상하고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유튜브와 인터넷을 자주 활용해 상상력을 펼쳐보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차 UX디자이너로서, 직접 디자인한 서비스를 고객이 사용할 때 보람 느껴”


천유경
서울여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석사 졸업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설계팀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네이버에 신입 공채로 입사해 10년 차 UX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 리서치, 사용성 테스트, 시장 분석, 서비스 기획, 화면 설계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검색, 지도, V LIVE, PRISM 등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했고,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Q.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에 보람을 느꼈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산업디자인이 서비스디자인, 제품디자인,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산업 전반에서 많이 활용된다는 조언을 듣고 산업디자인학과로 전공을 선택했다.


Q.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현재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UX디자인, 제품디자인,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과목의 디자인을 공부하며 디자인 전반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쌓았다. 그 과정 중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UX디자인에 매력을 느꼈고, UX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UX디자인 방법론을 배우며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다질 수 있었고, 이는 실무에서도 디자이너로서의 기본 역량이 되고 있다.


Q. 현재 하는 일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과 통찰력이 중요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구현해내는 문제 해결 능력 또한 중요하다. 실무적으로는 기획자, UI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니즈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Q. 산업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현대 기술과 기기는 나날이 다양화되고 발전해가고 있다. 그 중심에서도 변하지 않는 경쟁력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산업디자인은 현재도 그 중요성과 가치가 높지만 앞으로도 전망이 밝은 분야다.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디자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차세대 인재로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상상력에 공감 능력과 끈기 더해, 라인 해외 서비스 기획자로 자리매김”


이충은
서울여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라인 Financial plus F Service planning팀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소속 팀의 업무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모바일 뱅크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다. 태국의 라인 뱅크 기획 파트장으로서, 신규 서비스를 기획해 사업, 개발, 디자인 등을 많은 부서와 함께 현실화시키고, 모바일 뱅크 전반의 품질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태국의 문화, 금융 생활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동시에 모든 국가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도 기획한다.


Q.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학창 시절, 현실에 없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을 즐겼고 이를 현실화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통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해 삶을 더 편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기를 꿈꿔왔다.


Q.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현재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산업디자인의 이론부터 리서치, 디자인 스킬 등을 배우게 된다. 학과 교수님들 모두 크고 작은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하셨던 분들이라, 현업에 나와보니 학교 강의 내용과 현장 업무 간에 간극이 거의 없다고 느껴졌다.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강의를 해주셨던 것이다.

또한 규모 있는 회사들과 산학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셔서, 기업의 업무 환경이나 니즈를 대학 시절부터 알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은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고학년 때는 방학 동안 인턴 자리를 마련해주셨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수행해 보는 기회였다.


Q. 현재 하는 일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적극성과 끝까지 해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이젠 웬만한 사람들은 서비스의 UX와 UI를 평가할 정도로 대중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대중들과 차별화된 역량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수많은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본인 스스로 느낀 장단점과 개선점을 상상해 보거나,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UX가 서비스의 흥망에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일 잘하는 UX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회사들 역시 힘쓰고 있다. 그만큼 기회가 많은 분야다.


Q. 산업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컴퓨터와 친해지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이 분야는 항상 발전하고 바뀌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개발 지식이나 디자인 지식을 미리 아는 것도 좋지만, 학생 때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학에 오면 된다. 준비된 수업만 잘 따라가도 충분히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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