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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호

정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04 | 이용준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2학년 서울 영일고 졸업

<논어> 읽기로 다다른 입시 성공과 학과 선택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수험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일찌감치 정시로 대학 진학을 결정했음에도 교내 상담 동아리 부장을 맡으며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본 날 연이어 다른 모의고사를 풀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학생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수험생의 불안한 마음을 극복했다는 이용준씨의 정시 합격 이야기를 담아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이용준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2학년
서울 영일고 졸업



마음을 다잡아준 <논어>, 전공 선택으로 이어져

재수를 시작하면서 또다시 수능을 봐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꼈다. 문제를 맞고 틀리는 것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고3 때 치른 수능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훨씬 저조한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있었다. 이 불안한 마음을 <논어>를 읽으며 잠재울 수 있었다. 학부제로 입학해 2학년이 되기 전 전공을 선택할 때 1지망으로 유학동양학과를 지원한 이유다.

“올해는 시험을 무조건 잘 봐야 하고 입시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공자가 평생 경계했다는 4가지, ‘무의무필무고무아(毋意毋必毋固毋我, 마음대로 단정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고집부리지 않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 중 특히 ‘무필’을 마음에 새기며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필’은 ‘반드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떤 일이 내 생각대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늘 변수는 존재한다는 것이죠. 고등학교 3년 내내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했었는데 <논어>에서 얻은 교훈이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교내 동아리 부장 맡으며 동아리 축제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고2 때 교내 동아리인 또래상담부 부장을 맡았다. 상담 선생님께 간단한 상담 교육을 받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상담을 하기보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편하게 들어주고 학급에 힘든 학생들은 없는지 살펴보는 동아리였다. 1학년 때부터 정시로 대학에 진학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동아리 활동은 열심히 했다.

“학교 축제에서 그간 인기가 없었던 또래 상담 동아리 부스를 활성화시켰습니다. 간이 MBTI 검사 등 심리 테스트뿐만 아니라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친구들 마음 알기, 그림 퀴즈 맞히기 등 예능 방식을 도입해 축제 부스를 운영, 큰 호응을 이끌어냈는데요. 이후 후배들도 이때 기획했던 아이디어대로 운영했다고 들었어요.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좋아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정시로 진학하겠다고 학교생활마저 포기하면 고교생활에 추억이 없을 것 같았어요.”


친구들과 복도에 책상 붙여놓고 수능 공부에 주력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정시 전형을 유일한 목표로 달려가는 친구들은 수시 합격 가능성이 높아 수능이 필요 없거나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면 되는 친구들, 대학 진학에 뜻이 없는 친구들과 수능 집중도가 달랐던 것이다.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데 2학기는 교실이 많이 소란스러워 차분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정시에 전념하는 학생들은 복도에 책상을 쭉 붙여 공부했어요. 학습 계획을 촘촘히 짜서 잡념이 생길 여지가 없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할 만큼 고민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어서 쉬운 문제를 실수로 틀리지 않는 연습을 주로 했어요. 또 제가 만든 ‘사고 과정 메모’를 반복해 봤는데요. 문학을 예로 들면 제가 틀리는 유형들이 작품 속 시어의 뜻을 잘못 파악한 건지, 내용 일치에 관한 것인지 등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거야’ 하고 분석할 수 있었어요. 그게 느낌인 것 같지만 따져보면 올바른 사고 과정이 성립된 거예요. 그런데 그 사고과정은 반복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또 해요. 그래서 종이에 정리해두고 수능 시험장에도 들고 갔습니다.”


대학 캠퍼스 방문하며 슬럼프 이겨내

슬럼프는 수험 기간 동안 3번 정도 찾아왔다. 고3 3월 개학 후, 9월 평가원 모의고사 후, 그리고 재수를 시작한 직후가 힘들었다. 힘들 때는 이 시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흐름을 최대한 빨리 끊어내는 것이 좋았다. 하루를 온전히 쉴 경우 다음날 공부할 때 오히려 힘들어져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부터 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고3 때 공부가 안 되고 답답할 때는 대학교 근처에서 맛있는 걸 먹고 캠퍼스 투어도 하고, 야경이 예쁜 곳에 가서 저녁 공기를 쐬며 대학생활을 상상했어요. 자주 쉬면 리듬이 깨질 수 있어서 아주 가끔씩만 반나절을 쉬었는데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학교-집-독서실만 다니다 좀 다른 풍경 속에 있으니 기분 전환이 되었고 다시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되도록 끝까지 학교 내신 챙기기 권해

고등학교 입학 후 1학기가 지난 시점부터 정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 시험 2주 전부터 내신 준비를 했고 수시와 정시는 3:7 정도의 비중으로 공부했다.

고3 때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의 편차가 커서 수능 공부에 전념했다. 하지만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지 않는 이상 일찍 정시로 결정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수시 입시 결과를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내신으로도 종종 합격하더라고요. 너무 일찍 수시를 접은 게 아닌가 살짝 후회도 했어요. 정시에 초점을 맞췄더라도 내신을 조금이나마 더 챙긴 학생에게는 뜻밖의 기회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3학년 2학기 내신을 잘 챙겨 재수 때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진학하기도 하고요.”


흔들림 없는 점수 위해 열악한 상황 설정해 연습

고3 때 치른 수능은 모르는 개념은 없었는데 선지 2개 중에서 헷갈리는 게 많았다. 매력적인 오답에 걸려든 것이다. 하나를 알더라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편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했다. 고3 때 치른 2019학년 수능은 국어가 유난히 어려웠는데, 국어를 못 보면서 뒤이어 수학과 영어까지 망쳤다. 특히 수학은 1학년 모의고사부터 1등급을 놓치지 않아 정시로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주력 과목이었는데, 수학을 망치면서 좌절이 컸다.

“입시에 실패한 경험을 통해 어떤 상황이든 시험을 잘 볼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수능 당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열이 나고 아픈 상황에서 시험을 볼 수도 있죠. 그래서 재수하면서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러 정말 피곤한 날, 연이어 사설 모의고사를 보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하기도 했어요. 물론 누적된 피로로 점수가 좋지 않았어요. 열악한 상황에서는 확실히 집중하기 힘들더군요. 이후에도 이런 상황을 만들어 공부했는데요. 고3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능 성적을 받고 만족스럽게 입시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법과 교재

작품 속 시어의 뜻을 잘못 파악한 건지,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잘못 본 건지 등 틀린 문제들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거야’ 하고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올바른 사고 과정이 성립된 건데 그 사고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또 해요.
그래서 종이에 정리해두고 수능 시험장에도 들고 갔습니다. 저는 ‘사고 과정 메모’라고 불렀어요.


정시 지원 현황

가군: 서강대 사회과학부(불합격)
나군: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최초 합격)
다군: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추가 합격)



과목별 공부법과 교재

국어

<문법> <화법과 작문> <비문학> <문학>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학습할지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비문학>의 경우 어떻게 지문을 읽어야 하는지, 평가원이 어떻게 오답을 만들어내는지 선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기출 분석을 병행해 실제로 수능 시험을 치를 때 어떻게 적용할지 연습했다.
교재 단일비, 씹어먹는 EBS 시리즈, 파이란, 마르고 닳도록 시리즈, 한수 모의고사, 수능 기출문제


수학

문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차함수에 대해 배웠다면, 이차함수의 핵심이 무엇이고 대표적으로 어떤 형태가 있는지 술술 말할 수 있도록 공부했다. 그 후 유형별로 문제를 풀며 개념을 체화시켰고 기출문제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쉬운 문제에서 실수가 없도록 공부하고 어려운 문제까지 다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종류의 문제집을 풀기보다 한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 공부했다. ‘쎈’은 4번 풀고, ‘자이스토리’의 경우 고2~고3 동안 7번 풀었다.
교재 쎈 시리즈, 자이스토리, 현우진 모의고사, 수능 기출문제


영어

단어 암기에 신경 썼고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연습을 주로 했다. 단어를 알고 나면 해석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해석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출 지문들을 푼 후, 한 문장 한 문장 해석을 해보고 답지의 해설과 비교해보면서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연습했다. 기출 학습을 하면서 몰랐던 단어들은 따로 적어 등·하굣길 등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외웠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자이스토리, 워드마스터 수능 2000, 워드마스터 하이퍼 2000, 수능 기출문제


한국지리

<한국지리>는 암기할 내용이 정말 많았다. 이해를 바탕으로 암기하는 데 집중했다. 개념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교재를 보는 대신 하나의 개념 교재만 사용했다. <한국지리>는 개념을 바탕으로 자료 해석을 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출문제와 변형된 문제들을 통해서 자료 해석 연습을 했다
교재 이것이 개념이다, 수능특강, 수능완성, 수능 기출문제


사회·문화

개념을 반복해 공부했고 역시 하나의 교재를 반복해 학습했다. <사회·문화>는 ‘도표통계’라는 통계자료를 분석하는 파트가 고난도로 출제된다. 기출부터 다양한 예상 문제까지 풀어보며 대비했다.
교재 인강 도표 통계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자이스토리, 수능 기출문제


나의 고3


▒ 고2 12월~고3 2월

수험 과목들 전부 기본 개념 공부를 한 번씩은 끝내려고 노력했다. <한국지리> <사회·문화>만큼은 일찍 공부를 시작해서 남은 수험 기간동안 사회탐구로 인한 부담을 덜도록 했고, <국어> <수학> <한국지리>는 4~7개년 기출문제를 풀고 분석했다.


▒ 3월~6월

전 과목 기출문제 분석을 하면서 평가원 문제를 익혔고, 5월쯤 되니 평가원 문제를 분석하는 방법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시기에는 2일 정도만 가볍게 내신 과목을 공부했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해 수능 공부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사회탐구 과목은 2주에 한 번씩 전체 개념을 복습했고, 자료와 도표 해석 문제를 따로 연습했다.


▒ 6월~9월

약점을 보완하고, 개념을 구조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9월 이후부터는 과목 내에서도 균형 잡힌 학습을 하기 위해 틀리기 쉬운 부분을 최대한 많이 연습하면서 보완했다. 또한 전 과목의 개념이 머릿속에 구조화될 수 있게 마인드맵 형식으로 노트에 개념을 정리했다.


▒ 9월~수능

학교에 등교해서 수능 시험 시간표에 맞춰 공부했다. 8시 20분부터 국어를 시작해서 하교 때까지 전 과목을 공부했다. 하교 후 독서실에서 부족한 파트를 보완했다. 9월 이후에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끝까지 반복해서 복습했다.


▒ 수능 전날

재수할 때 수능 전날 <국어> <수학>은 수능 시간에 맞춰 사설 모의고사를 풀고, 마지막까지 기억해야할 내용을 점검했다. 또한 전 과목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내용과 <수능특강> <수능완성> 내용을 복습하면서 수능장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종이에 적었다. 전날 적어놓은 종이를 보고 시험을 봤더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고, 평소 실력을 모두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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